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석 감독 “올해 제작 목표는 4편…거대 배급사, 한판 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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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2월 28일 07시 00분


강우석 감독은 20년 넘도록 쉬지 않으며 140편을 연출하고 제작했다. 19번째 연출 영화 ‘전설의 주먹’ 개봉을 앞두고 있는 강 감독은 “시간 가는 줄 몰랐다”고 관객이 말할 수 있는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 의욕적으로 내달린다.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강우석 감독은 20년 넘도록 쉬지 않으며 140편을 연출하고 제작했다. 19번째 연출 영화 ‘전설의 주먹’ 개봉을 앞두고 있는 강 감독은 “시간 가는 줄 몰랐다”고 관객이 말할 수 있는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 의욕적으로 내달린다.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 ‘전설의 주먹’으로 돌아온 흥행승부사, 강우석 감독

‘시네마서비스’ 어느새 설립 20주년
그동안 제작·연출한 영화 140여편
쉬어야 할 나이에 웬 전투력?
재미 갈망과 거대자본이 날 자극했지

‘전설의 주먹’ 배우들 맞고 터지고
온몸으로 ‘관객 서비스’ 중이야 ㅎㅎ

봉준호·장진 등 후배들에게 한마디?
자유롭게 찍고 싶다면 내게 오라!

“신인의 마음으로 컴백했다”고 강우석(53) 감독은 말했다.

그가 꺼낸 ‘신인’은 연출자이자 제작자로서 결심. “다들 쉬려는 이 나이에도 나는 연출을 계속 한다”고 했고, “20년 넘도록 제작, 연출한 영화가 140편이다.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제작하고 싶다”고도 했다.

19번째 연출 영화 ‘전설의 주먹’(4월 개봉)을 내놓는 강우석 감독을 만났다. 올해는 그가 이끄는 제작사 시네마서비스가 설립된 지 20주년이 되는 해이다. 그동안 연출한 ‘실미도’(2003년)로 한국영화로는 첫 1000만 기록을 세웠고, 제작한 ‘왕의 남자’(2005년)로 또 한 번 1000만 흥행을 이뤘다. 흥행작 ‘투캅스’, ‘공공의 적’ 시리즈도 만들었다. 여전히 그의 사무실은 충무로에 있다. 연출만 하기도 벅찰 시간에 올해부턴 ‘다작 제작’까지 선언했다. 지치지 않는다. 어느 때보다 에너지도 넘친다.

“개인이 세운 영화사가 20년 버티기란 쉽지 않다. 소멸된 회사도 많았고. 후배에게 넘겨주더라도 사람들이 ‘근사하다’고 할 때 주고 싶다. 그래서 전투력이 더 생긴다. ‘이끼’ ‘글러브’로 외도 비슷한 걸 했다. 그 사이 재미있는 영화에 대한 갈증이 커졌다. ‘색깔을 찾아보자’ 정도가 아니다. 심하게 펼쳐 보이고 싶다.”

그 시작은 ‘전설의 주먹’이다. 성인이 된 고교 동창생들이 진짜 주먹을 겨루는 TV쇼에서 만나 겪는 이야기. 동명 웹툰이 원작이다. 황정민, 유준상, 윤제문이 뭉쳤다. 강우석 감독이 연출을 결심한 건 순전히 제목에 힘입었다.

“제목은 뭔가 당기는 힘이 있다. 초기에 만든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투캅스’ 같은 느낌? 연재가 끝나기도 전에 영화를 결정했다.”

영화는 파이터들의 격투다. 액션은 강하다. 유준상은 격투 장면을 찍다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됐다.

“실제로 치고받아야 했다. ‘또 맞아야 하는데 어쩌냐’ 하면 배우들이 더 욕심냈다. 위험한 현장이었다. 현장에서 고생할수록 관객은 즐거워한다. 그게 관객 서비스지.”

‘전설의 주먹’을 시작으로 강우석 감독은 제작을 맡은 유아인 주연의 ‘깡철이’, 김선아의 ‘더 파이브’를 차례로 내놓는다. 올해 제작 목표는 4편. 나머지 한 편은 그의 20번째 연출 작품이 된다.

“오버하지 않고 작은 영화로 하겠다. ‘가벼운데, 이야기가 있네?’ 이 정도 반응이면 좋다. 요즘 시나리오를 모조리 받아 읽는다. ‘공공의 적’ 시리즈가 스무 번째 영화로 가장 이상적인 건 안다. 아직 시나리오가 완전히 나오지 않아서.”(웃음)

‘전설의 주먹’ 포스터. 사진제공|시네마서비스
‘전설의 주먹’ 포스터. 사진제공|시네마서비스

강우석 감독이 연출과 제작에 의욕적으로 달려드는 건 최근 영화계 환경의 변화와도 무관하지 않다. 특히 거대 투자배급사의 힘에 제작 환경이 좌우되는 분위기에 대한 우려도 있다.

“정면돌파하는 수밖에 없다. 자본이 제작 환경을 바꿀 순 있다. 하지만 영화 에너지 자체를 변화시키지는 못한다. 자신 있느냐고? 싸워볼 만하다.”

봉준호, 장진 등 후배 감독들에게도 다시 문을 열었다.

“(감독들이)스스로 제작사를 차린다면 모를까. 간섭받지 않고 제대로 찍고 싶다면 오라고 했다. 이 자리에서 마음껏 펼쳐라. 그런데 다들 너무 오래 찍고 있어. 하하! 후배 감독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단, 시나리오는 갖고 와야지. 감독이 시나리오도 없이 오면 뭐해?”

최근 잇따라 1000만 영화가 탄생하고 관객수도 급증하는 것을 그는 “정말 좋은 일”이라며 반겼다. 하지만 긍정적인 평가는 이 한 마디로 끝이다.

“‘7번방의 선물’이 잘 된다고 앞으로 꼬마가 나와서 울리는 영화만 쭉 나오면 관객 다 도망간다. 극장에 온 관객이 한 두 번은 참아줄 수 있다. 그 이상은 안 된다. 엉뚱한 영화가 더 많이 나와야 한다. 2∼3년만 더 잘 하면 할리우드처럼 독창적인 이야기의 작은 영화도 첫 주 1위 할 수 있다.”

그가 생각하는 ‘재미있는 영화’를 물었다.

“극장 나오면서 ‘왜 이렇게 길어’란 말부터 들으면 그 영화는 재미없다는 뜻이다. ‘시간 가는 줄 몰랐다’는 말이 내겐 가장 큰 찬사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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