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승부수’ 이마트-GS-롯데… 시너지 효과 대신 적자 ‘울상’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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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오프라인 통합효과 노리며
2021년부터 약 20개 기업에 6조 투자
인수社 부진에 3사 주가 큰폭 하락
“사업 다각화 쫓겨 성급한 투자 패착”

이마트와 GS리테일, 롯데쇼핑 등 유통 3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인수합병(M&A)에 6조 원 이상의 자금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회사들이 적자를 기록하면서 기대했던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 20곳 가까운 기업에 6조 원 이상 투자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와 GS, 롯데 등은 2021년 이후 유통 분야에서 총 6조 원 이상, 20곳 가까운 기업에 투자한 것으로 파악됐다. 쿠팡, 네이버 등 이커머스 업체 위주로 유통 시장이 재편되는 움직임이 보이자 서둘러 사업 다각화에 나선 것이다. 저금리로 인해 자금 조달 비용이 낮았던 것도 유통업체들이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었던 배경이 됐다.

유통 3사 가운데 가장 공격적으로 M&A에 나섰던 이마트는 2021년 온라인 쇼핑몰 G마켓(3조4000억 원)을 비롯해 같은 해 패션 플랫폼업체 더블유컨셉코리아(2600억 원)를 인수하는 등 온라인 강화에 힘썼다. 이 외에 프로야구단 SSG랜더스(1300억 원), 미국 와이너리인 셰이퍼 빈야드(3000억 원), 스타벅스 본사가 보유한 잔여 지분(4700억 원) 등을 사들이면서 오프라인 유통업체와의 시너지를 꾀했다.

GS리테일과 롯데쇼핑은 M&A를 통해 신사업 확장에 힘을 줬다. GS리테일은 배달 플랫폼 요기요(3000억 원), 스타트업인 배달 대행업체 부릉(500억 원) 등에 투자했다. 롯데쇼핑은 가구업체인 한샘(3350억 원), 중고 거래 플랫폼 중고나라(300억 원) 등에 투자했다.

● 시너지 부족, 성급한 투자결정이 패착

유통업체들의 M&A 성적표는 현재까지 낙제점에 가깝다. 이마트는 인수한 회사 대부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올 2분기(4∼6월) 2019년 이후 3년 만에 분기별 영업 적자를 냈다. 주가도 급락했다. 이날 이마트의 종가는 7만3200원으로 연초 대비 22.79% 하락했다.

GS나 롯데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GS가 큰맘 먹고 인수한 요기요는 지난해 1000억 원대 적자를 낸 데 이어 시장 점유율마저 하락하고 있다. 롯데가 투자한 한샘 역시 인수가 대비 주가가 4분의 1까지 폭락했다. GS리테일과 롯데쇼핑의 이날 주가는 각각 2만3650원, 7만7700원으로 올 초 대비 14% 이상 하락했다.

IB 업계에서는 사업 시너지를 고려하지 않은 단편적인 투자가 경영 악화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이마트는 SSG닷컴과 G마켓의 유료회원 통합 멤버십을 신설하거나, 새벽·휴일배송 진출 등을 하는 등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지만, 아직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 IB 관계자는 “온·오프라인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물류망 단일화 등 다수의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라며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단순한 접근 방식은 오히려 마이너스(―)로 작용할 확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사업 다각화에 쫓긴 성급한 투자 결정이 패착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부릉은 전현직 경영진의 갈등으로 인해 회생 절차에 돌입하면서 GS는 투자금 전액을 손실처리했다. 코로나19 특수를 누리던 한샘의 경우 고가 인수 논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PEF와 공동 인수에 나선 것이 신속한 경영 판단에 독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한다.

남성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무리하게 신사업을 확장하기보다는 개별 회사의 장단점을 살펴서 사업 구조 재편의 방향성을 잡을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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