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제이 “독기품고 연기했죠”

  • 입력 2009년 4월 6일 07시 36분


성대낭종으로 2년간 가수공백… 우울증 겪기도

“독기를 품었어요. 바닥으로 떨어지는 기분을 조금 알거든요.”

좀처럼 꺼내기 어려운 속내를 하나씩 풀어놓는 제이(25)에게 지난 2년은 ‘물음표’가 뒤따르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록밴드 트랙스의 리더이자 보컬로 데뷔해 마음껏 노래를 부르고 싶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고 느닷없이 찾아온 성대 낭종으로 인해 한 차례 수술을 받은 뒤부터는 잠깐이지만 우울 증세

까지 겪었다.

제이가 3인조 록밴드 트랙스로 데뷔해 싱글 ‘패러독스(Paradox)’를 발표한 건 2004년. 이후 트랙스는 일본으로 무대를 옮겨 크고 작은 클럽 무대에 오르며 4장의 싱글을 더 발표했다. 국내에서도 정규 1집을 내놓고 ‘초우’란 노래를 통해 제이는 가창력을 드러냈지만 뜻하지 않은 수술로 활동을 중단

할 수밖에 없었다. 2007년의 일이다.

“처음에는 ‘뭘 해야 하나’ 막막했어요. 머리 속이 백지처럼 하얗게 변하니까 그때서야 노래를 시작할 때 마음이 새삼스럽게 떠올랐죠. 미국에서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국으로 와서 노래를 했을 때 열정이 다시 생긴 거죠.”

수술 직후 당장 노래를 할 수 없던 제이가 택한 건 연기였다. 동방신기, 소녀시대 등이 함께 일하는 그의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는 사내에 마련된 교육과정을 권했지만 제이는 이를 택하지 않았다. 대신 연기자를 꿈꾸는 지망생들이 다니는 한 연기학원을 찾아내 등록했고, 홀로 연기를 배우기 시작했

다.

소속사 관계자들이 ‘쉬운 길’을 가라고 권유했지만 제이는 이 마저도 거절했다. “자존심까지 버려야 진짜 원하는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각오 때문이었다.

제이의 연기 도전작은 MBC 드라마넷 16부작 드라마 ‘하자전담반 제로’. 결혼정보회사를 배경으로 커플 매니저들의 좌충우돌 도전기를 다룬 이 작품에서 제이는 사랑과 사람을 믿지 못하는 냉혈한 김두현으로 출연 중이다. 세련된 외모 그대로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완벽한 남자다.

“어렵게 시작한 연기인데 잘 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죠. 자존심이 상하면 안 되잖아요(웃음). 연기는 얼마나 준비를 했느냐에 따라 화면 속 모습이 정말 달라요.”

제이는 “카메라 앞에 서는 요즘, 어느 때보다 마음이 뜨겁다”고 했다. 성대 낭종으로 목소리에 자신이 없어지면서 한동안 말 못할 ‘무대 공포증’을 겪기도 했지만 이제는 “빨리 무대에 올라 노래하고 싶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연기자로 인정받아 상을 타고, 음반을 발표해 트랙스로 무대에 서는 꿈이 올해 이뤄야 할 목표에요.”

이해리 기자 golf1024@donga.com

사진=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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