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영 “아들 못본 10년 세월…그리움이 내겐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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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21일 07시 00분


영화 ‘남영동 1985’로 10년만에 대중 앞에 선 배우 이경영. 그는 “촬영장 가는 길이 소풍 가는 기분이었다”며 긴장과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영화 ‘남영동 1985’로 10년만에 대중 앞에 선 배우 이경영. 그는 “촬영장 가는 길이 소풍 가는 기분이었다”며 긴장과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영화 ‘남영동1985’의 두 사나이…이경영·정지영 감독 스토리

고통스러운 영화를 만든 감독과 배우는 한동안 극심한 후유증을 겪었다. 22일 개봉하는 ‘남영동1985’를 함께 한 정지영 감독과 이경영. 영화는 고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1980년대 겪은 참담한 고문의 아픈 기억을 그렸다. 쉽지 않았던 촬영을 잇는 동안 “마치 집단최면에 걸린 것 같았다”고 돌이킨 감독과 배우를 만났다.

■ 잔혹한 고문 기술자 역…10년만에 인터뷰, 이경영

불미스러운 사건 탓 두려웠던 미디어
이미 사건 당사자엔 사과도 받았지만
그리운 아들, 잘 살아야 볼 수 있겠지
영화? 마치 집단최면 걸린듯 찍었다

“촬영장 가는 길이 소풍 가는 기분이에요. 소풍이 올해로 끝나도 아쉽지 않아요. 욕심 같아선 200년 동안 소풍을 다니고 싶지만….”

10년 만이다. 배우 이경영(52)이 대중 곁으로 돌아왔다.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려 활동을 멈춘 그는 4∼5년 전부터 영화에 간간이 출연해 왔지만 인터뷰에 나선 건 10여 년 만이다. 그는 “영화 ‘남영동 1985’(이하 ‘남영동’)가 좋은 계기였고 정지영 감독께 용기를 얻었다”고 했다. ‘남영동’을 준비하던 때 이경영은 정 감독으로부터 한 통의 이메일을 받았다. “정면을 응시하고 영화와 마주하라”는 내용이었다.

둘은 ‘하얀전쟁’부터 ‘남영동’까지 다섯 편의 영화를 함께 했다. 그렇지만 인터뷰에 나서는 건 망설여졌다. 이경영은 “한때 미디어가 두려웠다”며 “개인사에 초점이 맞춰져 오해를 만들면서 생긴 두려움이었다”고 돌이켰다.

이경영은 최근 TV 토크쇼에도 출연하며 활동의 폭을 넓히고 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조금씩 풀어내며 인터뷰에서도 이경영은 우회적이지만 과거의 일을 먼저 꺼냈다. “작년에 김수현 작가님이 트위터에 저를 응원하며 쓴 글이 알려졌다. 작가님과 통화를 하고 있는데 공교롭게도 그때 미니홈피 쪽지로 (사건 당사자로부터)사과 메시지를 받았다. 용서, 화해는 아니었지만…. 늦게라도 진실을 얘기해 준 거니까 받았다.”

이경영은 “긴 시간 영화에, 가족에게 그리고 (절친한)김민종에게 미안했고 심려를 끼쳤다”고도 했다. 부담이 말끔히 사라진 건 아니지만 여유는 생겼다. 올해 ‘부러진 화살’을 시작으로 ‘후궁:제왕의 첩’, ‘회사원’ 등에 출연한 그는 내년 초 100억 대작 ‘베를린’으로도 관객을 만난다. 촬영을 앞둔 영화도 두 편. 용산 참사를 그린 ‘소수 의견’과 액션사극 ‘군도’다.

영화 ‘남영동 1985’의 한 장면.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빨갱이’를 축출해 낸다는 명목으로 소위 ‘공사’(고문)를 하는 모습을 그렸다. 사진제공|아우라픽쳐스
영화 ‘남영동 1985’의 한 장면.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빨갱이’를 축출해 낸다는 명목으로 소위 ‘공사’(고문)를 하는 모습을 그렸다. 사진제공|아우라픽쳐스

22일 개봉하는 ‘남영동’은 배우 이경영이 스크린에서 다시 조명 받을 가능성이 높은 작품이다. 민주화 운동가를 잔혹하게 고문하는 기술자 이두한을 연기한 그는 “마치 집단 최면에 걸린 듯이 찍었다”고 했다. 실존인물을 연기하는 데 부담은 없었다. “시나리오에서 시작해 시나리오로 끝내겠다”는 마음이었다. 자칫 그 인물에 연민이 생길까 일부러 관련 자료도 찾아보지 않았다.

이경영은 함께 출연한 박원상이 ‘아들과 함께 ’남영동‘을 보겠다’고 말하는 모습에 “여러 생각이 든다”고 했다. 아들의 나이 다섯 살 때 헤어져 10년 가까이 얼굴을 보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감정은…. ‘그립다’겠지. 내가 더 잘 살아가는 게 아들을 빨리 볼 수 있는 시간을 앞당기는 방법 아닐까.”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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