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단원들이 본 ‘베토벤바이러스’의 진실 혹은 거짓

  • 입력 2008년 9월 30일 08시 21분


6회 연속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으며 ‘전석매진’ 순항 중인 MBC-TV 드라마 ‘베토벤바이러스’.

클래식음악을 소재로 한 국내 최초의 흥행 드라마라는 점 외에도 김명민의 신 내린 연기, ‘No MSG’의 무공해 감칠맛이 줄줄 흐르는 조연들의 호연이 연일 화제다.

친숙한 듯 하면서도 의외로 사람들이 모르는 별종의 세계, 오케스트라. 과연 드라마 속 오케스트라와 실제 오케스트라는 얼마나 같고, 또 다를까.

질문은 주로 시청자들과 네티즌들이 궁금해 하는 점을 모았고, 답변은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임가진(34·제2바이올린 수석)씨와 이미성(30·오보에 수석대행)씨가 해주었다.

두 사람과의 만남은 세종문화회관 뒤편 오케스트라 연습실에서 이루어졌다.

- 드라마 속에서 단원들은 지휘자 강건우를 ‘강마에’라고 부른다. 성에다 ‘거장’을 뜻하는 존경의 호칭 ‘마에스트로’를 덧입혔다. 그렇다면 서울시향의 단원들은 정명훈 상임지휘자를 ‘정마에’라고 부르나?

임: 정답은 강력한 ‘아니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그런 호칭은 들어본 적이 없다. 단원들은 모두 ‘정명훈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외부에서는 ‘마에스트로 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정마에’는 어쩐지 ‘정쌤(선생님)’ 같은 어감으로 들린다.

- 바이올리니스트 두루미 역의 이지아 씨가 손톱을 길게 기른 채 연주하는 장면이 구설수에 올랐는데?

임: 손톱을 기르면 연주가 안 된다. 적어도 클래식 오케스트라에서는 있을 수 없다. 학생들이라 해도 손톱을 기르고 레슨 받으러 갔다간 선생님께 호되게 야단을 맞을 것이다.

-강마에 어록이 화제이다. 특히 단원들에 대한 폭언이 많다. 이런 폭군적인 지휘자가 실제로 존재할까?

이: 글쎄, 강마에 식으로 단원들을 다뤘다간 난리가 나지 않을까? 학생 오케스트라는 지휘자와 단원이 스승과 제자의 관계이니만큼 어느 정도 심하게 할 수 있을지 몰라도 프로 오케스트라에서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 드라마 속에서 천재 트럼펫 주자 강건우는 악보를 볼 줄 모르는데도 오케스트라의 모든 악보를 줄줄 외운다. 이런 일이 가능할까?

이: 가능하다. 천재라면.

임: 시각장애인의 경우는 악보를 볼 수 없지 않나. 한 번 들어서 외울 수 없을지는 몰라도, 듣고 악보를 외우는 일은 가능하다.

- 드라마를 보면 연습 중 단원이 지휘자 몰래 ‘문자질’을 하기도 하는데 실제 연습 분위기는 어떤가?

임: 말도 안 된다. 문자를 보내기는커녕 들어온 문자를 확인할 틈도 없다. 모두 프로들이기에 그런 점에서는 스스로 엄격하다. 연습시간 지각도 거의 없다. 드라마를 보면 공연 당일 단원들이 뒤늦게 헐레벌떡 달려 들어오는 장면이 나오는데, 현실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 강마에는 연습 도중 많은 악기군의 소리를 들으면서 단원들의 실수나 미세한 음정같은 것을 척척 지적한다. 가능한 일인가?

이: 사실이다. 뛰어난 지휘자들은 워낙 ‘귀’가 좋다. 게다가 음정은 음악의 기본요소이다.

- 비전문인들이 오케스트라 단원이 되어 두어 달 맹연습한 정도로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다는 드라마의 설정은 지나친 게 아닐지?

임: 아이의 서툰 그림에도 사람들이 얼마든지 감동하지 않나. 연주자들의 열성과 마음이 전해질 수 있다면 충분히 감동적인 공연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성공적인 연주가 곧 실력이 좋은 연주는 아니다.

- 극중 이순재 씨의 오보에 리드에 참외씨가 낀 것을 강마에가 지적하기도 했다.

이: 오보이스트로서 TV를 보며 한참 웃었다. 오보에의 리드 자체가 워낙 구멍이 좁다. 우리들은 그걸 ‘똥 낀다’라고 표현한다. 어떤 사람은 라면을 먹고 불었는데 고춧가루가 껴서 소리를 망친 사람도 있었다. 물론 지휘자가 연주자에게 “당신 악기에 참외씨 꼈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 쉬는 시간에 클래식곡이 아닌 대중음악을 연주하면서 박수치고 춤추며 놀더라. 실제도 그런가?

임: 학생 때는 그랬다. 물론 프로 오케스트라에서는 어려운 일이다. 나는 바이올린이지만 가끔 타악기 파트에 가서 팀파니를 막 두드려 보기도 한다. 우리들도 회식 때면 노래방에 간다. (혹시 노래방에서 클래식 가곡을 부르나?) 하하, 말도 안 된다. 여기 이미성 씨만 해도 단원들 사이에서 ‘노래방의 여왕’으로 불린다. (동석한 서울시향 홍보관계자는 “심지어 성악가들도 노래방 가면 트로트를 부르더라”고 덧붙였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사진 =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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