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바이오기업 거래제한 추진… 국내업계 반사이익 가능성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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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유출 우려 中기업 실명 적시
‘생물보안법’ 美상원 국토위 통과
비만치료-항암제 등 공급난 우려
“삼바-한미약품 등 수혜” 관측

미국이 반도체에 이어 바이오 분야에서도 중국 견제에 나섰다. 미국의 조치로 미국과 거래하던 중국 기업의 위탁개발생산(CDMO) 물량이 국내로 넘어올 가능성이 커졌다. 글로벌 CDMO 4위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최근 수요가 급증하는 비만치료제 생산 공정을 갖춘 한미약품 등이 호재 기업으로 거론된다.

미국 상원 국토안보위원회는 6일(현지 시간) 중국 바이오 기업과 거래를 제한하는 ‘생물보안법(Biosecure Act)’을 11대 1로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에는 기술 유출이 우려되는 중국 바이오 기업 4곳이 그대로 적시됐다. 글로벌 CDMO 기업인 우시앱텍, 유전자 분석 기업인 베이징게놈연구소(BGI), MGI, 컴플리트 제노믹스 등이다.

생물보안법이 최종 발효되려면 상원과 하원 전체회의를 통과한 뒤 대통령 서명을 받아야 한다. 전문가들은 최근 첨단 기술 분야에서 미국이 중국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고 있어 해당 법안이 무리없이 통과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1월에는 미국 하원에서도 동일한 내용의 법안이 발의된 바 있다.

해당 법안에 명시된 우시앱텍의 계열사 우시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CDMO 시장의 약 10%를 차지하는 세계 3위 기업이다. 2022년 기준 우시바이오로직스의 매출은 약 2조8100억 원으로, 이 중 약 66%가 미국에서 발생한다. 이 물량의 상당 부분이 국내 CDMO 기업으로 흘러올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특히 항체 의약품을 주로 생산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우시바이오로직스와 생산하는 의약품이 상당수 겹친다. 업계 관계자는 “두 기업의 생산 포트폴리오가 비슷하다는 것은 글로벌 제약사들도 모두 알고 있을 것”이라며 “위탁생산은 보통 장기 계약을 하기 때문에 지정학적 리스크가 큰 우시보다는 삼성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최근 수요가 급증하는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 (GLP-1) 계열의 비만치료제 역시 ‘FA 시장’에 나오는 주요 의약품이다. 특히 비만치료제의 양대산맥 중 하나인 일라이릴리의 경우 생산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달 경쟁자인 노보노디스크가 글로벌 CDMO 기업인 캐털란트 공장 일부를 인수했기 때문이다. 릴리는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서류에서 “우리와 제약업계는 많은 물질을 중국 파트너에 의존하고 있다”며 “(미중 갈등은) 환자에게 혼란을 야기하고 우리 사업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한미약품이 GLP-1 생산 공정을 확보하고 있다. 한미약품 역시 GLP-1 계열의 비만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를 개발하고 있어서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생산 규모가 글로벌 수준으로 크지는 않지만 일부 물량 생산은 가능하다”고 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미국에서 비만치료제 공급난이 심각했을 때, 추가 생산 계약을 맺을 수 있는 주요 위탁생산(CMO) 기업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생물보안법이 상원 국토안보위원회를 통과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홍콩거래소에 상장한 우시앱텍의 주가는 종가 기준 20.6%가 떨어졌다. 우시바이오로직스 역시 21.5% 하락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미국#중국#바이오#거래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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