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홍기선]아리랑TV 공익채널 제외 문제있다

  • 입력 2007년 11월 10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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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방송위원회는 몇 가지 방송 현안에 대한 정책 결정을 서두르는 것 같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정권 말기에 예민한 사안을 이해관계에 따라 졸속 처리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게 한다.

필자가 걱정하는 점은 시기적 적절성보다는 방송위원회의 판단이 누가 보아도 원칙과 순리에 따라 타당하게 이루어졌는가 하는 문제다. 이런 점에서 사회적으로는 그리 큰 관심을 끌지 못하지만 케이블 TV의 ‘공익 채널’ 선정 문제는 방송위원회의 무원칙과 논리적 혼란을 보여 주는 극명한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아니길 바라지만 이해집단의 로비에 따라 방송위원회의 정책 결정이 흔들리지 않나 하는 오해를 살 만한 사안이기도 하다.

아리랑TV는 1996년 국가홍보 차원에서 공적 재원, 즉 국민의 세금으로 설립한 공공기관이다. 현재 영어를 포함해 중국어 아랍어 스페인어 등 4개 언어로 전 세계에 한국의 문화를 전파하고, 국내에서는 위성과 케이블을 통해 100만 명이 넘는 국내 거주 외국인과 600만 명이 넘는 방한 외국인에게 한국 생활의 안내자로서 그 역할을 담당한다. 또 내국인이 영어방송을 통해 국제 감각을 익히는 중요한 통로로 자리 잡았다.

방송이 다양한 매체와 수많은 채널로 분화되면서 KBS나 MBC와 같이 몇몇 지상파 방송이 독과점적으로 프로그램을 무료로 배급하던 시기는 지났다. 이제 방송은 이윤을 추구하는 사업이 됐고 프로그램은 가입료를 내야만 시청할 수 있는 유료 상품이 됐다. 이런 경우 별로 상품성은 없지만, 즉 시청률은 낮지만 시청자에게 꼭 필요한 채널은 세금이나 공공기금 등 공적 재원으로 운영하도록 보완하는 제도가 공익 채널의 기본 성격이며 적극적인 공익 추구의 모델이다.

자연히 무료 방송의 존재 가치는 그것이 추구하는 공익이 정말로 공적 비용을 지불해서 사회적 부담을 질 만큼 충분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에 달려 있다. 이런 면에서 보면 제도적으로 아리랑TV는 국가홍보와 국제이해 증진이라는 공적 목표를 추구하는 공공방송이다. 방송위원회가 매년 250억 원이 넘는 공적자금을 지원하는 이유다.

그런데 최근 방송위원회는 ‘공익 채널’ 기준을 새로 설정하고 아리랑TV는 공익 채널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엄청난 결정을 내렸다. 아리랑TV 대신 민간 기업이 설립한 다른 채널을 공익 채널로 지정했다.

이런 조처는 케이블 TV 사업자(종합유선방송 사업자)가 자의적 판단에 따라 아리랑TV를 방송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즉 방송위원회에서 보기에 아리랑TV는 수많은 채널 중의 하나로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라는 것이다.

아리랑TV가 시청권역의 축소와 그에 따른 광고 감소로 엄청난 재정적 위기에 당면하면 부족한 재원을 보충하기 위해 더 많은 공적자금이 필요할 것이다. 아니면 국내 방송을 중단하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내몰릴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공익재단으로 설립한 아리랑TV의 정체성은 무엇이며 지금까지 거액의 공적자금을 할당해 준 방송위원회의 조처는 어떻게 합리화될 것인가?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필자는 아리랑TV를 살려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한 나라의 방송정책을 책임지는 방송위원회의 결정이 이렇게 일관성이 없고 모순일 수 있을까 하는 점을 지적하고 염려한다.

방송위원회에 대해 흔히들 전문성이 부족하다든지 정책의 일관성이 없다는 비평이 지나가는 구설수가 되기를 바라며 공익 채널 선정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이 있기를 바란다. 그래서 예민한 시기에 염려했던 점이 오해였음을 확인하고 싶다.

홍기선 고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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