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소설가 마르시아스 심이 본 원미경

  • 입력 2001년 3월 27일 18시 43분


탤런트 원미경은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미인의 모델이다.

사람들은 여성이 꽃이나 요정이기를 바란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꽃보다는 열매, 요정보다는 여신이기를 원한다. 살집 잡히고 넉넉한 몸매에 단정하게 여민 머리 모양을 한 여성의 모습에서 불안을 떨쳐버리고 안정감을 되찾는다. 불안정한 세태가 모성을 불러낸 것이다.

최근 MBC TV 드라마 <아줌마>에서 보여준 원미경의 매력은 이러한 요구에 부응한다. 원미경은 비단 이 드라마에서만이 아니라 대중문화인의 한 사람으로 이 시대 여성성의 상징이다. 원미경의 매력은 간단히 ‘부드러움’이라는 말로 요약된다. ‘부드러움’이야말로 미의 정점이자 여성성의 진면목이다. 모든 생명체는 이 부드러움으로부터 태동을 시작하고, 생애 내내 이 부드러움을 갈구한다.

드라마 <아줌마>의 남자 주인공은 이른바 ‘장진구 같은 인간’이라는 세태어를 유발시켰다. 그는 중산층의 속물 근성과 사이비 지식인의 위선과 무기력을 대변하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의 가장 큰 죄목은 ‘부드러움에 대한 무지’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장진구라는 인물은 실로 지난 시대 천방지축 날뛰기만 하던 미숙한 남성성에 대한 야유다. 그 반대편에 선 여자 주인공은 원미경이라는 상징을 통해 남녀간의 새로운 조화를 모색하고 있다. 자신이 아줌마이자 중견 연기인인 원미경은 오삼숙이라는 배역의 역할을 빌어 자신의 매력이 이 시대가 원하는 여성성의 본질임을 조용하지만 인상 깊게 보여주었다.

원미경은 소위 ‘밉지 않은 눈빛’이라 불리는 눈빛 연기에 출중한 연기자다. 눈썹을 부드럽게 일렁이는 표정 연기로 기쁨과 슬픔, 분노와 연민을 간단하게 표현했다. 그리하여 남녀노소 누구든 평안하게 했다.

드라마에서 표현되는 그녀의 대표 의상은 앞치마였다. 비록 김치 냄새가 풍기고 밥알이 붙어 있더라도 누구든 기댈 수 있는 공간이었다.

원미경은 이러한 표정과 동작, 의상을 통해 부드러움의 구체성을 확보하면서 자신만이 연기할 수 있는 이 시대 미인의 모습을 뽐냈다. 그리하여 원미경은 극중 인물인 장진구를 상징으로 하는 이 시대 남성들의 몰락 원인을 진단했다. 남성중심사회의 가장 큰 피해자는 바로 남성 자신임을 증명하며 가히 없는 부드러움으로 여성성의 가치를 쳐들어 보였다.

드라마 <아줌마>를 보면서 바야흐로 남성의 시대는 저물고 풍문으로만 듣던 여성성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실감할 수 있다. 지금은 가냘프고 여리며 청순한 이미지를 가진 미인의 시대가 아니다.

혼돈과 요동, 불안정으로 설명되는 지금이야말로 모성을 지닌 여성형이 미인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그 미인의 모습을 원미경이라는 대중문화인을 통해 바라보았던 것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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