배철수 “25년간 좋은 말 하고 좋은 음악 들어… 배캠 만나 더 컸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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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라디오 ‘배캠’ 25주년 맞은 DJ 배철수

12일 만난 배철수는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음악장르에 비유하자면 로큰롤에 제일 가깝다”고 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12일 만난 배철수는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음악장르에 비유하자면 로큰롤에 제일 가깝다”고 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디스크자키(DJ)는 소멸돼가는 직업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라디오 방송은 계속될 거고, 진행자는 그냥 디스크자키라 불리겠지만…. 과연 진정한 의미의 디스크자키가 나올 수 있을까요?”

대충 썬 단무지처럼 도톰하게 툭툭 던지는 말투, 0.5초짜리 말줄임표를 가장 맛있게 쓰는 사나이.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성암로 MBC 신사옥 1층 골든마우스홀에서 만난 배철수(62)는 보이는 것보다 더 또렷하게, 들렸다. 1990년 3월 19일 첫 전파를 쏜 ‘배철수의 음악캠프’(이하 배캠·매일 오후 6∼8시 FM4U)가 25주년을 맞았다. 13∼15일 골든마우스홀에서 열리는 기념콘서트는 ‘배캠’에서 매일 생방송한다. 퀸부터 콜드플레이까지, 배캠에서 자주 튼 100개의 팝 명곡을 담은 음반도 25일 발매된다.

배철수가 방음 스튜디오에 들어간 사반세기 동안 세상은 굉음을 내며 굴러갔다. “사회적인 큰 이슈, 슬픈 일 있을 때도 음악을 틀고 가끔 조크를 날렸죠. 어떤 청취자는 ‘큰일이 있는데 왜 언급도 않느냐’고 다그치기도 했어요. 저는 답했습니다. 정치, 사회 얘기는 종일 듣지 않았냐. 단 두 시간만이라도 오늘 직장과 학교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좋은 음악으로 달래고, DJ가 던지는 실없는 농담에 피식, 한 번 웃을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고요. 그것 이상도 이하도 아닌, 프로그램입니다.”

2000년대 이후 국내 팝 시장은 크게 축소됐다. 배철수는 여전히 미국 영국 위주의 팝음악 소개에 매달린다. “팝음악은 가장 중요한 인류 문화유산 중 하나이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했다. “쇄국정책처럼 우리 안에서 복제와 재생산을 계속해 나간다면 어느 순간 세계 음악계의 흐름에서 도태될 겁니다. 밖으로 열린 창문을 닫아서는 안 돼요.”

세계적인 팝스타들도 배캠의 스튜디오에 들렀다. “메탈리카, 어린 시절 우상이었던 이언 길런(딥 퍼플), 토니 아이오미(블랙 새버스), 에릭 울프슨(앨런 파슨스 프로젝트)…. 이런 분들은 스튜디오 밖까지 나가서 맞았죠.”

DJ는 말 그대로 그의 업이다. 해외에 나갈 때도 배철수는 입국신고서의 직업난에 ‘라디오 디스크자키’라 쓴다. 일상은 온통 배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방송 2시간 전이면 이미 생방송 스튜디오에 들어있다. 그날 나갈 음악을 들어보기 위해서다. “저도 모르는 음악을 청취자한테 들으라고 하는 건 아닌 거 같아요.” 방송이 끝나면 바로 짐을 싸서 집에 가서 밥 먹고 잔다.

배캠의 시계는 배철수 본인도 바꿔 놨다. “매일 두 시간씩 좋은 원고를 소리 내 읽고 음악계 인사들과 이야기 나누며 많이 배웁니다. 좀 더 나은 인간이 된 것 같습니다. 25년에 걸쳐서 일관성 있게 가르치는 교육기관이 있겠습니까? 제 인생에서 이 프로그램을 만난 건 최대의 행운입니다.”

만약 후임 DJ를 정할 수 있다면? “프로그램을 영구 폐지시켰으면 좋겠어요. 왜 위대한 운동선수의 등번호는 영구결번 시키잖습니까? 크흐흐흐.”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MBC라디오#배캠#25주년#배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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