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조건부 재허가 추천]‘稅前이익 15% 사회환원’ 새 불씨

  • 입력 2004년 12월 6일 18시 48분


코멘트
두 달 이상 끄는 바람에 ‘민영방송 길들이기’라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SBS에 대한 방송 재허가 문제가 ‘조건부 재허가 추천’으로 매듭지어졌다.

방송위원회(위원장 노성대·盧成大)는 6일 올해 말 허가기간이 만료되는 SBS에 대해 조건부 재허가 추천을 의결했다. 방송위는 이날 △매년 기부금 공제 후 세전 이익의 15% 공익재단 출연 △1990년 허가 당시 약속한 사회 환원 출연액 중 미출연한 300억 원의 3년간 분납 △허가 당시 SBS의 대주주인 태영이 출연을 약속했던 300억 원 중 미출연금 69억 원의 납부 등 5가지 조건을 달았다.

그러나 공영방송인 KBS 및 다른 민영방송사와는 달리 SBS에만 차별적으로 세전 이익의 15%를 내도록 강요함에 따라 형평성 문제와 법적 논란이 제기될 전망이다.

특히 방송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SBS 심사평점을 확정한 시기에 대해 엇갈린 답변을 내놓는가 하면 발표문의 모호한 용어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발표문의 절반을 무효화하는 등 혼선을 빚어 “심사과정 자체가 청문회 감”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SBS에만 15% 사회 환원 강요=방송위가 SBS에 합격점을 주고도 재허가 추천을 보류해 온 이유는 ‘SBS가 설립 당시 세전 이익의 15%를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열린우리당이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세전 이익 15% 출연 조건(2003년 기준 167억 원)은 SBS가 이번 심사과정에서 제안했던 당기 순이익의 10%(2003년 기준 86억 원)의 두 배 가까운 금액이다. 방송위가 재허가 추천을 조건으로 이 같은 규모의 출연금을 SBS에만 차별적으로 강제 부과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법적인 논란이 예상된다.

또 국회와 감사원의 거듭된 시정 요구에도 불구하고 방송위가 이번 재허가 심사과정에서 KBS에 대해 이익잉여금의 국고 배당을 구속력이 없는 권고 규정으로만 두어 SBS와의 형평성 문제도 불거지게 됐다. KBS는 지난해 말 현재 4242억9819만6000원의 이익잉여금을 내고도 한 푼도 국고에 배당하지 않았다. KBS는 방송위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이익잉여금의 국고 배당에 관한 조항 등이 빠진 정관 개정안을 인가 신청했다가 방송위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정윤식(鄭允植)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채널이 많아지고 디지털 전환에 투자해야 하는 등 SBS 설립 당시와 방송 환경이 크게 달라졌으므로 방송위는 세전 이익 15% 출연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제시했어야 했다”며 “민영방송에 한해 사회 환원 등을 강제하려면 법이나 규정에 근거를 두는 것이 옳다”고 지적했다.

▽심사 기준도 자의적=방송위가 지난달 23일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에 보고한 ‘지상파 방송 재허가 추천 심사관련 자료’에 따르면 방송위는 절대평가를 통해 1000점 만점 중 650점 이상을 받은 사업자는 재허가 추천을 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이에 따르면 650점을 못 받은 방송국은 269곳 가운데 경인방송(597.23점), 강원민방(607.63), 민영방송사인 청주FM 방송국(602.65점) 등 3곳. 그러나 청주FM은 아무런 조건 없이 재허가 추천을 받았다. 최하 점수를 받은 경인방송도 10월 26일 발표 당시 재무구조 개선 계획서 제출 등을 조건으로 재허가 추천을 받았다가 노사갈등으로 파업사태가 빚어지자 뒤늦게 ‘청문’ 절차를 밟기로 했다.

그러나 방송위는 11개 민영 TV 사업자 중 부산방송(772.28점)을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690.28점을 받은 SBS에 대해선 재허가 추천을 계속 보류했다. KBS2의 부산(661.48)과 울산(677.61) 지역국, MBC의 계열사인 광주(688.83) 대구(686.11) 대전MBC(674.23) 등 SBS보다 낮은 점수를 받은 방송사들도 두 달 전에 모두 재허가 추천을 받았다.

황근(黃懃) 선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번 재허가 추천 심사는 심사기준보다 정치권의 요구에 따라 이뤄진 인상을 주고 있다”며 “방송위의 자의적 판단을 막기 위해 재허가 심사 기준과 재허가 이후의 절차에 대한 규정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상파 TV 재허가 추천 심사 결과

총점(1000점)재허가평가(500점)방송평가(500점)
KBS 1서울741.88318.63423.25
광주738.63321.63417.00
대구732.63315.63417.00
대전740.08319.38420.70
부산707.21290.13417.08
울산711.21294.13417.08
KBS 2서울701.36313.38387.98
광주702.61314.63387.98
대전700.53312.38388.15
대구696.53308.63387.90
부산661.48273.50387.98
울산677.61289.63387.98
MBC서울691.66297.88393.78
광주688.83310.38378.45
대구686.11327.38358.73
대전674.23285.00389.23
부산742.73366.25376.48
울산713.68322.63391.05
민영방송SBS690.28272.00418.28
부산772.28374.88397.40
광주680.28293.50386.78
대구674.80293.25381.55
대전666.46276.25390.21
울산683.01296.38386.63
강원607.63239.00368.63
경인597.23249.25347.98
전주678.80292.50386.30
청주660.93297.50363.43
제주686.93290.63396.30
KBS와 MBC는 광역시 소재 방송국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