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독해진 상법개정안]
이재명 상법 개정 재추진에 당혹
관세 전쟁 와중에 기업 옥죄기
2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의 상법 개정 재추진 발언에 재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글로벌 관세 전쟁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가중된 마당에, 기업을 더욱 옥죄는 상법 개정안마저 현실화되면 해외 투기자본의 경영권 공격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날 이 후보가 제안한 집중투표제 활성화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등은 최근 민주당 주도로 발의됐다가 재의요구권 행사로 폐기된 상법 개정안에도 포함되지 않았던 항목이다. 재계 관계자는 “민주당 내부적으로도 해당 내용들이 모두 포함되면 파장이 너무 크다고 판단해 최종안에서는 빠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데 이제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를 비롯해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까지 패키지로 다시 내놓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는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와 집중투표제,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등을 모두 담은 상법 개정안은 자본 다수결이라는 회사법의 기본 원칙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현재 글로벌 표준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집중 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규제, 대주주 의결권 3% 제한은 주요 선진국엔 유례가 없는 규제다.
개정안이 추진될 경우 해외 투기자본이 연합해 이사회에 ‘스파이’격 감사위원을 선임해 경영권을 위협하거나 경영 정보를 빼돌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대주주의 의결권은 3%로 제한되는 반면에 헤지펀드 등 투기세력들은 보유 의결권을 모두 행사하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경협이 2023년 말 자산 기준 30대 상장 기업(공사 및 금융기관 제외)의 지배구조를 분석한 결과,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와 집중투표제 의무화가 시행되면 기업 30곳 중 8곳의 이사회가 해외 투자자 연합에 넘어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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