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추억의 협객들 스크린 납신다

  • 입력 2003년 1월 12일 17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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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인시대’의 열풍이 스크린에도 옮겨가는 걸까. 실존했던 ‘의리의 협객’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잇따라 기획중이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야인시대’의 열풍이 스크린에도 옮겨가는 걸까. 실존했던 ‘의리의 협객’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잇따라 기획중이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주먹’들이 스크린으로 몰려온다.

TV드라마 ‘야인시대’가 불러일으킨 ‘의리의 협객’ 붐이 올해는 영화 스크린으로 옮아가는 걸까. 끝도 없이 이어지던 ‘조폭(조직폭력배) 코미디’ 붐이 시들해진 반면, 실존했던 이름난 싸움꾼들을 소재로 한 영화 기획에 불이 붙었다.

#부활하는 ‘주먹’들

김태균 감독의 ‘조선의 주먹’은 시라소니(본명 이성순)의 젊은 시절을 소재로 한 영화. 그가 시라소니라는 이름을 얻기 전인 20대 초반, 중국에서 이상대라는 사람을 만나 겪은 일을 허구적으로 꾸몄다. 현재 중국에 촬영 세트를 짓고 있는 중이며 3월말에 촬영을 시작해 추석에 개봉할 예정. 아직 출연진이 확정되지 않았으나 이정재 양동근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후문.

세계의 한다하는 싸움꾼들을 꺾으면서 실전 공수도인 ‘극진 가라테’를 보급한 재일 한국인 최배달(본명 최영의)의 일대기를 그리게 될 ‘바람의 파이터’(감독 양윤호)는 주연을 맡은 가수 비가 일본 동계훈련을 다녀왔고 다음달 촬영을 시작한다.

일제강점기에 전설적 레슬러였던 재일 한국인 역도산(본명 김신락)을 소재로 한 송해성 감독의 ‘역도산’은 한일합작으로 제작된다. 모두 영웅들의 이야기인 위 2편과 달리, ‘역도산’은 ‘스카페이스’처럼 비열한 거리에서 분투하는 반(反)영웅의 휴먼 드라마로 방향이 잡혔다. 올 여름쯤 촬영을 시작할 예정이며, 주연에 설경구가 유력하다는 소문이 있다.

#왜 ‘주먹’인가

최근 폭력을 다룬 한국 영화들은 대부분 조폭 코미디였다. 조폭 영화 바람을 일으킨 ‘친구’는 조폭의 우정과 배신을 ‘비장하게’ 다뤘지만 이후 나온 ‘조폭 마누라’ ‘두사부일체’ ‘가문의 영광’ 등은 모두 우스꽝스러운 조폭이 주인공이었다.

올해 불어닥칠 ‘의리의 협객 영화’ 바람은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분석된다. 차승재 싸이더스 대표는 “조폭 코미디 영화는 신물이 나는 단계에 이르렀으며 협객 영화 붐은 그 반작용으로 조성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협객을 다루는 작품은 영화에서 불멸의 주제인 폭력과 사랑을 드라마틱하게 다룰 수 있는 장르로 각광받는다. 드라마 ‘야인시대’처럼 건달의 정통성이 뒷받침된 주먹과 의리와 낭만을 발산하는 사나이들의 이야기가 하나의 신드롬을 낳을 것이라고 영화계는 보고 있다.

만화가 방학기씨는 ‘바람의 파이터’(최배달), ‘바람의 아들’(시라소니), ‘피와 꽃’(역도산) 등의 작품에서 영화의 소재가 된 싸움꾼들을 모두 다뤄본 적이 있다.

“싸움꾼을 ‘조직파 주먹’과 ‘낭만파 주먹’으로 구분한다면, 김두한 시라소니 같은 이들은 1 대 1로 대결하고, 사나이의 미덕을 지켰던 ‘낭만파 주먹’들이다. 또 역도산과 최배달은 삶보다 죽음이 더 가깝던 시대에 일본을 주름잡았던 재일 한국인들이다. 사회가 점점 원자화하는 것과 비례해, 흐뭇하고 끈끈한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심리, 로맨틱한 남자들에 대한 대중의 그리움은 커간다고 생각한다. 협객영화의 붐은 그 같은 심리가 반영된 것이 아닐까.”(방학기)

영화평론가 심영섭씨는 “대중문화, 특히 영화에서 복고의 패션이 두드러지고 있는 추세이며, 실제로 한 시절을 풍미했던 ‘주먹’의 이야기는 남성들의 판타지를 충족시켜 주고 위안을 제공함과 동시에 중장년 남성들을 극장으로 불러낼 수 있어 흥행 면에서도 유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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