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명중 아홉 “알고 있다” 두명중 한명 “보고 싶다”

  • 입력 2007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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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인 13일 오후 3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점. 줄 서 있는 사람만 수백 명이고, 이 시간대 영화는 모두 매진이다. 영화 인지도 선호도 조사기관인 ‘와이즈베이 컴퍼니’의 아르바이트생 안동균 씨가 가장 바쁜 시간이다. 수십 명에게 한꺼번에 설문지를 뿌린 뒤 누구에게 줬는지 용케 기억하고 펜을 내려놓자마자 달려가기를 반복한다. 혼자 심심하게 있는 사람이 안 씨의 표적. 그는 “극장에 항상 여성이 더 많아서 남성 수를 맞추려 하지만 결과에는 여성의 영향력이 크다”고 말했다.》

‘허브’는 여성 ‘에라곤’은 남성이 선호… ‘마파도2’ 부산서 인기
강북-지방 대중적 작품, 강남은 마니아 성향 영화 선호도 높아

영화 인지도 선호도 조사란 개봉작과 미개봉작을 대상으로 영화에 대해 알고 있는지, 무엇을 보고 싶은지를 알아보는 조사다. 이 회사는 매주 서울 강남 강북과 부산에서 성별과 나이에 따라 총 700여 명을 조사한다. 결과는 각 영화의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데 쓰인다. 개봉 전의 인지도와 선호도는 마케팅의 성과를 보여 주며 영화의 흥행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간, 종로구 종로3가 단성사에서는 아르바이트생 정재민 씨가 조사를 하고 있다. 강남에 비해서 10대 관객이 적고 중장년층이 많다. 정 씨는 “여러 명이 모여 있으면 모르는 영화라도 서로 이야기하다가 안다고 착각하기 마련”이라며 “그래서 무리지어 있는 관객은 피한다”고 말했다.

○ 인지도 따라 마케팅전략 세워

이날의 조사 결과, 11일 개봉작 중 ‘허브’는 10대와 20대 여성이, ‘에라곤’은 10대와 20대 남성이 좋아했다. ‘데스노트2-라스트네임’은 10대들의 지지를 받았다. 또 ‘허브’와 ‘데스노트2’는 부산에서, ‘데자뷰’와 ‘블러드 다이아몬드’는 강남의 20대 후반 이상이 선호했다. ‘묵공’은 30대 남자들만 좋아했다. 18일 개봉하는 ‘마파도2’는 전편의 프리미엄 덕분에 인지도가 매우 높았고 10대 여성과 부산에서 인기가 있었다.(보고 싶은 영화를 세 편 선택하는 ‘3순위 선호도’ 기준)

16일, 조사결과를 받은 ‘허브’ 제작사 KM컬쳐는 20대 남성의 인지도가 전보다 높아진 데 주목했다. 특정 예매사이트에 20자 평을 남긴 관객에게 데이트 비용을 현금으로 주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심영 이사는 “데이트 비용이 필요한 20대 남성의 인지도를 선호도로 연결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강 로맨스’ 제작사 드림픽쳐스 손효정 대리는 “같은 주 개봉작들에 비해 인지도가 높은 것으로 나왔지만 앞뒤로 센 영화들(‘마파도2’와 ‘그놈 목소리’)이 있어 버스 광고나 벽보 광고를 더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 외화-최우선 선호도, 방화-3순위 선호도로 흥행 예측 인지도 선호도 조사를 시행하는 회사는 국내에 세 곳. 설문 내용은 주로 인지도, 최우선 선호도, 3순위 선호도 등. 와이즈베이 컴퍼니 강연화 팀장은 “가족영화는 인터넷 예매율이 높아 최우선 선호도를, 데이트 무비나 코미디는 현장 구매율이 높아 3순위 선호도를 주로 살펴보며 외화는 최우선 선호도, 한국영화는 3순위 선호도를 통해 흥행을 예측한다”고 말했다. 또 강남은 마니아 성향 영화의 선호도가 높고 강북이나 지방은 대중적 영화의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그래서 마케터들은 강남의 선호도가 특히 높으면 큰 흥행은 어렵다고 본다.

역대 500만∼1000만 관객 영화의 개봉 주 평균 인지도는 93%, 최우선 선호도는 27%, 3순위 선호도는 49% 정도. 최소 열에 아홉이 영화에 대해 알고 그중 반은 영화를 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야 500만 이상의 관객이 드는 것. 또 최우선 선호도와 3순위 선호도의 격차가 적을수록 ‘대박’의 가능성이 높다.

흥행 유형도 알 수 있다. ‘왕의 남자’와 ‘미녀는 괴로워’는 개봉 이후에 선호도가 높아졌다. 입소문의 힘으로 흥행한 것으로 해석된다.

‘웰컴 투 동막골’ ‘말아톤’ ‘살인의 추억’ 등은 시사회 이후 개봉 전까지 선호도가 급상승했다.

‘괴물’ ‘타짜’ ‘태극기 휘날리며’는 처음부터 인지도가 높았고 지속적으로 그 관심을 이어 간 경우. 지금까지 개봉 주 최고 인지도는 ‘괴물’로 95.7%였고 이 영화의 3순위 선호도는 61.9%나 됐다.

강 팀장은 “작년부터 한국영화가 많아지면서 관심이 분산돼 전체적인 인지도 선호도 수치는 하락했다”며 “이전에는 마케팅의 힘으로 개봉 주 스코어가 반짝 좋은 적이 있었지만 이제는 작품의 힘과 흥행이 거의 맞물리는 추세”라고 말했다.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이 기사의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 박민영(서울대 영어영문학과 3학년), 김아영(〃) 씨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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