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통화 중 실시간 통역, 스마트폰에 심은 AI ‘만능 비서’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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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대화형 AI 서비스 ‘에이닷’
킬러 콘텐츠로 작년 MAU 238% ↑
글로벌 업체와 함께 슈퍼앱 경쟁 합류

통화 중 실시간 통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SK텔레콤의 대화형 AI 비서 ‘에이닷’을 이용하면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앱)과 영상 통화를 통한 추가 번역 기능을 이용하지 않고도 외국인과 한국어로 소통할 수 있다. SK텔레콤 제공
통화 중 실시간 통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SK텔레콤의 대화형 AI 비서 ‘에이닷’을 이용하면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앱)과 영상 통화를 통한 추가 번역 기능을 이용하지 않고도 외국인과 한국어로 소통할 수 있다. SK텔레콤 제공
서툰 외국어를 사용하지 않아도 해외 호텔에 전화를 걸어 한국어로 예약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통화 중 실시간 통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SK텔레콤의 ‘에이닷’을 이용하면 별도의 번역 애플리케이션(앱)과 영상 통화상의 추가 기능을 이용하지 않고도 외국인과 한국어로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아이폰에서만 이 기능을 사용할 수 있지만 이르면 올해 1분기(1∼3월) 안에 안드로이드 버전이 출시돼 어느 스마트폰에서나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2022년 11월 오픈AI가 초거대언어모델(LLM) 기반의 생성형 AI ‘챗GPT’를 공개한 이후 인공지능(AI) 시대에 승기를 잡기 위한 기업들의 무한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21세기 초반 스마트폰 시장을 연 ‘아이폰 모멘트(iPhone moment)’에 빗대 ‘챗GPT 모멘트’가 찾아왔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하지만 챗GPT 모멘트 이후에도 아직 한국어 기반의 AI B2C(기업 대 소비자) 서비스 중 ‘슈퍼앱’은 등장하지 않은 상태다. 이 슈퍼앱 개발을 위한 경쟁에 합류한 SK텔레콤은 지난해 9월 대화형 AI 비서인 에이닷을 출시하고 통신업의 본질인 커뮤니케이션에 AI 기술을 접목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커뮤니케이션을 넘어 일상의 모든 것을 보조하는 개인 AI 비서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 페인 포인트 해소로 성장


현재 SK텔레콤이 출시한 AI 서비스 가운데 가장 빠르게 소비자들의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는 ‘킬러 콘텐츠’는 바로 통화 녹음과 실시간 통역 기능이다. 특히 지난해 12월부터 추가된 에이닷의 실시간 통역 기능은 국내 전화상에서는 처음 도입된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통화 상대방이 아이폰을 쓰지 않거나 에이닷 전화를 이용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통신사나 운영체제(OS)와 무관하게 통역을 지원한다. 이에 따라 외국어에 능통하지 않은 한국인이 외국인과 통화를 할 수 있게 됐을 뿐만 아니라 역으로 한국어가 미숙한 외국인이 한국에서 자유롭게 관공서나 병원 등에 전화를 걸 수 있게 됐다. 현재 한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에 대해서만 통역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지만 추후 10개 이상의 다양한 언어로 서비스가 가능해질 예정이다.

이런 킬러 콘텐츠의 도입으로 에이닷의 월간 사용자 수(MAU)는 지난해 1월 37만 명에서 12월 126만 명까지 약 238% 증가했다. AI 기술이 접목된 국내 주요 모바일 앱 가운데서는 가장 빠른 성장세다. 출시 직후 ‘애플 앱스토어 무료 앱 1위’ ‘구글 플레이스토어 라이프스타일 분야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물론 이 성장세가 통역 기능에만 기인한 것은 아니다. 시장에서는 통화 녹음 기능이 없던 아이폰에서 에이닷이 이 기능을 지원하기 시작한 것이 성장을 견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녹음된 통화 내용은 텍스트로 변환돼 채팅 형태로 저장되며 다시 음성으로도 재생될 수 있다.

● 개인 AI 비서로 진화 중


신규 서비스로 이용자들을 유인한 SK텔레콤은 고객의 일상 전반을 관리하는 AI 비서(Personal AI Assistance)로 에이닷을 키우고 있다.

처음 에이닷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SK텔레콤이 통화 녹음이나 통역 등 커뮤니케이션 영역에 주력한 이유는 회사가 가장 잘하는 영역에 AI를 더했을 때 시너지가 클 것이라는 전략적 판단에서였다. 사람과 사람의 연결, 사람과 서비스의 연결이 회사가 추구하는 비전과 가장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오피스에 GPT 기반의 AI 채팅 서비스인 ‘코파일럿’을 붙이고 구글이 주력 검색 기능에 챗봇 서비스 ‘바드’를 붙인 것과 마찬가지 맥락이다. 하지만 초기에는 선택과 집중을 하더라도 궁극적으로는 에이닷 서비스 영역을 확장해 고객의 모든 일상에 스며들겠다는 게 회사의 계획이다.

이런 원대한 계획의 일환으로 현재는 고객의 ‘잠’도 분석하고 있다. 수면 관리 솔루션 스타트업 에이슬립과 협업해 선보인 에이닷 슬립 서비스는 호흡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면의 패턴과 질을 분석하고 최적의 기상 시간에 알람을 울린다. 아침에 눈을 뜰 때부터 잠들 때까지 고객의 일상을 보조하는 셈이다.

SK텔레콤은 개인 AI 비서가 고객의 일상에 더 깊숙이 침투하고 풍부한 기능을 갖추게 되면 궁극적으로 구독 방식의 유료화나 중개 수수료 모델 등의 수익화 시도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글로벌 진출 전략

글로벌 진출을 위해 경쟁사와의 협업도 불사하고 있다. 글로벌 LLM 업계 강자들과 경쟁해서 이기려 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제휴하고 회사만의 비교 우위와 고품질 데이터를 활용해 ‘좁고 깊게 가는’ 전략을 구사할 계획이다. 도이체텔레콤, 이앤드, 싱텔 등 해외 대형 통신사들과도 손잡았다.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Global Telco AI Alliance)를 구축해 AI 비서 개발을 위한 LLM 개발부터 신규 서비스 기획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협업하고 있다.

김용훈 SK텔레콤 AI 서비스 총괄 부사장은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통화 중 실시간 통역 기능을 비롯해 다양한 AI 서비스를 고도화하기 위해 앱 안에 LLM을 담는 방식이 나을지, 클라우드와 연동하는 방식이 나을지 등을 지속적으로 검토하는 중”이라면서 “서비스 개선에 필요한 여러 기술을 항목별로 계속 고도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진 기자 truth311@donga.com
#sk텔레콤#에이닷#챗gpt#ai#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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