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뷰]뮤직뱅크 잔칫날 ‘방송사고’

  • 입력 2009년 3월 2일 02시 59분


마이크 꺼지고… 민망한 노출

500회 특집… 가요프로 생방송 다시 논란

2001년 영국에 있을 때다. 우연히 BBC 음악순위 프로그램 ‘톱 오브 더 팝스’에 방청객으로 갈 기회가 있었다. 당시 엘턴 존이나 ‘라디오헤드’, 비욘세를 한 무대에서 보는데 얼마나 흥분했던지. 요즘 인기 있는 록 밴드 ‘콜드플레이’가 그 무대에서 신인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그것이 1964년 세계에서 처음 생긴 음악순위 프로그램이라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

국내에도 오래전부터 방영된 가요순위 프로그램이 있다. KBS 2TV ‘뮤직뱅크’ 이 프로그램이 2월 27일로 500회를 맞았다. 1998년 6월 시작했으니 10년이 넘었고 전신인 ‘가요 톱10’(1981년 첫 방영)까지 치면 29년이 됐다.

500회를 맞은 뮤직뱅크는 볼거리가 넘쳤다. 요즘 가수들이 과거 선배들의 무대를 풍성하고 화려하게 재연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소녀시대는 두 팀으로 나눠 1990년대 그룹인 S.E.S와 핑클의 노래와 춤을 들려줬다. SS501은 젝스키스를 선보였다.

하지만 이날 방송은 ‘방송사고’로 입방아에 올랐다. 플라이투더스카이의 마이크가 잠깐 꺼지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여성그룹 브랜뉴데이의 한 멤버의 상의가 흘러내려 민망한 노출 장면이 전파를 탔다. 그것도 꽤 오랫동안.

왜 이런 일이 자꾸 반복될까. 2005년 MBC ‘쇼! 음악중심’ 생방송에서는 인디그룹 카우치의 나체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생방송 음악 프로그램에서 노출과 음향 사고, 기준 미달의 라이브 등이 이어지는 셈이다.

생방송에서 이런 사고 위험이 계속 존재한다면 제작진이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사고가 났으면 카메라를 최대한 다른 곳을 찍든지, 사고에 대비해 약간 늦게 화면을 내보내는 ‘지연방송’ 같은 안전장치를 뒀어야 했다.

이날 사고는 가요순위 프로그램이 ‘듣는’ 음악은 제쳐두고, 화려한 볼거리에만 치중하면서 예견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경쟁하듯 여가수들의 노출을 조장하는 분위기에다 젊은 세대의 취향에만 맞춘 자극적인 댄스 음악만이 판치는 ‘편식성 무대’가 그런 문제를 부채질하기 마련이다.

앞에서 말한 ‘톱 오브 더 팝스’ 얘기를 하자. 몸값 비싼 가수들을 한자리에서 보는 것도 놀라웠지만, 더 대단한 건 그 거물들이 몇 시간을 투자해가며 전체 리허설을 몇 번씩 거친다는 점이었다. 한국에서는 TV만 켜면 나오는 10대 스타를 무대에 올리기에 바빠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는 건 아닌지. 30년이 다 된 한국 대표 가요프로그램이 아직 삐걱대는 모습이 안타깝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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