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 GO도, 아부王도 폭염에 길을 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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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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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현정 이름값 못한 ‘미쓰 GO’
■ 송새벽에게만 기댄 ‘아부의 왕’

“스크린에 걸기만 하면 장사가 된다.”

올해 상반기는 ‘한국 영화 르네상스’라고 조심스럽게들 말한다. 5월 말까지 한국 영화 관객 수는 3650만 명. 지난해 2860만 명, 2010년 2460만 명에 비해 월등히 많다. ‘댄싱 퀸’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의 전성시대’ ‘건축학 개론’ ‘내 아내의 모든 것’ 등 400만 명 이상을 모은 영화가 4편이나 된다.

그러나 한 해 농사를 좌우하는 여름시장을 앞두고 21일 나란히 개봉한 ‘미쓰 GO’와 ‘아부의 왕’이 이 흐름에 찬물을 끼얹는 형국이다. 기획과 캐스팅 단계에서 여러모로 주목을 받던 영화들이라 실망이 더 크다.

○ 중간에 감독이 바뀐 ‘미쓰 GO’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는 투자배급사 뉴가 제작비 50억 원 이상을 들인 야심작. 고현정과 동국대 연극영화과 90학번 동기인 정범식 감독, 장소정 영화사 도로시 대표가 의기투합해 기획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다.

영화는 공황장애로 대인기피증이 있는 순정만화가 천수로(고현정)의 좌충우돌 해프닝에 초점을 맞춘다. 낯선 수녀의 호의 때문에 물건을 배달한 천수로는 500억 원대 마약 사건에 얽힌다.

드라마 ‘대물’ ‘선덕여왕’ 등에서 카리스마 연기를 선보였던 고현정은 이 영화에서의 ‘소심녀’라는 옷이 어울리지 않는다. 드라마는 십수회 이상 캐릭터를 쌓아갈 수 있지만 영화 연기는 2시간 안에 승부를 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천수로란 캐릭터는 연기하다 만 느낌이다. 마지막 부분에서 소심녀가 ‘선덕여왕’의 미실처럼 눈을 크게 뜨고 주체적인 인물로 변신하는 설정도 어색하다.

다른 캐릭터들은 모래알처럼 대단원으로 달려간다. 유해진은 배우 자체의 능청스러움과 정겨운 매력이 여전하고, 조폭 두목 이문식과 수사반장 성동일의 연기도 ‘B학점’ 이상이다. 하지만 전체 드라마에 기여하지 못하고 ‘따로 논다’.

감독의 연출력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서 말이나 되는 구슬’을 꿰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초반부의 흐름이 느려 답답증을 유발한다. 촬영 도중에 정 감독이 박철관 감독으로 교체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박 감독은 ‘달마야 놀자’(2001년) 이후 연출 공백기가 길었다.

○ ‘송새벽다움’을 낭비하는 ‘아부의 왕’

이 작품의 포스터에서 눈길을 사로잡은 이름은 송새벽. 관객은 어눌함 속에 페이소스를 담은 그의 독특한 코믹연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그는 ‘방자전’ ‘위험한 상견례’에서 보여줬던 캐릭터의 반복 재생산에 그쳤다.

본디 그의 매력은 의외성에 있다. ‘방자전’에서 이방에게 구박을 당하다가 돌연 주전자를 휘두르며 광기를 뽐내던 변학도, ‘마더’에서 원빈에게 뜬금없는 발차기를 하던 세팍타크로 형사를 보며 관객은 ‘쟤는 뭐야’라며 눈이 반짝 떠졌다. 어떤 언어로도 설명 못할 독특한 느낌이 그만의 자산이었다. 하지만 이번 배역은 진부함, 그 자체였다. 변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신입사원 동식(송새벽)은 우수한 성적으로 보험회사에 입사했지만 아부를 못해 그만 상사의 눈 밖에 난다. 영업직으로 발령받은 동식은 아부의 전설인 혀 고수(성동일)를 찾아가 비법을 전수받으려 한다.

영화는 얄팍한 웃음과 감동을 줘야 한다는 강박 사이에서 길을 잃는다. 동식이 사채를 쓴 아버지와 첫사랑 여인을 구하기 위해 몸을 던지는 설정은 웃음을 기대한 관객을 배반한다. 두 마리 토끼 중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영화#미쓰 GO#고현정#아부의 왕#송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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