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채와 실망 사이]연기와 영상으로 채운 뮤지컬의 감동 ‘맘마미아’

  • 입력 2008년 8월 26일 03시 04분


박해미 씨
박해미 씨
《주름살이 자글자글한 억척 아줌마 메릴 스트립과 뱃살이 늘어진 피어스 브로스넌의 ‘맘마미아’.

이들이 주연한 영화 ‘맘마미아’(9월 4일 개봉)는 동명 뮤지컬을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 지중해가 보이는 그리스의 한 섬에서 모텔을 운영하는 어머니 도나와 사는 소피가 결혼식을 하루 앞두고 아버지를 찾기 위해 엄마의 옛 일기장에 나오는 남자친구 세 명을 초대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다뤘다.

스트립이 도나, 브로스넌과 콜린 퍼스 그리고 스텔란 스카르스고르드가 도나의 세 남자 친구, 어맨다 세이프리드가 소피로 출연했다.

스트립은 최근 영국 일간지 데일리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9·11테러 후 상심한 딸을 위로하기 위해 뮤지컬을 함께 본 뒤 감동해 스태프에게 편지를 쓴 것이 영화 출연의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필리다 로이드 감독을 포함한 당시 뮤지컬 스태프가 영화를 제작하면서 스트립을 끌어들였다.

영화와 뮤지컬 ‘맘마미아’의 매력 분석과 함께 2004년 뮤지컬 한국 초연에서 도나 역으로 인기를 모은 박해미 씨가 본 스트립의 ‘도나’ 관전 포인트도 소개한다.》

○ 뮤지컬 ‘맘마미아’의 팬이라면


▽좋았어=공간이 제약될 수밖에 없는 뮤지컬의 단점을 보완하고 영화적 상상력이 가미됐다. 뮤지컬의 무대는 그리스 지중해의 섬에 있는 도나의 모텔로 제한됐지만 영화는 그리스의 푸른 바다와 해변 등으로 확장됐다. 뮤지컬에서는 좁은 호텔 안에만 있기 때문에 소피와 세 아버지 후보가 가까워지는 부분이 미흡하게 처리됐다. 영화는 이들이 도나의 눈을 피해 바다에서 요트를 타고 노래를 부르며 친밀해지는 과정을 상세히 보여준다.

▽아쉬워=뮤지컬의 주요 장면들이 일부 사라졌다. 2막 오프닝 부분에서 노래 ‘언더 어택’과 함께 나오는 도나의 악몽이 사라져 후반부에 소피가 아버지 없는 인생에 대해 분노를 표시하며 도나와 갈등을 빚는 장면의 개연성이 약하다. 도나와 친구들이 과거 보컬 밴드 시절 의상을 차려입고 모텔에서 ‘슈퍼 트루퍼’를 부르는 신에서는 초라한 모텔 무대가 강조돼 뮤지컬에서의 파워와 임팩트가 다가오지 않는다.

○ 메릴 스트립·피어스 브로스넌의 팬이라면


▽좋았어=중년을 넘어 노년기에 접어드는 스트립과 브로스넌의 새로운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스트립은 자신을 찾아온 세 남자친구를 몰래 보기 위해 모텔 벽을 타넘는 등 ‘푼수기’ 넘치는 아줌마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소화한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 ‘디 아워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보여준 지성미와 카리스마와는 또 다른 매력. 샘 역의 브로스넌도 영화의 캐릭터에 성공적으로 녹아들었다. 뱃살이 출렁거리는 그를 보면서 007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아쉬워=영화를 보면서 라이브 노래 실력을 기대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인 듯. 스트립은 비교적 수준급, 브로스넌은 평범한 노래 실력이다.

○ 박해미 씨가 본 메릴 스트립의 ‘도나’ 관전 포인트

▽‘댄싱 퀸’

도나가 이 노래를 부르며 헐렁한 멜빵 청바지를 입고 침대에서 체조선수처럼 두 다리를 옆으로 벌리며 펄쩍펄쩍 뛰는 모습은 뮤지컬보다 더 장난꾸러기 같다. 뮤지컬과는 다른 연출이면서도 도나를 도나답게 표현한 장면. 스트립은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 장면에 대해 “본능적으로 연기했다. 다시 해보라고 하면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 위너 테이크스 잇 올’

뮤지컬에서 후반부 샘이 프러포즈를 하자 도나가 이 노래를 부르면서 거절한 뒤 핑크빛 스카프를 휘날리며 해변을 뛰어가는 모습이 나온다. 이 부분을 영화로 어떻게 처리할지 가장 궁금했다. 해질녘 바다의 멋진 배경과 배우들의 호소력 있는 표정 연기가 노래의 아쉬움을 해소했다.

▽‘슬리핑 스루 마이 핑거스’

딸의 머리를 빗겨주고 발톱을 손질해주는 장면에서 도나가 이 노래를 부를 때 눈물이 돌았다. 딸 가진 어머니들은 가슴이 찡해질 장면이다. 뮤지컬에서는 큰 무대에 여자 둘만 나와 썰렁했지만 영화는 화면이 꽉 차 보인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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