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대규모 ‘신용사면’ 예고에 리스크 관리 ‘발등의 불’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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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장기화-경기침체 겹쳐
카드빚 돌려막는 서민들 급증
연체율 3%, 연체액은 2조 돌파
업계 “취약대출자 유입에 대비”

최근 고금리 장기화로 카드빚을 돌려막는 서민들이 급증하면서 카드사들의 건전성이 크게 악화됐다. 여기에 정부가 내달 대규모 ‘신용사면’을 예고하면서 카드사들에는 리스크 관리가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카드사들이 건전성 관리를 위해 대출 문턱을 높이면 급전 창구로 카드론을 이용하던 서민들의 접근성이 낮아지고 이자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 카드사 연체액 2조 원 돌파…18년래 최대


6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일반은행의 신용카드 대출금 연체율은 지난해 11월 기준 3.0%로 집계됐다. 하루 이상 원금 연체를 기준으로 하는 이 수치가 3%를 넘은 것은 2015년 8월(3.1%) 이후 8년 3개월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8월 2.9%로 8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는데, 불과 3개월 만에 다시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연체율뿐만 아니라 카드사들의 신용카드 연체액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국내 8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카드)의 1개월 이상 연체액은 2조516억 원으로 2005년 3월 말(2조2069억 원) 이후 18년여 만에 최대 규모였다.

카드사 연체율이 치솟고 연체액이 급증한 것은 고금리가 장기간 지속되고 경기가 침체되면서 대출자들이 빚을 제때 갚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신용카드 대출자는 급전이 필요해 이용하는 취약대출자 비중이 높아 고금리 장기화의 그늘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 카드사에 달갑지 않은 ‘신용사면’


카드사들의 건전성 관리에 빨간불이 켜진 가운데 정부의 대규모 신용사면이 카드사들의 잠재 리스크가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6일 금융위원회는 2021년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소액연체(2000만 원 이하)가 발생한 298만 명에 대해 5월까지 연체 금액을 전액 상환할 경우 신용회복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연체 금액을 상환할 경우 연체 이력 정보를 신용평가에 반영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소액 대출 연체자의 연체 정보를 삭제하는 신용사면은 3월 12일부터 실시된다.

금융업계에서는 정부의 신용사면으로 25만 명가량이 제2금융권을 떠나 은행에서 대출을 이용할 수 있고, 15만 명가량이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하지만 카드사들 입장에서는 신규 고객 유입이 달갑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카드 신규 발급은 늘어날 수 있지만 상환 능력이 취약한 중·저신용 차주들이 카드론 등에 몰리며 오히려 연체율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카드업계 역시 당국의 신용사면에 대비해 리스크 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현재도 연체율 등이 높은 상황이라 신용사면 이후 취약대출자 유입에 따른 대비를 철저히 하고 있다”며 “만약 신용사면 이후 취약대출자들의 연체율 등이 높아지면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카드론 등의 금리가 더 올라갈 수도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기준 8개 카드사의 카드론 평균 금리는 연 14.61%로 전달(14.46%) 대비 0.15%포인트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카드론 금리가 오를수록 중저신용자들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며 신용사면 이후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카드론 금리가 오를수록 중저신용 차주들의 이자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신용사면 이후 부실이 생기지 않게 대환 대출을 적극적으로 늘려 비교적 낮은 이자로 연체를 없앨 수 있게 하는 것도 방안 중 하나”라고 말했다.

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카드사#연체액#신용사면#리스크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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