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고등 직업 교육 현장을 통해 본 한국의 라이즈 체계 전망[기고/송혜선]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2월 18일 17시 06분


송혜선 한국고등직업교육연구소 연구위원·인덕대 비즈니스일본어과 교수
송혜선 한국고등직업교육연구소 연구위원·인덕대 비즈니스일본어과 교수
2025년도부터 대학과 지자체가 연계해 지역 정주형 인재를 육성하는 라이즈(RISE, Regional Innovation System & Education) 체계가 시작된다. 한국에서 라이즈 체계로 시작되는 지역 활성화 사업은 일본에서는 2013년도부터 ‘지역(지식)의 거점 정비사업(Center of Community, 이하 COC사업)으로 시작돼 벌써 10년을 맞이했다. 일본의 지역 활성화 사업은 COC, COC+, COC+R 사업으로 고도화됐다. 이를 바탕으로 2022년부터는 지자체와 대학 등이 일체가 된 ‘지역 활성화 인재 육성 SPARC(Supereminent Program for Activating Regional Collaboration)’ 사업으로 이행되고 있다. 필자는 2025년 1월 13일부터 17일까지 한국전문대교육협의회에서 주관하는 ‘일본 RISE 사업 우수사례 벤치마킹 총장 연수’ 프로그램으로 국립대학 모델인 신슈대학과 사립대학 모델인 가나자와공업대학을 방문했다.

신슈대학(信州大学)은 도야마대학(富山大学)·가나자와대학(金沢大学)과 연합해 3개 지역에 걸쳐 산{産)·학(学)·관(官) 연계 플랫폼을 구축하고, 실천적인 이수 증명 프로그램인 ‘ENGINE’ 프로그램을 구축했다. ENGINE 프로그램은 세 단계로 구성되는데 1단계인 ‘리터러시(문해) 강화단계’는 문제 분석력을 기르는 단계로 데이터사이언스 및 톱 리더에게서 혁신적 마인드를 배운다. 2단계인 ‘캐리어 형성 단계’에서는 철도나 고속도로와 같은 지역 시설 및 관광 등의 실제 현장과 온라인을 융합해 다양한 직업에 대해 배우고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에 도움을 제공한다. 3단계인 ‘실천력 강화 단계’에서는 도전적 사업을 하는 지역 기업에서 PBL형 인턴십을 행한다. ENGINE 프로그램은 각 대학의 특징을 살리면서도 서로의 교육 자원을 활용하는 점이 눈에 띈다. 또 학생들이 세 가지 단계를 학습해 지역과 대학의 배움과 인재의 선순환을 창출하는 점도 주목된다.

가나자와공업대학(金沢工業大学)은 대학과 산업체, 그리고 지자체가 연계해 하쿠산 로쿠(白山麓) 캠퍼스에 지방창생연구소(地方創生研究所)를 개설했다. 지방창생연구소는 지방 재생을 위해 지방 도시가 갖고 있는 자연과의 공생, 풍부한 라이프스타일을 연구하고자 만들어진 연구소이다. 지방창생연구소에서는 IT, AI, 빅 데이터 등을 방재, 에너지, 교육, 의료, 복지, 산업의 진흥으로 연결 지어 지방 도시에서의 새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다. 이를 이노베이션 창출형의 비즈니스로 혁신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지역 GX공동창업프로젝트도 눈여겨봐야 한다. 지역 GX공동창업프로젝트란 NTT에너지주식회사와 공동으로 추진하는 사업으로, 지역 특성을 활용한 재생 가능 에너지 공유시스템이다. 가나자와공업대학이 세이코전기(成宏電気) 주식회사 등과 공동으로 추진하는 ‘지역 특성을 활용한 재생 가능 에너지 공유시스템’은 이시카와현(石川県)의 제11회 이시카와 에코 디자인어워드 서비스 부문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또 호쿠료전기(北菱電興)주식회사에서 경영하고 있는 딸기농장은 딸기 수확기인 12월에서 5월까지 연간 5500명이 찾는 성공적인 스마트팜 모델이다. 가나자와공업대학은 호쿠료전기회사와 협업해 실험도 같이하며 학생들의 인턴십과 취업도 시킬 수 있는 상생 모델을 만들고 있다.

신슈대학과 가나자와공업대학을 방문하며 한국의 대학에도 꼭 벤치마킹하기를 바랐던 프로그램이 두 가지 있다. 첫 번째가 ‘인간력 프로그램’이었다. 가나자와공업대학에서는 인재 육성의 키워드를 두고 ‘지력(知力)+인간력(人間力)=종합력{総合力’이라고 설명했다. 기존의 대학에서 수행해 왔던 지식, 기술에 인간력이라는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인데,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 일본 사회를 구성하는 한 사람의 사회인으로서 필요한 것을 정규 교육과정이나 비교과 프로그램에 넣어 종합적 능력을 갖춘 사회인으로 양성하는 프로그램이다. 지역 문제 현안에 참여하는 비교과 프로그램인 지역축제에 참여하기, 다문화가정과 소통하기, 돌봄 프로그램 등에 학생들이 참여하게 해 사회의 일원으로서 살아가는 힘을 키우는 프로그램이었다. 또한 모든 수업에 PBL학습을 적용해 프로젝트 중심으로 수업이 이뤄지며 학생들이 그룹을 지어 문제해결 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두 번째는 ‘지역학’ 과목 개설이다. 지역 활성화 사업을 하는 일본의 대부분 대학에서 지역학을 전 학부와 전 학년의 학생을 대상으로 개설하고 있었다. ‘지역 정주형 인재 양성’을 위해 학생들에게 각 대학이 자리 잡은 지역의 기업과 지역의 특성에 대해 알게 하는 것부터 체계적으로 시작한 것이다.

결국 일본은 지역 활성화 사업을 통해 대학을 혁신케 하고, 대학은 지역의 허브로서 자리매김했다. 또한 일본문부성이 대학혁신의 청사진을 체계적이며 단계별로 잘 짜놓았다는 점도 일본 지역 활성화 사업이 성공하게 된 배경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2025년에 시작되는 한국형 지역 활성화 사업인 라이즈 체계가 한국 대학들이 상아탑의 울타리를 넘어, 지자체 및 지역의 산업체와 협력해 대학을 혁신하고 특성화하는 계기로 이어지길 기원한다.
#송혜선#라이즈#인재 육성#일본 COC 사업#ENGINE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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