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공공기관 지정 ‘딜레마’

  • 입력 2006년 12월 2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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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예산처가 정부의 규제를 받는 공공기관 운영 관련법을 신설하면서 KBS에 대한 예외 조항을 두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안’에 따르면 예산처는 정부가 출연했거나 재정 지원을 받는 기관 중 공공기관을 지정해 경영 공시를 의무화하고 기관 통폐합과 민영화를 추진할 수 있다. 또 공공기관 가운데 직원이 50명 이상이고 전체 수입 중 자체 수입이 절반 이상이면 공기업으로 지정하도록 돼 있다.

KBS는 정부가 자본금 100%를 출자한 기관인 데다 광고료 수입이 60%여서 공기업으로 지정할 수 있다. 공기업의 경우 예산처 장관이 경영 실적을 평가해 기관장의 해임도 요구할 수 있다. 공공기관 지정은 민간위원이 참여하는 예산처 소속 ‘공공기관 운영위원회’의 심의 의결을 거치도록 돼 있으며 위원장은 예산처 장관이 맡는다.

예산처는 KBS가 공공기관으로 지정될 가능성은 없다는 태도다. 장병완 예산처 장관이 8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KBS와 한국은행 등 중립성과 독립성이 필요한 기관은 공공기관 지정에서 제외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그러나 류현순 KBS 대외정책팀장은 “법적으로 가능할 경우 정부가 언제든지 KBS를 공기업으로 지정해 통제할 수 있다”며 “KBS는 언론기관이므로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예외 조항을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KBS의 공공기관 지정 여부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KBS의 방만한 경영 실태를 감시할 수 있는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2004년 KBS에 대한 감사를 벌인 뒤 “KBS가 예산 편성에서 외부 감독을 전혀 받지 않아 방만한 경영을 해 왔다”고 발표했다.

정부 출자 기관이 예산 편성과 결산 과정에서 정부의 엄격한 심사를 받는 것과 달리 KBS는 국회에서 결산 승인만 받는다.

강형철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KBS 방만 경영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지만 방송사를 정부 투자 기관과 같이 취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국가와 정치로부터 독립된 기구가 공영방송을 규제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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