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수신료 인상 이전에 구조조정을”

  • 입력 2004년 12월 10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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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최근 수신료 인상안(월 4000∼5000원)을 이사회에 보고한 데 이어 10일 오후 한국방송회관 3층 회견장에서 ‘KBS 재원 구조의 공영화 방안’을 주제로 ‘여론몰이용’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수신료 인상 프로젝트’를 본격 가동하고 있다.

그러나 언론학자들은 수신료 현실화보다 KBS의 방만한 경영의 효율화와 보도의 공정성에 대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조치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KBS가 자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수신료 인상 반대여론이 70% 이상으로 높았고, 인터넷 홈페이지에서도 반대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어 KBS가 ‘수신료 인상 프로젝트’를 어디까지 밀어붙일지 주목된다.

수신료 인상은 KBS 이사회가 의결한 뒤 방송위원회를 거쳐 국회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현재 수신료는 월 2500원.

▽수신료 5000원으로 인상하자=권호영(權晧寧)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은 이날 발표문 ‘수신료 현실화 추진방향’에서 “수신료를 월 2500원에서 5000원으로 인상하고 광고를 완전 폐지해야 한다”며 “이 경우 KBS의 이익은 연 1184억∼1388억 원 적자가 예상되나 경영 합리화로 대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 연구원은 “수신료를 5000원으로 인상하고 광고를 절반으로 줄일 경우 KBS의 경상이익이 연간 2003억∼2492억 원으로 증가하지만 이처럼 이익이 늘어나는 시나리오는 시청자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수신료 인상 이전에 구조조정부터= 권 연구원은 “이전에 KBS는 경영의 효율화만으로 수신료 인상에 대한 시청자 동의를 얻을 수 있었으나 이제는 프로그램의 이념적 편향 논쟁을 예방해야 하는 과제가 추가됐다”며 “수신료 인상은 이런 조건이 해결됐다는 전제 아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형철(姜亨澈)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수신료 인상과 병행해 방송의 공정성 확보와 방만한 경영의 개선을 촉구했다. 그는 “공영방송의 공정성 시비는 제작진의 세계관을 시청자에게 일원적으로 제공하려는 계몽주의 언론 방식 때문”이라며 “수신료는 누구나 같은 값을 내기 때문에 특정 정파나 가치가 아닌 여러 정파와 가치를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또 “독점적 상황에서 안주해 온 공영방송의 제작진이 보이는 거만과 관료주의, 방만한 경영 등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론은 부정적=KBS가 10월 전국 성인남녀 2005명을 대상으로 수신료 인상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적극 반대한다’가 859명(42.8%), ‘대체로 반대한다’가 598명(29.8%)으로 반대 여론이 72.6%로 나타났다.

KBS의 홈페이지 게시판에도 반대 여론이 대세를 이룬다. ID ‘이의웅’은 “대통령 탄핵 때 편파방송으로 지탄을 받은 데다 이익금을 정부에 배당하는 대신 사원들에게 나눠 주면서 수신료 인상에 대해 시청자들의 동의를 받을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정민’은 “TV 전파가 잡히지 않아 유료로 케이블방송을 보는데 왜 수신료도 강제로 내야 하느냐”고 항의했다. ‘이금자’도 “편파 보도와 비효율적 경영을 하는 KBS는 공영방송이 아니다”며 수신료제도 폐지를 주장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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