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체효과 폭풍 치듯… 감동의 ‘판도라’를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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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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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3D 영화 ‘아바타’ 전문가 5인 관람평

기술과 드라마의 균형 눈길
어색한 시선처리가 옥에 티

《‘타이타닉’의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만든 ‘아바타’(17일 개봉)는 어떤 모습일까. 162분 동안 특수 안경을 쓰고 관람한 영화는 판도라라는 낯선 세계를 단지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여행하는 기분이 들게 했다. 이 영화는 할리우드의 자본과 기술을 쏟아부은 블록버스터이기도 하다. CBS ‘60 Minutes’에 출연한 캐머런 감독은 이 영화의 제작비가 4억 달러라고 밝혔다. 할리우드 영화 중 역대 최고액이다. 11일 서울 CGV영등포에서 열린 시사회가 끝난 뒤 국내 입체영화 전문가와 함께 ‘아바타’를 들여다봤다. 3D 장비 업체 ‘마스터이미지’의 김근옥 이사와 박종호 동국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의 입체영화 테스트 베드 사업에 참여했던 지길웅 촬영감독, 최남식 영진위 기술팀 과장, 3D 단편영화 ‘못’을 찍은 최익환 감독 등 5명이 참석했다.》

○ “2D로도 표현하기 힘든 속도” 빠른 입체효과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아바타’는 3D 영화이면서도 특수효과에 매몰되지 않고 기술과 드라마의 균형을 살린 영화로 평가받는다. 사진 제공 20세기폭스코리아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아바타’는 3D 영화이면서도 특수효과에 매몰되지 않고 기술과 드라마의 균형을 살린 영화로 평가받는다. 사진 제공 20세기폭스코리아
이야기의 골격은 비교적 단순하다. 외계인 나비(navi)족이 사는 가상의 행성 ‘판도라’. 지구인은 이 별을 침략해 언옵타늄이란 광물을 빼앗으려는 목적으로 인간과 나비를 합성한 ‘아바타’를 창조한다. 하반신이 마비된 상이군인 제이크는 아바타의 신체로 다시 태어난 뒤 판도라로 파견되지만 나비족 네이티리와 사랑에 빠진다. 곧 지구와 판도라 사이에 피할 수 없는 전쟁이 시작되고, 제이크는 선택의 기로에 몰리는데…. 머리부터 발끝까지 상상력으로 창조한 나비족과 외계행성 판도라는 비주얼 자체만으로 색다른 이야기를 제공했다.

영화는 초반부터 폭풍이 몰아치듯 빠른 속도에 승부를 걸었다. 제이크 설리가 조종하는 아바타가 판도라에서 하늘의 말인 ‘이크란’을 타는 장면이 대표적. 짧은 장면 위주로 컷 수를 높여 속도감을 강조했다. 시각적 피로감을 높일 수 있는 롱테이크 장면은 찾기 힘들었다. 박종호 교수는 “3D가 아닌 2D로도 표현하기 힘들 만큼 빠른 속도인데 초반부터 정보량이 많아 관객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까지 입체영화는 효과가 과도하면 관객들이 멀어졌고 효과가 적으면 관객이 실망했다. 이와 달리 ‘아바타’는 단순한 기술을 정교하고 풍부하게 구사했다. 도레미만으로 오케스트라를 연주한 것과도 같다”고 평했다.

영진위 최남식 과장은 “입체영화가 안고 있는 고질적 문제 중 하나가 중심인물이 또렷해지는 동시에 주변 배경의 초점이 흐려지는 ‘포커스 아웃’ 현상인데 ‘아바타’는 이 문제를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반면 지길웅 감독은 “실사 부분의 입체효과가 도드라지지 않았다. 대부분 합성으로 제작된 애니메이션에 가까웠다”고 평가했다.

○ 입체효과에 가려지지 않은 이야기

최익환 감독은 “입체효과와 이야기가 공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아바타’에서 인물이나 배경이 스크린 밖으로 튀어나오는 ‘팝업’ 효과는 거의 찾을 수 없다. 인물에 입체효과를 주면 인물 자체는 돋보이지만, 반복되면 매력을 떨어뜨린다는 점을 감안한 것. 이처럼 ‘아바타’는 특수 효과에 매몰되지 않고 기술과 드라마의 균형감을 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근옥 이사는 “지구인으로부터 자연을 지키려는 나비족들의 사투가 그려지며 이 영화가 3D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잊었다”고 말했다. 시각적 어지럼증이 덜한 것도 후반부터 이야기에 집중한 덕분이다.

○ 자막 처리-어색한 눈동자는 아쉬움

이종(異種) 외계인 캐릭터를 얼마나 자연스럽게 표현하느냐는 이 영화의 성패를 가를 또 다른 기준이다. 조 샐다나가 연기한 나비족 네이티리와 샘 워싱턴이 맡은 제이크의 아바타 연기는 흠 잡을 데 없었다. ‘이모션 캡처’ 방식으로 인물의 미세한 표정 하나까지 잡아내려 한 제작진의 노력 덕택에 배우들의 눈썹과 입 주위 연기가 훨씬 자연스러웠다. 아쉬운 건 부자연스러운 시선 처리. 미간이 넓고 눈동자가 큰 나비족의 눈은 어색했고 때론 초점이 빗나간 듯 보였다. 글자가 화면 밖으로 튀어나오는 걸 막기 위해 종종 자막이 화면 하단을 벗어난 것도 시선을 분산시키는 원인이 됐다.

이 영화를 상영할 전국 615개 스크린 중 CGV 용산 왕십리, 서울 롯데시네마 에비뉴엘 등 112곳에서 3D로 관람할 수 있다. 12세 이상 관람 가.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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