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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7월 8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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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진흥위원회(전 영화진흥공사) 직원인 그는 낮에는 일하고 밤에 시나리오를 다듬고 주말을 이용해 지금까지 4편의 단편영화를 만들었다. ‘어디 갔다왔니’도 그렇게 주말을 끼고 휴가를 얻어 3일만에 촬영한 작품.해외배급을 노리고 극장용 35㎜ 필름으로 만든 이 영화의 제작비는 2500만원. 전액을 그의 아내 변원미(33)가 댔다. 영화 ‘산부인과’의 시나리오, 최근 종영한 MBC 인기드라마 ‘왕초’의 극본을 쓴 변원미는 ‘왕초’의 고료를 남편의 영화 제작에 고스란히 쏟아부었다.
김진성은 “자금사정이 열악한 독립영화계에 드디어 방송가의 대자본이 흘러든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지만 아내의 ‘투자’가 모두 빛을 본 것은 아니다. 97년에도 TV드라마 고료를 모은 돈 2000만원을 남편의 영화 ‘클락웍 맨’에 모두 던졌으나 이 영화는 그냥 창고로 직행하고 말았던 것.이번 수상으로 ‘단편영화 감독’으로서 이름을 알렸지만 김진성은 한 번도 정식으로 연출공부를 해본 적이 없다.
“영화진흥공사 부설 교육기관인 영화아카데미 관리업무를 5년간 한 적이 있어요. 그때 학생들이 입학해서 졸업작품을 만들 때까지의 전과정을 지원하면서 ‘나도 하고싶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느꼈죠.”
한번 불붙은 창작욕구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고 그는 어깨너머 배운 지식으로 94년부터 혼자 단편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단편영화도 상업성이 있어야 한다”며 극장용 35㎜필름을 사용해 작품을 만들어온 그는 요즘 정반대로 6㎜ 디지털 카메라로 극장용 장편영화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
예상 제작비는 3000만원. 이번에도 전액을 그의 ‘우렁 각시’ 변원미가 박종원 감독의 신작 ‘낙원빌라’를 집필해 받게 될 고료와 TV드라마 고료로 충당한다. ‘자유롭고 상상력이 충만한 영화를 만들기 위해’ 독립영화 제작방식을 고수한다지만 이렇게 ‘내공’을 키워 언젠가는 둘이서 만든 영화로 충무로에 정식 데뷔하는 것이 이들 부부의 꿈이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