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명 공개수배’ PD “우린 경찰과 시민 잇는 코디네이터”

  • 입력 2007년 11월 22일 10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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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높을 줄 몰랐습니다. 처음엔 검거율이 20~30%만 돼도 좋겠다고 했는데 점점 눈덩이처럼 불어나더군요.”

52명의 용의자 중 24명(자수 7명 포함)을 붙잡아 ‘꿈의 검거율’인 50%에 근접(46%)한 KBS 2TV ‘특명 공개수배’. 시청률은 7%에도 못 미치지만 방송에 나오면 2명 중 1명이 잡혀 ‘경찰보다 무서운 방송’으로 떠올랐다.

▒ ‘경찰보다 무섭네’…검거율 46%

프로그램을 연출한 이제헌 PD는 스포츠동아와의 인터뷰를 통해 “저희는 경찰과 시민들을 잇는 코디네이터(연결고리)”라며 “방송이란 매개체를 통해 범인은 반드시 잡힌다는 사회의 의지를 집단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PD는 “경찰청에서는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반기지만 일선 경찰서에서는 아직 꺼리는 경향이 있다”며 “방송을 통한 공개수배가 해당 경찰서의 무능함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처럼 비친다는 부담 때문”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기억나는 사건을 꼽아달라고 하자 그는 뜻밖의 답을 내놓았다.

“해결 못한 사건들만 생각납니다. 잡힌 사건들은 이미 방송이 됐으니까요. 흉악범일수록 재범의 우려도 있으니 빨리 잡아야겠다는 생각 뿐입니다.”

다음은 일문일답.

▒ 검거율 50%를 앞두고 있다. 소감은 어떤가

“범죄가 갈수록 진화되고 단순히 돈만 뺏어도 될 사건이 살인으로 커지는 세상이라 안타깝다. 방송이란 공기(公器)를 통해 시청자들이 방송을 보고 제보하면 그것이 결정적 단서가 된다. 검거된 사람들을 인터뷰해보면 심리적 부담감이 말도 못한다. 어디서 누가 볼지 모른다고 하더라.”

▒ 방송 대상은 어떻게 선별하나?

“경찰청에서 상하반기 공개수배자 명단을 뿌리고 중간중간에 경찰서에서 (명단이) 올라오는 수배자가 있다. 방송, 전국지, 지역신문까지 모니터하면서 사건사고 기사를 모니터 하면서 할만하다 싶은 사건을 정한다. 또 인터넷이나 편지를 통해 피해자들이 직접 제보하는 경우도 있다. 이후 해당 경찰서와 상의해서 방송을 진행한다.”

방송의 공식 홈페이지에는 ‘수사제보’, ‘시청자게시판’이 분류되었지만 두 게시판 모두 매일 수십건의 제보가 접수되고 있다.

▒ 경찰의 반응은?

“경찰청은 상당히 좋아한다. 일선 경찰서 중 우리와 일해본 곳은 환영한다. 하지만 저희와 해보지 않은 경찰서는 꺼려한다. 시간과 병력을 뺏기고 귀찮게 생각하는 것 같다. 결정적으로 경찰들이 방송을 통해 공개수배를 하게 되면 해당 경찰서가 능력이 없는 것처럼 비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다.”

▒ 해결 방법은?

“경찰서에 종종 들러 ‘재범의 우려가 높은 경우에는 빨리 공개수배를 해야 좋은 것 아니냐’는 식으로 최대한 설득한다. 이젠 ‘실적’이 나오고 하니까 많이 이해하는 편이다.”

▒ 일선 형사들의 반응은?

“아이템을 잡기 위해 답사도 가고 현장 촬영도 한다. 인터뷰는 물론 생방송에 출연 요청을 한다. 반신반의하던 형사들은 방송에 나오는 전화받는 상담원들을 보고 ‘폼’인줄 알았다고 했다. 하지만 방송 직후 100~300건의 제보를 받아 분류를 거쳐 전달하면 반응이 달라진다. 실제로 용의자를 수배하고 검거하니 ‘방송만을 위한 것이 아니구나’, ‘방송의 진정성을 알았으니 꼭 잡아야겠다’라고 한다.”

한편 ‘특명 공개수배’는 22일 방송에서 결혼까지 생각했던 여성에게 과도한 집착으로 결국 흉기까지 휘두른 ‘대구 서부 살인 미수 사건’, 추석연휴 동안 12곳의 현금인출기에서 2억 원을 훔친 ‘부찬 현금인출기 절도 사건’ 용의자를 수배한다.

스포츠동아 정기철 기자 tomjung@donga.com

[화보]KBS 2TV ‘특명 공개수배’ 녹화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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