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패권 경쟁 속 질주하는 한국 기업… “혁신 전략으로 승부”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2월 28일 03시 00분


[R&D 경영]
현대차, 모빌리티에 120조 투입… 배터리 개발 중심으로 전략 강화
LG, AI-바이오-클린테크에 집중… ‘엑사원’ 현장에 적용 연구 가속
SK하이닉스, 고성능 반도체 양산… 한화큐셀, 美태양광 대규모 투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 첨단기술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한국 기업들은 연구개발(R&D)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기술 자립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은 미래 모빌리티, 반도체, 인공지능(AI), 바이오 등 핵심 산업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대외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 혁신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4년부터 2033년까지 10년간 총 120조5000억 원을 투자해 새로운 중장기 전략인 ‘현대 웨이’ 실행에 나서며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배터리 기술 고도화는 현대차의 주요 전략 중 하나다. 보급형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개발하며 에너지 밀도를 2030년까지 20% 이상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배터리 셀 간 열전이를 방지하는 안전 기술과 ‘셀 투 팩(CTV·모듈을 건너뛰고 팩에 셀을 담는 기술)’ 구조를 도입해 배터리 시스템의 중량 감소와 효율성 향상을 꾀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미래 전동화 시장에 대비하기 위해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LG는 ‘ABC(AI, 바이오, 클린테크)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연구개발(R&D)과 투자에 힘을 쏟고 있다. LG는 지난해부터 2028년까지 5년간 국내 투자 계획 100조 원 중 50조 원 이상을 미래 성장사업·신사업에 할당하는 등 공격적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LG는 ABC 사업 중 AI 분야의 연구를 위해서 2020년 AI 싱크탱크인 LG AI연구원을 세우고 자체 개발한 AI 모델 엑사원을 바탕으로 생성형 AI를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바이오 분야에도 힘을 쏟고 있다. LG의 바이오 사업을 이끄는 LG화학 생명과학본부는 2023년 사상 최초로 연 매출 1조2000억 원을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미국 리듬파마슈티컬스사에 약 4000억 원 규모의 희귀비만증 신약 기술을 수출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고성능 반도체 제품을 지속적으로 발표하며 AI 및 데이터 중심 산업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21일에는 세계 최고층인 321단 1Tb(테라비트) TLC 4D 낸드 플래시 양산 시작을 발표했고 올 상반기(1∼6월)부터 이를 고객사에 공급해 시장 요구에 대응해 나갈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에너지부(DOE) 산하기관 출신 김필석 박사를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환경과학기술원장으로 영입하는 등 인재 확보를 바탕으로 R&D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김 박사는 2020년부터 최근까지 DOE 연구기관에서 기후변화와 신재생에너지 관련 50여 개 프로젝트를 주도한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미래 기술 경쟁력 강화에 나설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인 SK온은 최근 전고체 배터리 연구개발 성과를 잇따라 발표하고 기술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도전적인 기술 탐색과 다양한 파트너십을 통해 제조 공정 및 소재 혁신을 이끌고 차세대 배터리 경쟁력을 키운다는 전략이다.

한화는 방산, 해양, 금융, 기계 등 주요 사업을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하고 민간 주도의 누리호 4차 발사 등 새로운 도전에도 나서고 있다. 한화큐셀은 미국에서 북미 최대 규모의 태양광 통합 생산단지 ‘솔라 허브’ 구축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총 3조4000억 원을 투자해 미국 조지아주 달튼에 태양광 모듈 공장을 기존 1.7기가와트(GW)에서 5.1GW로 증설하고 카터스빌에 잉곳·웨이퍼·셀·모듈을 각각 3.3GW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신설할 계획이다.

국내 양대 빅테크인 네이버와 카카오도 선제적 기술 투자를 통한 서비스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네이버는 12년간 주요 원천 기술 확보를 위한 R&D 투자에 약 16조 원을 투입했다. 이를 통해 실제 네이버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검색 플랫폼과 커머스 사업에서 △검색 △추천 모델 △실시간 라이브 등의 원천 핵심 기술을 내재화했다. 검색, 커머스를 통해 ‘기술 투자-사업 성공’ 선순환 고리를 만든 네이버의 미래 먹거리인 AI에서도 매출의 20∼25% 규모 R&D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공간지능 기술을 활용한 네이버지도 서비스에선 최첨단 증강현실(AR) 내비게이션, 가상현실(VR) 실내투어, 실내지도 등을 도입한다.

카카오는 카카오톡 사용자들에게 필요한 AI 기능을 새롭게 도입하고 신규 서비스 ‘카나나’를 선보이는 등 적극적인 시도를 이어갈 예정이다. 카카오는 이달 초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와 국내 최초로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오픈AI와의 협업을 통해 모델 오케스트레이션 전략을 강화할 계획이다. 더 많은 이용자가 AI 서비스를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춰 기술 협력을 진행하고 카카오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AI 에이전트 개발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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