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집단주연 새로운 시도 vs 美 스타 없이 낯익은 소재

  • 입력 2009년 9월 1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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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함을 고수한 할리우드 vs 새로운 소재를 발굴한 국내 영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최근호는 ‘2009 여름 박스오피스가 일러주는 10가지 배울 점’이란 기사에서 5월 이후 여름 시즌 미 흥행작의 공통점은 ‘어디서 본 듯한 낯익은 영화’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한국의 여름 흥행작은 소재나 다루는 방법에서 새로운 영화가 많았다. 흡혈귀를 내세운 멜로 ‘박쥐’, 미술품을 둘러싼 범죄액션 ‘인사동 스캔들’, 동물(멧돼지)이 등장한 코미디 ‘차우’ 등이 100만 관객을 넘겼다. 》

한미영화 통해본 흥행법칙의 비교

美 트랜스포머, 韓 해운대 등 제작비 많으면 대박 공통점

美 ‘여성관객층 배려=불패’ 韓 ‘오감도’ 부진과 대조적

타임의 10가지 흥행 법칙 중 5가지를 추려 한국에서도 통한 법칙(○)과 한국에서는 통하지 않은 법칙(×)으로 한미 간 영화시장을 비교했다.

○ 스타를 쓰지 마라(×)

스타 파워는 지난 90년간 할리우드 흥행을 좌우한 불변의 법칙이었다. 타임은 이제 그 법칙이 깨지고 ‘포스트 스타시대’가 열렸다고 전했다. 크리스 파인(스타트렉: 더 비기닝), 브래들리 쿠퍼(더 행오버) 등 스타를 내세우지 않은 영화들이 흥행에 성공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박쥐’(송강호) ‘마더’(김혜자) 등 100만 관객을 넘은 영화 중에서 스타를 내세우지 않은 영화는 한 편도 없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스타 한 명과 여러 명을 ‘집단 주연’으로 내세운 영화가 큰 성공을 거두었다는 점. ‘해운대’ ‘국가대표’ ‘차우’ ‘킹콩을 들다’가 그 예다.

○ 돈 버는 영화에 돈을 써라(○)

미국에서 영화 제작비 2억 달러는 이제 ‘승부를 걸어볼 만한’ 수준이 됐다. 2억 달러를 들여 전 세계에서 8억2600만 달러를 번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 2억5000만 달러를 들여 8억6800만 달러를 번 ‘해리포터와 혼혈왕자’ 등이 들인 만큼 많이 거둬들였다. 국내에서도 여름 시즌에 개봉한 한국영화의 총제작비는 ‘해운대’(160억 원) ‘국가대표’(110억 원) ‘차우’(90억 원) ‘박쥐’(68억 원) ‘마더’(63억 원) 순. 적은 제작비로 300만 관객을 넘기는 대박을 터뜨린 ‘거북이 달린다’를 제외하면 돈 쓴 만큼 관객을 동원했다.

○ 여성 관객을 잊지 마라(×)

샌드라 불럭이 열연한 ‘프러포즈’와 캐서린 헤이글 주연의 ‘어글리 트루스’ 등 미국에서 이번 여름 성공한 코미디들은 여성 관객을 겨냥한 로맨틱 코미디였다. 반면 한국에서 같은 기간 여성 관객용 로맨틱 코미디는 한중 합작 ‘소피의 연애매뉴얼’ 정도였고 성공하지도 못했다. 기타 여성 관객층을 겨냥한 영화도 에로스를 주제로 한 옴니버스 영화 ‘오감도’(41만 명), 공포영화 ‘요가학원’(24만 명) ‘여고괴담5: 동반자살’(65만 명) 등이 모두 부진했다.

○ 후속편(sequel)과 프리퀄(prequel)을 만들어라(×)

‘트랜스포머2’ ‘해리포터6’ ‘아이스에이지3’ ‘박물관은 살아있다2’ ‘천사와 악마’(이상 후속편), ‘스타트렉: 더 비기닝’ ‘엑스맨 탄생: 울버린’(이상 프리퀄). 미국 흥행작 상위 10위 중 7편이 후속편이거나 프리퀄이었다. 프리퀄이란 주인공의 과거 이야기를 소재로 만드는 속편. 그러나 올여름 흥행에 성공한 국내 영화 중 후속편과 프리퀄은 단 한 편도 없었다.

○ 금요일, 관객을 놀라게 하라(△)

얼마 전까지 영화의 승패는 개봉하는 주의 일요일에 판가름 났다. 하지만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인 ‘트위터’와 인터넷상의 구전(口傳) 마케팅 덕분에 영화의 대박과 쪽박은 금요일 개봉 후 24시간 안에 판가름 나게 됐다. 국내에서도 입소문을 일으키는 예고편과 시사회의 비중이 커졌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개봉일이 목요일로 옮겨져 국내 영화의 흥행은 목요일 관객의 표정에 좌우된다는 게 다른 점이다.

이 밖에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라’ ‘성인 관객을 무시하라’ ‘인디영화에 위로 카드를 보내라’ ‘공룡이 나오게 하라’ ‘저드 애퍼토(미국 영화 제작자)식 코미디는 약발이 떨어졌다’ 등도 한국 상황과는 차이가 있거나 무관한 타임의 ‘권고’로 분석됐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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