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에 바닥뚫린 증시 ‘레버리지ETF 비명’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4월 8일 03시 00분


서학개미 순매수 1, 2위 ‘레버리지’… 저점 판단해 3배 추종 ETF 몰려
국내증시 순매수 1위도 ‘레버리지’… 글로벌 증시 폭락에 손실 눈덩이
“오징어 게임 같은 위험한 투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통상전쟁 여파로 글로벌 증시가 무섭게 하락하는 와중에도 개인투자자들이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몰리고 있다. 하지만 유럽연합(EU)과 중국 등이 보복 관세를 예고하며 ‘바닥’인 줄 알았던 증시가 계속 하락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손실이 커지고 있다.

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한 주 동안 ‘서학개미’(해외 증시에 직접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해외 주식 1, 2위는 모두 레버리지 ETF가 차지했다. 개인투자자들이 지수가 상승할 때 더 큰 수익을 내는 레버리지 상품에 공격적인 배팅을 이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ETF(SOXL)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엔비디아, 브로드컴, TSMC, 인텔 등 미국 증시에 상장된 반도체 기업 30개를 묶은 지수다. 두 번째로 많이 매수한 종목은 미국 나스닥100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ETF(TQQQ)다. 나스닥100은 매그니피센트7(M7)을 포함해 기술주가 중심으로 나스닥 상위 100종목으로 구성돼 있다.

투자자들이 미국 기술주가 중심이 된 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ETF에 몰린 것은 지수가 저점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2023년과 지난해 30%가량 상승한 나스닥은 올해 초까지 상승세를 이어가 2월 19일 장중 2만2222.61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가를 찍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로 인한 통상전쟁과 중국 ‘딥시크 충격’의 여파로 나스닥100은 지난달 1만9000대로 하락한 데 이어 이달 4일에는 1만7397.70까지 떨어졌다. 지난달 28일과 비교했을 때 이달 4일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16%, 나스닥100은 9.8%나 하락했다.

한국 증시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도 반등 가능성에 주목하며 레버리지 상품에 뛰어들고 있다. 코스콤 ETF 체크에 따르면 최근 한 주 동안 개인투자자가 순매수한 ETF 1위는 코스피200지수를 2배로 추종하는 ‘KODEX 레버리지’(4136억 원 순매수)가 차지했다. 이어 코스닥 상위 종목 150개로 구성된 코스닥150지수를 추종하는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가 1819억 원어치 순매수로 뒤를 이었다.

뉴욕 증시와 마찬가지로 국내 증시도 하락했고 해당 ETF 투자자들의 수익률도 나빠졌다. 특히 7일 코스피와 코스닥이 동반 5% 하락한 영향이 반영되면 손실 폭은 더 커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레버리지 ETF는 파생상품을 활용해 추종하는 기초자산 수익률의 2, 3배의 수익률을 추구하는 금융상품이다. 상승 국면에서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지만 하락 국면에서는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이 때문에 한국인 투자자들의 투자 양상에 대한 지적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서학개미, 이제는 분산투자가 필요할 때’란 보고서를 통해 개인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가 M7과 레버리지 ETF 등 리스크가 큰 종목에 집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자산운용사 아카디안의 오언 라몬트 수석 부사장은 한국 개인투자자들의 레버리지, 테마주 중심 투자 행태에 대해 “‘오징어 게임’ 참가자들이 규칙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위험한 게임에 뛰어들 듯 한국인 투자자들도 빠르게 부자가 되기 위해 큰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에 나서지만, 대부분 결말은 좋지 않다”고 꼬집었다.

김한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비자보호 측면에서 유사한 상품에는 기본예탁금이나 교육 이수 등 같은 수준의 규제를 적용하는 것도 적합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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