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 찾아주기로 인기 끈 ‘23앤드미’… 주 법무장관도 “계정 삭제하라” 경고
현지선 “제3의 업체에 넘어가거나, 정보 폐기 안되고 유출될 위험” 지적
국내선 분석 끝나면 한달후 자동폐기
미국의 대표적 유전자 분석업체가 사실상 파산하면서 1500만 명에 달하는 이용자 유전자 데이터 처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1일(현지 시간)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미국 하원 에너지·상업위원회가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한 미 유전자분석업체 ‘23앤드미(23andMe)’의 고객 데이터 처리 논란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위원회는 이 회사에 보낸 서한에서 “고객 데이터 정보가 침해될 위험이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며 “회사 매각 시 고객 데이터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밝혀 달라”고 요청했다.
‘23앤드미’는 고객이 보낸 타액 속 유전자 샘플을 분석해 ‘내 조상 찾기’와 건강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유전자 분석 업체다. 2007년 구글 투자를 유치하고 2021년 나스닥 시장에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와의 합병 방식으로 우회 상장해 한때 시가총액이 60억 달러(8조8000억원)에 이르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수백만 명이 자기 조상의 정보를 찾겠다며 유전자 분석 키트에 침을 뱉었고, 유명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도 나서 이 키트를 홍보했다. 그러나 2023년 10월 해킹 공격으로 고객 약 700만 명의 인종, 이름, 주소 등 개인정보가 유출되며 위기를 맞았다. 이후 해킹 사고에 대한 3000만 달러의 소송 합의금과 유전자 검사 키트 수익성 악화 문제가 겹치며 지난달 말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업계에선 23앤드미 매각 시 1500만 명에 달하는 이용자 유전자 데이터가 제3의 업체에 넘어가거나, 제대로 폐기되지 않고 유출될 위험이 잇따라 제기됐다. 지난달 21일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은 웹사이트에 들어가 자신의 계정과 데이터를 삭제하라는 소비자 경고를 발표했다. 회사에는 유전자 샘플 폐기를 촉구했다.
한 국내 헬스케어 기업 관계자는 “유전자 정보 업체가 파산할 때마다 투자금 회수 압박이 들어올 것이고 이때 거금을 제안하는 보험사나 건강기능식품 업체 등 다른 회사로 고객 데이터가 팔려 나갈 수 있다는 불안이 확대될 수 있다”며 “이 같은 사태는 업계 전체의 신뢰성을 추락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유전자분석업체들은 이번 사태로 신뢰 문제가 불거질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국내 업체들은 생명윤리법에 따라 엄격한 유전자 데이터 보호 규제를 받지만, 정부 인증을 받지 않는 해외 업체들이 국내에서 영업하다 적발돼 퇴출되는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유전체기업협의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신동직 메디젠휴먼케어 대표는 “유전자 검사 기업의 데이터 보호 논란이 불거졌지만 한국은 미국과 달리 강력한 법적 규제로 유출 우려가 없는 것이 경쟁력”이라며 “국내에서는 질병 항목과 관련한 데이터는 반드시 의료기관을 거치고 이름과 전화번호, 주소 등 개인정보도 모두 코딩화돼 넘어오고, 분석이 끝난 정보는 1개월 후 자동폐기하기 때문에 데이터 유출 우려는 국내와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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