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새 성장동력 찾기 사활
“첨단 기술력 없인 미래도 없다”… AI반도체-거대언어모델 총력전
로봇-에너지-바이오 도전 이어져… 원전-합금 경쟁력 강화에도 집중
게티이미지코리아
국내 기업들이 산업 간 경계가 흐릿해지는 것을 뜻하는 ‘빅 블러’의 시대 속에서도 미래 성장동력을 찾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기존의 사업 분야와 상관없이 인공지능(AI), 로봇, 에너지, 바이오 등에 과감하게 도전하며 새로운 기회를 엿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경쟁업체들보다 앞서가기 위한 ‘초격차 기술력’을 확보하고자 사활을 걸고 있다. 미국발 ‘관세 전쟁’과 중국 기업들의 맹렬한 추격 등 대내외적 어려움 속에서도 결국 앞선 기술력만이 한국 기업들이 경쟁력을 유지하는 핵심 열쇠라는 데 이견이 없기 때문이다.
●AI 연구개발에 목숨 거는 기업들
국내 대표적인 반도체 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고부가 AI 반도체를 회사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삼성전자는 PC 및 모바일보다는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비롯한 AI 및 서버향 고수익 제품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HBM4도 올해 하반기(7∼12월) 양산 목표로 개발 진행 중이다.
또한 SK하이닉스도 지난해 4월 HBM4부터 대만 TSMC와 협업을 강화해 기술 혁신을 이끌어 내겠다는 내용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SK하이닉스는 PIM(하나의 칩에 메모리, 프로세서를 집적한 반도체), AI용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등도 개발하고 있다.
LG도 AI 분야에 투자와 혁신을 집중하고 있다. 2020년 설립된 AI 싱크탱크인 LG AI 연구원은 2021년 12월 3000억 파라미터 규모의 멀티모달 AI 모델인 ‘엑사원 1.0’을 발표한 이후 2023년 7월에는 ‘엑사원 2.0’, 지난해 8월에는 거대언어모델(LLM)인 ‘엑사원 3.0’을 국내 최초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12월에는 또다시 개선된 ‘엑사원 3.5’를 선보였다.
롯데그룹은 인공지능(AI)을 그룹 비즈니스에 적극 도입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올해 1월 열린 ‘2025년 상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옛 사장단 회의)’에서 그룹 내 AI 혁신 사례를 소개하는 ‘AI 과제 쇼케이스’를 진행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롯데이노베이트, 대홍기획 등 9개 계열사가 참여해 AI 우수 활용 사례를 소개했다.
●바이오와 에너지도 성과 나와
LG와 롯데는 바이오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국내 대표적 기업이다. LG화학 생명과학본부는 2023년 연 매출 1조2000억 원을 넘어섰다. LG화학 생명과학본부가 매출 1조 원을 넘긴 것은 2023년이 처음이다. 지난해에는 미국 리듬파마슈티컬스사에 약 4000억 원 규모의 희귀비만증 신약 기술을 수출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도 지난해 7월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바이오 캠퍼스 1공장 건립을 위한 착공식을 열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30년까지 인천 송도에 3개의 메가 플랜트를 조성하고 총 36만 L 항체 의약품 생산 규모를 국내에 갖출 예정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약 4조6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통해 업계를 선도하는 제조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계획이다.
에너지도 주목받는 분야다. GS칼텍스는 글로벌 연료 시장 환경에 맞춰 바이오항공유(SAF), 바이오선박유 등 차세대 바이오 연료에 대한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정부의 ‘바이오 연료 실증 연구’에 참여해 세계 최대 바이오연료 생산 기업인 핀란드 네스테의 SAF를 공급받아 2023년 국내 최초로 SAF 급유 및 시범 운항을 시작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청정 전기 생산을 위한 대형 원전, 소형모듈원전(SMR), 수소 터빈, 해상풍력 등 무탄소 발전 주 기기의 경쟁력을 높이며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HD현대도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암모니아 추진선 등 친환경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에 힘을 쏟고 있다.
●로봇·신소재에서도 ‘초격차’ 도전
현대자동차그룹은 가파른 성장이 예상되는 로봇 비즈니스를 겨냥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로봇 전문 계열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을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에 시범 적용했으며 향후 생산 현장 투입을 앞둔 휴머노이드 로봇 ‘올 뉴 아틀라스’의 AI 학습 과정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포스코의 경우에는 2008년 국제 환경 규제 강화에 따라 LNG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기존 합금 소재를 대체할 수 있는 고망간강 개발에 착수했다. 포스코는 수십 년간 축적한 기술 노하우를 바탕으로 망간을 포함하면서도 강도가 높은 제품 구현에 성공했다. 고망간강은 자성을 띠지 않아 잠수함, 함정, 군수용 전차에 적용할 경우 스텔스(은폐) 성능을 높일 수 있어 방위산업으로도 수요처가 확대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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