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리스크도 겹쳐 ‘내우외환’
50일만에 다시 1470원선 위협
금융권 “정치 불확실성 지속땐
한국 국가신용등급 하향 우려”
국내 정치 불확실성 확대에 강(强)달러가 더해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70원을 넘겼다. 환율이 경제적 요인보다는 정치 이슈에 더 큰 영향을 받으면서 시장에선 지난해 12월 발생했던 ‘환율 트라우마’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4월 초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와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등 정치 리스크가 겹치면 불붙은 원화 약세 압력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5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5원 오른 1469.2원으로 장을 마쳤다. 올 1월 13일 종가(1470.8원) 이후 가장 높다. 특히 지난달 3일 이후 50일 만에 장중 1470원을 넘기도 했다.
헌재가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변론을 종결한 지 한 달째인 25일까지 선고일을 결정짓지 못한 상황에서 달러인덱스가 상승하는 등 달러 강세 흐름이 이어지자 환율이 크게 뛰었다. 전날 오전 글로벌 달러 약세에도 불구하고 헌재가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안을 기각하자 원-달러 환율은 상승 폭을 키워 1467.7원까지 오른 바 있다.
지난해 12월 이후 원-달러 환율은 달러 약세의 영향은 약하게, 달러 강세의 영향은 크게 받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관련 발언과 입장의 온도에 따라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졌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시장 분위기상 원화는 국내 정치 이슈에 더 큰 영향을 받고 있는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으며 긴장감이 고조된 지난해 12월 30일 하루 만에 원-달러 환율이 1472.5원으로 5원 치솟으며 기업과 금융사들의 부담이 커진 바 있다. 은행의 건전성, 안전성을 평가하는 국제결제은행(BIS)의 자기자본비율 등은 분기 말 환율이 기준으로 적용된다. 이 때문에 이날의 환율 급등은 은행들의 유동성 관리 부담을 더욱 키웠다는 평가가 나왔다. 또 기업들의 자산·부채도 보고 기간의 마감환율로 환산하기 때문에 외화로 표시된 부채가 많은 기업들의 재무 건전성도 나빠졌다.
국내 정국 불확실성이 기약 없이 이어지는 것은 경제주체 모두에게 부담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4일 기준 뉴스심리지수는 91.73으로 지난해 12월(85.75)보다는 높지만 올 1월(99.32), 2월(99.85) 대비 크게 하락했다. 뉴스심리지수가 100보다 낮으면 경제심리가 장기평균보다 비관적이란 의미다. 국내 금융사 고위 관계자는 “주요 글로벌 투자사들이 자원을 배분하는 연말 연초에 한국에선 계엄·탄핵 정국이 이어진 탓에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국가신용등급 하락 우려까지 나온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기업 씨티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탄핵이 기각되거나 다음 달 중순으로 선고가 연기될 경우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되며 금융시장 변동성이 일시 증가할 소지가 있다”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예상치 않게 오래 지속되면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이 다소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탄핵심판 선고 일정을 두고 헌재의 고민이 길어지면서 외환시장을 둘러싼 부담도 커지고 있다. 한 외환시장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달 2일로 예고한 상호관세 부과와 헌재 선고가 겹칠 경우 원화 약세 압력에 약세 압력이 더해지는 ‘불에 기름을 붓는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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