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생생하게 더 재밌게”… 사극의 진화

  • 입력 2009년 1월 28일 07시 36분


한국 TV 사극의 진화는 어디까지 일까.

2008년 역사적 사실과 상상을 곁들여온 퓨전사극의 등장으로 소재의 한계를 뛰어넘은 사극이 이번에는 세트의 규모와 표현 기술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

현재 기대를 받으며 방송 중이거나 방송을 앞둔 사극은 KBS 2TV ‘천추태후’, MBC ‘돌아온 일지매’·‘선덕여왕’, SBS ‘자명고’까지 4편.

이들은 이색적인 세트를 건립하거나 앞선 컴퓨터그래픽(CG)을 선보이며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선덕여왕’, 신라 화랑도 세트 첫 건립

5월 초 방송하는 월화극 ‘선덕여왕’(극본 김영현·연출 박홍균)은 경주시와 손잡고 경주 보문단지 내 신라 밀레니엄에 신라시대를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할 화랑도 세트를 건립한다.

그동안 삼국 시대를 다룬 사극은 있었지만 신라가 주요 무대로 등장한 작품은 없었던 만큼 제작진이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은 고증을 거친 신라시대의 복원이다.

‘선덕여왕’에서 화랑도 세트는 남녀 주인공들의 사랑과 갈등이 벌어지는 주요 무대. 선덕여왕(이요원)과 김유신(엄태웅)이 처음 만나는 곳이자 향후 권력의 향배를 결정짓는 무대인 까닭에 제작진이 세트 중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MBC는 2003년 방송한 ‘대장금’ 제작 당시 경기도 양주시에 드라마 세트인 대장금테마파크를 건립해 이후 제작한 사극의 촬영지와 관광지로 활용해왔던 만큼 선덕여왕 세트 역시 같은 방식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자명고’·‘천추태후’ 앞선 CG로 승부수

2월 말 방송하는 SBS 월화극 ‘자명고’(극본 정성희·연출 이명우)는 판타지 사극을 추구한다. 정사보다는 설화에 중심을 뒀기 때문에 초기 고구려와 낙랑국의 모습을 상상으로 표현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자명고’에 컴퓨터 그래픽이 자주 삽입되는 이유도 이 때문. 할리우드 영화 ‘포비든 킹덤’에서 영상효과를 담당했던 ‘매크로그래프’가 ‘자명고’ 컴퓨터 그래픽을 전담하는 건 이 드라마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주요 요인이다.

이명우 PD는 방영에 앞서 “극 초반 지금까지 사극에서는 한 번도 시도하지 않은 엄청난 컴퓨터 그래픽이 두 번 나온다”고 귀띔하며 “이 외에도 스스로 우는 자명고의 모습이나 검술 대결 등에서 특히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기리에 방송 중인 ‘천추태후’(극본 손영목·연출 신창석)도 국내서는 2대 밖에 없는 디지털 고속 카메라를 도입한 촬영으로 눈길을 끈다. 이 카메라는 고화질 촬영은 물론 1초에 1000번의 동작 촬영이 가능한 첨단장비. 말이 달리는 장면이나 비가 내리듯 화살이 날아오는 장면에서 주로 쓰인다.

○‘돌아온 일지매’ 책 읽어 주는 여자의 등장

‘돌아온 일지매’(극본 김광식· 연출 황인뢰)에는 이색적인 내레이션이 나온다. 역사적 배경을 진지하게 설명하는 기존 사극 속 해설자가 아닌 책을 읽어주는 이른바 ‘책녀’의 등장이다. 여기서 책은 원작인 고우영 화백의 만화 ‘일지매’다.

내레이터는 성우 김상현이다. 음악프로그램 ‘윤도현의 러브레터’의 코너 ‘마음 속의 멜로디’로 시청자에게 알려진 그녀는 원작 만화에 입각해 등장인물의 심리상태를 묘사하거나 사건의 개요를 자유롭게 오가는 총괄자 역할을 맡아 새로운 재미를 주고 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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