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시간이 무려 4시간을 넘는다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연일 매진을 기록해온 이상한 영화 「킹덤」이 연장 상영에 들어간다.
당초 동숭아트홀에서 31일 막을 내릴 예정이었지만 관객들의 폭발적 열기 덕분에 종로의 씨네코아로 자리를 옮겨 내년 1월16일까지 상영한다. 특이하게도 매주 목∼토 밤 12시 심야상영이 가장 인기다.
「킹덤」에 대한 관객들의 열성엔 「컬트」적인 열기까지 느껴진다. 지난 주말 심야상영관인 동숭아트홀앞에서는 영화시작 1시간전인 밤11시부터 미처 예매를 하지 못한 사람들이 환불표라도 얻기를 고대하며 길게 줄서 있었다. 장장 4시간40분 동안 불편한 보조의자에 앉아있기를 마다하지 않고 특이한 문화체험을 즐기는 마니아도 상당수였다.이 영화는 지금까지 「좌석점유율 100%」라는 드문 기록을 세웠다.
「킹덤」은 그 자체로 완결된 영화가 아니다. 덴마크의 TV미니시리즈 13부작 가운데 4부작만 영화화되는 바람에 「계속…」이라는 자막을 남기고 개운치 않게 끝이 난다.
그런데도 「재미있다」는 입소문이 퍼지고 열광적인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흡인력은 끝까지 긴장을 끌고 나가는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탁월한 감각이다. 곧 무슨 일이 터질 것만 같은 징후들이 곳곳에 배치되고 불길한 기운이 끊임없이 피어오른다.
「킹덤」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이름을 가진 이 대형병원의 터는 원래 늪지대였다. 도입부에서 카메라는 옷이 영혼처럼 흐느적거리는 물속을 지나 늪바닥에서 솟아오르는 손들을 비추며 늪속과 지하 세계가 지상의 「킹덤」에서 공존하게 될 것임을 암시한다.
영화에서 눈길을 끄는 배역은 병원 주방의 다운증후군 환자들. 영화의 플롯에서 제외되어 있으면서도 자주 나타나 앞으로 전개될 내용에 대해 시를 읊듯 관객들에게 「화두」를 던진다. 관객들은 그 말이 무엇을 암시하는지에 대해 강한 호기심을 갖지만 언제나 관객의 예측보다 한 발 앞서면서 익살맞게 또는 충격적인 방식으로 깨뜨리는 것이 영화의 묘미다.
정반대의 대칭점에 있는 현대의학이 심령술 유령과 만나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통해 현대성이나 위선적인 합리주의를 비꼬는 냉소적인 시선도 언뜻언뜻 느껴진다.
빛이 바랜 듯한 색채, 들고 찍는 카메라를 사용해 불안하게 흔들리는 화면, 으스스한 음악과 음향효과들은 음산한 분위기를 증폭시키는데 한 몫을 했다.
밤을 새며 「킹덤」의 세계에 빠져있던 마니아들은 『공포 스릴러 멜로드라마 코미디가 뒤죽박죽 섞여있지만 바로 그 점이 이 영화의 매력』이라고 꼽는다. 지방에서도 단체로 상경하는 열성팬들이 끊이지 않아 수입사측은 내년 1월 16일 이후 전국순회상영도 고려하고 있다.
〈김희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