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의 오늘] 키스, 그 부담감의 추억

  • Array
  • 입력 2011년 3월 31일 07시 00분


1968년 홍세미 키스신 거부

“날씬한 키에 전형적인 한국 미녀 스타일.” 1967년 4월 동아일보는 김수용 감독의 영화 ‘춘향’의 여주인공을 공모한 결과를 보도하면서 한 신인 여배우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무려 1727명이 응모한 신인 여배우 공모에서 당당히 1위로 꼽힌 이 여배우의 이름은 홍세미(사진). 당시 대학생이었던 홍세미는 또렷한 외모와 단정한 이미지로 춘향 역에 발탁됐다.

그 이듬해 오늘, 홍세미가 드라마 촬영 도중 키스신 촬영을 거부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TBC 대하드라마 ‘조선총독부’의 여주인공으로 출연하던 홍세미는 상대배우 김성옥과 연기하기로 했던 키스신 촬영을 거부했다.

연예기자 출신인 정홍택 전 한국영상자료원 이사장의 회고에 따르면 홍세미는 김성옥, 김성원 등 당시 쟁쟁한 남자배우들과 함께 이 드라마에 출연 중이었다. 정 전 이사장은 언론에 기고한 회고록을 통해 서너 차례 연습을 마친 뒤 촬영을 시작하려는 순간 아버지와 의논해야겠다면서 세트를 떠났다고 전했다.

1960년대 말이라는,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안방극장 드라마 속 키스 장면에 대한 부담감이 크지 않았겠느냐는 추측이다. 또 아직 신인의 티를 완전히 벗어내지 못한 여배우로서 이미지에 대한 심리적 압박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무엇보다 아직 보수적이었던 사회적 분위기가 키스신에 대한 부담감을 지워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정 전 이사장은 회고하기도 했다.

홍세미는 이후 각종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1970년대 말 미국으로 떠나 사업체를 운영하며 살고 있다. 1990년대 초중반 잠시 귀국해 드라마에 출연하기도 했지만 그녀의 연기를 그 이후로는 보지 못하고 있다.

윤여수 기자 (트위터 @tadada11) tadad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