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위 정치종속-전문성 부족 KBS MBC에 포획당한 상태”

  • 입력 2006년 4월 8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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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9일 임기가 끝나는 제2기 방송위원회(위원장 노성대)가 정치적으로 독립적이지 못하고 위원들의 전문성이 부족해 정치권과 KBS, MBC 등 방송 사업자에 포획당하는 한계를 노출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윤식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전국언론노동조합이 7일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에서 개최한 ‘3기 방송위원 선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세미나 발표자로 나서 방송위원들의 소신 없고 전문성이 결여된 정책 집행을 비판했다.

정 교수는 먼저 방송위의 정치적 독립성 문제를 지적했다. 2000년 방송법 개정 이후 정부로부터 독립된 규제기관으로서 제1기 방송위가 출범했으나 9명의 위원 가운데 친여적인 인사가 다수를 이루고 있어 실질적인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친여적인 방송위가 KBS, MBC, EBS의 이사 구성과 사장 선임 과정에도 영향을 주게 돼 한국 공영방송 전체가 인사권의 독립을 이루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1, 2기 방송위원들이 주로 낙마한 정치인, 은퇴한 방송사 간부, 시민단체 출신 등으로 구성돼 전문성, 정치적 역량, 도덕적 권위 면에서 이전의 위원들보다 오히려 약체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방송위의 권한이 법적으로 강화될수록 방송위원들이 약체로 구성되는 모순은 정치권력이 방송을 원격 조종하고자 하는 의지의 발로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방송위원들이 KBS, MBC 사장을 능가할 정도의 실세 위원들이 아니어서 규제의 대상인 방송사에 대해 권위 있는 정책 집행을 할 수 없게 됐다고 혹평했다.

정 교수는 특히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관한 보도의 공정성 논쟁 당시 방송위가 뚜렷하고 소신 있는 행정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 점을 비판했다. 정 교수는 “탄핵 보도 심의와 같은 정치적으로 ‘곤란한’ 사항은 외부의 전문가 집단에 맡겨버리는 등 방송위원회가 전문가 집단이 아니라 용역을 맡기는 브로커 집단에 가깝다”고 혹평했다.

정 교수는 방송위가 이런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KBS, MBC 사장을 능가할 정도의 전문성과 도덕적 권위를 가진 사람들을 3기 방송위원에 선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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