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수목 드라마에서 맞붙은 채시라와 김혜수, 최후의 승자는

  • 입력 2000년 12월 19일 17시 29분


"최후의 미소는 과연 누구의 얼굴에…?"

한국의 대표적인 여자 연기자 두 명이 안방극장에서 정면대결을 벌이게 됐다. 채시라(33)와 김혜수(31). 미모와 카리스마, 연기에 대한 열정에서 우열을 가리기 힘든 난형난제의 두 스타가 각각 SBS와 MBC의 수목 드라마에서 맞붙은 것.

결혼 이후 8개월 동안 활동을 중단한 채 신혼의 달콤함을 즐겼던 채시라는 방송사를 옮겨 SBS <여자만세>의 주인공으로 안방극장에 복귀했다. 김혜수 역시 <국희> 이후 토크쇼 외에 방송과 거리를 두다 지난 14일부터 성인연기자들이 등장한 MBC <황금시대>에 등장했다.

이제 30대에 접어든 두 사람은 80년대 중반에 데뷔해 90년대부터 절정기를 구가한 한국의 대표적인 여자 스타.

초등학교 시절부터 CF 모델로 활동했던 채시라는 84년 <고교생 일기>로 연기에 입문해 올해로 연기경력 16년. 90년대 초반 <여명의 눈동자>부터 연기자로 명성을 떨치기 시작해 현대물, 사극, 시대극을 넘나들며 연기력을 과시했고 결혼하기 전에 출연했던 사극 <왕과 비>에서는 20대에서 노역까지 거뜬히 소화해 화제를 모았다.

2살 어린 김혜수 역시 85년 영화 <깜보>로 데뷔해 올해로 연기생활 15년의 '관록'을 자랑한다. 드라마에 치중했던 채시라와는 달리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활약했던 그녀는 지난 해 말 <국희>를 통해 무르익은 연기력을 과시했다.

데뷔 시기나 지명도에서는 비슷하지만, 둘은 풍기는 이미지 만큼이나 상반된 연기 스타일을 갖고 있다. 우선 채시라는 드라마 PD들이 모두 인정하는 뛰어난 연기 센스의 소유자. 역할과 대본에 대한 분석이 탁월하고, 드라마의 상황에 맞춰 그때 그때 적절한 자기 변화를 할 줄 아는 '머리 좋은 연기자'의 대표적인 예이다. 대사 호흡과 동선에서 현대물과 달리 일정한 운율이 필요한 사극 연기에도 탁월하고, 때론 발랄한 분위기의 트렌디물에 걸맞게 적당히 연기의 무게를 뺄 줄도 아는 드문 연기자이다.

안방극장 복귀작인 <여자만세>의 다영역은 그런 그녀의 역량을 잘 보여주는 작품. 결혼 이후 하향세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주위의 우려를 불식하고 실연과 실직이라는 잇단 어려움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30대 노처녀역을 잘 소화하고 있다. 특히 전작에서 보여준 근엄한 대비의 이미지를 털고 남자를 향해 거침없이 발차기까지 할 정도로 자기를 '망가트리는' 대범함도 지니고 있다. 한마디로 '쿨(cool)한 이미지'의 스타이다.

이와 달리 김혜수는 '뜨거운 열정의 소유자'란 표현이 잘 맞는 스타일이다. 그녀를 좋아하는 팬들은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기보다 자신의 감성을 중시하는 대범한 모습에 반한다. 자신이 진행하는 토크쇼나 영화제에서 보여준 일반의 통념을 깬 과감한 자기 표현, 적당히 숨기기보다는 시원스럽게 툭 터놓는 스타일의 모습은 '건강하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하지만 연기를 할 때는 자신의 튀는 개성을 차분히 안으로 갈무리 할 줄도 아는 인내력도 지니고 있다.

영화 <닥터 Q>에서는 이지적 분위기의 여의사, <머나먼 제국>에서는 의지가 강한 한국적 여인을 보여주며 다양하게 변신한 그녀는 당당하고 거침없는 자신의 이미지를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반면 드라마에서는 <짝>에서 보여주었듯이 스타의 우아한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때론 덜렁거리는 코믹한 역할도 스스럼없이 해왔다.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나 <국희>처럼 평소의 당당한 모습 위에 안으로 사랑의 아픔을 삭일 줄 아는 한층 원숙한 모습을 보여 찬사를 받고 있다.

<황금시대>에서 맡은 희경 역시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기 위해 뛰어다니면서 아버지를 죽인 원수의 아들을 사랑하는, 힘든 운명을 헤쳐가는 여인이다. 운명에 자신을 맡기는 가녀림보다는 어떤 역경도 정면으로 헤쳐가는 강한 '내공'이 느껴지는 그런 인물은 김혜수만이 할 수 역할이라는 평가이다. '힘과 열정의 연기자.' 김혜수의 연기 스타일을 가장 잘 표현한 말이다.

모처럼 안방극장에서 연기자로서 멋진 대결을 벌이게 된 두 스타. 그동안 시청률 경쟁에서 독주해 온 <여자만세>와 김혜수를 비롯한 성인 연기자들이 등장한 <황금시대>가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다.

차가운 이성과 뜨거운 열정의 두 스타가 맞붙은 이번 대결에서 과연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까?

김재범 <동아닷컴 기자>oldfie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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