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진 해리… 어둠 속 로맨스 빛이 날까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7월 14일 02시 56분



《해리포터를 지탱해 주던 마법 효과는 이제 ‘약발’이 떨어진 걸까.
작품의 배역에 비해 훌쩍 커버린 배우, 어두운 판타지에 가미된 핑크빛 로맨스, 충격적 결말에 비해 김빠진 볼거리까지…. 영화 ‘해리포터와 혼혈왕자’
(15일 개봉) 속 이질적인 요소들은 화학작용을 일으키지 못하고 표류한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여섯 번째인 영화는 기억에 얽힌 이야기다.
호그와트 마법학교장 덤블도어(마이클 갬본 경)는 어둠의 세력이 강해져 인간 세계를 위협하자 해리를 찾아온다. 어둠의 마법사 볼드모트를 물리칠 수 있는 유일한 단서는 그의 영혼과 기억을 나누어 놓은 호크룩스라는 것. 해리는 7개의 호크룩스를 파괴하기 위해 기억 여행을 떠난다. 최종편(‘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을 향한 길잡이에 해당하는 영화를 세 가지로 짚었다.》
‘해리포터와 혼혈왕자’를 보는 3가지 초점
○ 17세 해리포터 vs 20세 대니얼 래드클리프
“내 눈엔 아직도 벽장에 사는 꼬마야.” 극중 덤블도어가 해리에게 하는 말에 관객은 쉽게 공감하기 어렵다.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2001년)로 데뷔한 12세 대니얼 래드클리프는 사춘기를 한참 지난 스무 살이 됐기 때문. 원작의 해리는 17세 생일을 맞는다.
6일 런던에서 있었던 프리미어 시사회에 나타난 해리포터 ‘삼총사’들은 어른 티가 완연했다. 특히 빨간 머리와 주근깨가 귀여웠던 론 역의 루퍼트 그린트는 몰라볼 정도로 성장했다. 불행히도 영화 개봉이 8개월가량 늦춰지면서 배우의 커진 몸집과 극중 이미지의 간격은 더욱 벌어졌다. 영화는 이 간격을 메우지 못해 관객들의 몰입을 방해한다. 게다가 어린 관객들은 ‘삼촌뻘’의 해리와 ‘아가씨’ 헤르미온이 어색할 뿐이다.
○ 어두운 판타지 vs 달콤한 로맨스
영화의 색깔은 시종 어둡다. 어둠의 세력이 머글 세계를 지배하고 해리가 ‘펜시브’라는 사물로 볼드모트의 어두운 과거를 보게 되는 줄거리는 선과 악의 기로에서 고민하는 해리를 그린 5편보다 더 심각해졌다.
하지만 6편이 기존 시리즈와 차별화한 것은 로맨스다. 사랑의 묘약을 복용하며 라벤더와 사랑에 빠진 론을 비롯해 둘 사이를 질투하는 헤르미온, 해리와 지니의 새로운 로맨스 등 얽히고설킨 관계는 작품 속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5편에 이어 6편의 감독을 맡은 데이비드 예이츠도 로맨스에 방점을 찍었다고 밝혔다. 아쉽게도 우울한 판타지와 섞이지 못한 목적 잃은 로맨스는 영화 속에서 툭 튀어나온 느낌이다.
○ 절정의 클라이맥스 vs 정체된 볼거리
네 권에 해당하는 원작을 151분짜리 영화에 집어넣으려니 책을 읽지 않은 관객이 영화의 줄거리를 따라가기 쉽지 않다. 중반부까지 난해한 이야기를 두서없이 늘어놓은 영화는 후반부의 충격적인 결말을 향해 막판 속도를 낸다.
결국 영화는 혼혈왕자의 존재가 드러나고 예상치 못한 인물을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문제는 충격적인 결말에 비해 볼거리가 더는 새롭지 않다는 점. 검은 세력이 런던 시내를 헤집으며 밀레니엄 브리지를 폭파하는 장면이 그나마 참신하게 느껴진다. 전체 관람가.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