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순덕/전쟁과 뉴스

  • 입력 2003년 4월 16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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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 뉴스방송 덕에 우리는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의 몰락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시간으로 9일 밤, 후세인의 거대한 동상이 미군 탱크에 끌려 땅바닥에 떨어지는 중계방송을 통해 시청자들은 역사의 큰 전환점을 목격한 것이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의 붕괴를 동시간대에 볼 수 있었던 사람은 제한적이었지만 24시간 케이블뉴스채널이 보편화된 지금은 한 시대 독재정권의 종말을 전 지구족이 같은 시간에 볼 수 있었다. 이 같은 채널 특성 덕에 이라크전쟁 중 YTN의 시청률이 3배나 뛰었다고 YTN측은 말한다.

▷뉴스전문 케이블채널의 눈부신 활약은 미국에서 단연 두드러진다. CNN과 FOX뉴스채널의 시청률이 각각 300% 올랐고 MSNBC는 350% 폭증했다. 91년 걸프전에선 바그다드 폭격을 유일하게 생중계했던 CNN이 뉴스계의 단독 스타로 떠오른 데 비해 이번엔 FOX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보수적 애국적 색깔의 ‘FOX효과’ 덕이다. 올드 미디어와 뉴미디어라는 기존의 미디어 구분을 ‘풀(Pull) 미디어’와 ‘푸시(Push) 미디어’로 변화시킨 것도 이라크전이다. 24시간 뉴스 보도 덕에 시청자가 원하는 시간마다 뉴스를 접할 수 있는 케이블채널은 풀 미디어요, 정해진 시간에 뉴스를 전하는 공중파TV는 푸시 미디어라는 것이 미디어 학자들의 설명이다.

▷이번에 탄생한 전쟁 및 뉴스 관련 용어로 ‘임베드(embeds)’도 있다. 지금까지의 종군기자와는 달리 군인과 함께 먹고 자고 움직이는 언론인이라는 의미로 미국 국방부에서 만든 말이다. 임베드 언론인들의 보도는 생생했다. 그러나 탱크에 올라타고 총구를 들여다보며 미국적 시각에서 내보낸 영상은 전쟁이라기보다 스포츠경기나 컴퓨터게임 같은 느낌을 준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아프가니스탄전쟁 때만 해도 앵커가 막중한 역할을 한 덕에 뉴스프로는 ‘앵커들의 전쟁’으로 불렸지만 이번엔 ‘리포터들의 전쟁’이었다.

▷케이블뉴스의 시청률이 올랐다고는 해도 전체 시청자 수를 따지면 문제는 달라진다. ABC, NBC, CBS 등 미국 세 공중파방송을 합친 일일 평균시청자수는 2800만명. CNN, FOX, MSNBC를 합한 730만명보다 네 배 가까이 많다. 그런데 ‘사회문제에 관심 많은 언론인위원회’의 빌 코바치 위원장은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다소 엉뚱하지만 중요한 얘기를 했다. 전쟁보도에서 “케이블이냐, 공중파냐보다 의미 있는 것은 사람들이 신문에 눈을 돌린다는 사실”이라고. 사람들은 생각할 시간과 함께 전체적 맥락과 분석을 원하기 때문이라는 그의 말도 새겨봄 직하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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