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때릴수록… 화웨이 앞세운 中, 반도체 자립 가속화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4월 23일 03시 00분


美, 엔비디아 반도체 수출 제한하자
화웨이, 하루 만에 자체 AI칩 공개
“규제 예측하고 때맞춰 발표” 분석
반도체 밸류체인 기업들도 급성장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가 중국의 반도체 공급망을 틀어막으며 대중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럴수록 중국 정부와 기업들은 반도체 자립을 가속화하며 미중 간 기술 패권 경쟁을 장기전으로 몰고 가고 있다. 특히 미국이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가속기 ‘H20’의 중국 수출 제한을 발표하자 곧바로 화웨이가 자체 AI 반도체 신제품을 선보인 것은 중국의 준비된 대응 카드라는 분석이 나온다.

● 미 수출 통제 직후 최신 칩 공개한 화웨이

22일 외신 등에 따르면 화웨이는 10일(현지 시간) 자체 AI 반도체 어센드920(중국명 성텅·昇騰920) 칩을 공개했다. 어센드920은 중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SMIC의 6나노 공정을 통해 제작되며 연산 성능 900TFlops(테라플롭스) 이상, 메모리 대역폭 초당 4TB(테라바이트)의 성능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어센드920C 모델은 전작 어센드910C와 비교해 효율성이 최대 40% 개선된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가 어센드920을 공개한 것은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 H20의 중국 수출을 제한한 지 하루 만이다. 엔비디아는 “9일 미국 정부로부터 H20 칩을 중국에 수출할 시 당국의 허가가 필요하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엔비디아는 미국 정부가 H20 칩이 중국 슈퍼컴퓨터에 사용되거나 전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규제의 근거로 들었다고 설명했다.

H20은 미국의 수출 규제를 피하려 성능을 낮춰 설계된 제품이다. H100 등 고성능 제품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대체품이었지만 중국 내 수요는 끊이질 않았다. 중국이 합법적으로 손에 넣을 수 있는 최고 성능의 AI 반도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H20마저 확보하기 어렵게 되자 화웨이는 어센드920을 공개하며 반도체 자립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일각에서는 화웨이가 H20 수출 규제를 예측하고 기다리다 때에 맞춰 어센드920을 발표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의 수출 규제에 자체 AI 칩 개발로 맞서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 중 반도체 밸류체인 기업도 동반성장

화웨이의 반도체 자립이 속도를 내며 중국 반도체 밸류체인 기업들도 급성장하고 있다. SMIC는 지난해 설비 투자에만 76억7000만 달러(약 10조8800억 원)를 썼다. 이는 지난해 매출의 95%에 달하는 금액으로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없다면 불가능한 투자다. 공격적인 투자에 힘입어 SMIC는 지난해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대만의 UMC를 처음으로 제치고 점유율 3위로 올라섰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중국 최대 D램 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올해 D램 생산 규모는 273만 장으로 지난해보다 68% 증가할 것으로 관측됐다. 중국 AI 반도체 설계 기업 캠브리콘은 적자가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엔비디아 AI 칩 수출 통제의 최대 수혜 기업으로 부상하며 지난해 주가가 5배 가까이 올랐다. 중국 최대 반도체 장비 업체 나우라는 올해 1분기(1∼3월) 매출과 순이익 모두 전년 대비 최대 5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식각장비 업체 AMEC 또한 최근 4년간 매출 성장률이 연평균 40%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교수는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가 단기적으로는 중국의 AI 발전 속도에 다소 지장을 줄 수 있다”면서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중국이 AI 학습을 위한 하드웨어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는 것을 더욱 가속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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