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신해철, 서울대 초빙 「대중문화론」 강의

  • 입력 1997년 4월 29일 19시 52분


뒤로 질끈 묶은 긴 생머리에 검은 선글라스, 재킷안에는 아무것도 입지 않은 채 목걸이까지 한 강사가 28일 오전 서울대 강단에 섰다. 대중가수로는 처음으로 서울대 정규교과목의 1일 초빙강사를 맡아 화제를 뿌렸던 신해철의 「대중문화론」 강의가 열린 것. 이날 서울대 12동 대형강의실에는 오전 8시부터 학생들이 모여들기 시작, 강의시작 시간인 9시경에는 4백여명이 출입문 복도까지 빼곡히 채웠다. 학생들의 환호와 박수속에 강단에 오른 신해철은 『대중문화를 이해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싶어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바지주머니에 한쪽 손을 찔러넣은 자세로 음반 프로듀서의 역할, 음반 홍보과정, 스타가 탄생하는 과정 등을 설명하는 동안 신해철은 「희한한 놈」 「돌아버리겠어」 「개떼처럼」 「성깔이 더러워서…」 「안전빵」 등 특유의 거침없는 말투를 쏟아부었다. 그때마다 학생들은 폭소를 터뜨렸고 담당교수인 康賢斗(강현두)교수는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프로듀서의 자리매김이 제대로 되지 않은 채 주먹구구식으로 음반을 생산,유통시키는 것이 국내 음반산업의 현주소입니다』 『아이돌스타는 한 순간의 인기만을 위해 철저하게 상업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천편일률적인 댄스음악이 판치는 현실이 한국 대중가요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신해철은 대중가요에 대한 나름대로의 해석과 비판을 거침없이 털어놓았다. 책에서는 배울 수 없는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에 학생들은 즐거운 표정으로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강의가 끝날무렵 학생들 사이에 잠시 숙연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70년대 포크송이 확실하게 정착할 수 있었던 것은 대학생들이 자신들의 문화로 받아들이고 아껴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댄스음악에 큰 관심을 기울이는 지금의 대학생들은 10대와 다를 바 없습니다. 대학은 대학 나름대로의 문화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금동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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