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연구비 카르텔’ 지적에 8년 만에 줄어든 R&D 예산…내년 3.4조 삭감

  • 뉴시스
  • 입력 2023년 8월 22일 15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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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주요 R&D 예산 21.5조 재배정…108개 사업 통폐합
일반 R&D 예산도 91년 이후 첫 삭감 전망…고강도 구조조정 지속

내년도 국가 주요 연구개발(R&D) 사업 예산이 21조5000억원으로 재배정됐다. R&D 비효율 혁신을 목표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한 결과 약 3조4000억원이 줄었다. 국가 주요 R&D 예산이 전년보다 줄어든 것은 지난 2016년 이후 8년 만이다. 향후 기획재정부에서 내년도 일반 R&D 예산까지 그대로 확정할 경우 1991년 이후 23년 만에 전체 R&D 예산이 감소할 전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2일 제4차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회의에 상정·논의된 ‘정부R&D 제도혁신 방안’과 ‘2024년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 배분·조정결과’를 발표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6월28일 재정전략회의에서 지적된 R&D 나눠먹기 등 그릇된 관행 혁파에 더해 역대 정부에서 이루지 못했던 선도형 R&D로의 전환을 실현하기 위해 R&D 예산 배분부터 집행·평가 전 단계에 걸쳐 혁신 방안을 심도있게 검토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공동연구 제도 정비…R&D 사업 상대평가해 하위 20% 구조조정도 추진

제도혁신 방안의 경우 먼저 가치를 공유하는 선진국과의 협력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해외 연구기관의 정부 R&D 참여를 허용하는 등 글로벌 공동연구 제도를 정비한다.

해외 우수 연구기관이 우리R&D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법령을 개정하고, 연구성과의 소유와 활용 등 국제공동연구 추진에 필요한 사항도 구체적으로 안내하는 가이드라인도 마련한다. 출연연 연구자가 국내·외 대학, 연구소, 기업 등과 자유롭게 협력할 수 있도록 ‘글로벌 TOP 전략연구단’도 선발해 지원한다. 정부R&D가 보다 신속하고 유연하게 국가·사회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도록 정부R&D 지원시스템을 혁신할 예정이다.

현재 R&D 예비타당성 조사는 ‘일정규모 이상의 모든 연구개발 사업에 적용’되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혁신적 연구가 적시 착수되는 데 한계로 작용했다. 정부는 연구시설·장비 구축, 체계개발 사업 등을 제외한 순수 R&D 사업은 조사 기준 및 절차를 대폭 완화하고, 특히 도전?혁신적 R&D 사업에 대해서는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예산을 배분·조정 할 때도 지출한도에 얽매이지 않고 국가적 임무 달성에 꼭 필요한 분야에 예산이 사용될 수 있도록 하고 R&D 사업 파편화를 방지한다. 출연연에도 핵심임무별 통합 예산을 도입하고 탄력적으로 인력을 운영해 경쟁을 통해 실력있는 기관에 예산과 인력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R&D 평가제도 혁신 ▲범부처R&D통합관리시스템(IRIS) 고도화 ▲재정집행 점검단을 통한 R&D 예산 누수 방지 ▲R&D 사업평가 상대평가 도입을 통한 하위 20% 사업 구조조정 ▲연구수당 조정 ▲대형장비 공동활용 강화 등도 추진된다.

◆내년 주요 R&D 사업 예산 21.5조…국가전략기술 7대 핵심분야 투자 확대

내년도 주요 R&D 사업 예산은 21조5000억원으로 재배정됐다. 기업 보조금 성격의 나눠주기식 사업, 성과부진 사업 등을 모두 정리한 결과 108개 사업을 통·폐합하며 약 3조4000억원(13.9%) 규모의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과기정통부가 구체적인 구조조정 내역을 밝히진 않았으나, 감염병·소부장·기업지원과 관련한 예산이 비교적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 주요 R&D 사업 예산이 전년보다 줄어드는 것은 지난 2016년 이후 8년 만이다. 과기정통부가 주요 R&D 예산을 확정한 뒤에는 기재부에서 정책연구비·대학지원금 등을 포함한 일반 R&D 예산을 확정하게 된다. 일반 R&D 예산도 삭감될 가능성이 높은데, 일반 R&D 예산 감축은 지난 1991년 이후 처음이다.

2024년에는 세계 최고 수준을 지향하는 혁신R&D에 10조원을 집중투자할 계획이다. 특히 국가전략기술은 올해(4.7조원)보다 6.3% 증가한 5조원을 투자한다. 이 가운데 첨단바이오(16.1%↑), 인공지능(4.5%↑), 사이버보안(14.5%↑), 양자(20.1%↑), 반도체(5.5%↑), 이차전지(19.7%↑), 우주(11.5%↑) 등 7대 핵심분야에 대해서는 투자를 대폭 확대한다.

글로벌 연대를 통한 초일류 경쟁력 확보와 세계최고 인재양성에도 2조8000억원을 투입한다. 보스턴 바이오협력 프로젝트 등 국내외 우수그룹간 세계최고 연구, 글로벌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와 협력하는 글로벌R&D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미래전략기술 분야에는 2조5000억원을 투자한다. 첨단바이오·양자 등 기술안보 중요도가 높은 혁신 기술의 내재화와 우주·차세대원자력 등 차세대 핵심기술개발과 민간역량 강화를 집중 지원한다.

주력산업 분야의 초격차 기술확보를 위해서는 3조1000억원을 투입한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첨단모빌리티 등 주력산업의 핵심기술 확보와 관련 소재·부품의 초격차 유지를 지원하는 것이 목표다. 특히 AI반도체, 전고체배터리 등 민간투자가 아직 상대적으로 적은 차세대 원천기술 개발에 투자를 강화한다.

세계최고 수준의 디지털 역량확보와 디지털 융합을 위해서는 1조6000억원이 배정됐다. 정부가 디지털 인프라·플랫폼을 고도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민간이 신산업을 창출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한다. 이를 위해 6G, 초거대AI, 사이버보안 등 차세대 디지털 기술에 투자를 강화한다.

◆기초연구·출연연 예산 6~10% 줄어…全 출연연 통합재원 1000억 조성

국가 임무수행을 위한 필수R&D에는 8조7000억원을 지속 투자한다. 필수 R&D의 경우 무기체계 고도화 등을 비롯한 국방 분야, 범죄·재난·재해 방지 기술 등을 비롯한 공공 R&D 분야, 수소기술과 같은 탄소중립 분야 등을 중심으로 지원한다.

기초연구와 출연연 예산도 올해 보다 삭감됐다. 이를 두고 과기정통부는 연구개발 생태계 전반의 기반으로서 역할을 고려해 감축을 최소화했다고 강조했다.

기초연구는 올해(2.6조원)보다 약 6.2% 감소한 2조4000억원이 배정됐다. 글로벌 수준의 인력양성 및 연구역량 강화를 위해 수월성 중심으로 재구조화했다는 게 과기정통부의 설명이다.

출연연 예산도 올해(2.4조원)보다 3000억원(10.8%) 감소한 2조1000억원을 투자한다. 이를 두고 과기정통부는 전체 R&D 감소율 13.9%보다 낮은 수준이며, 연구기관 운영에 필수적인 인건비와 경상비는 전년 수준을 유지(+0.2%)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출연연 전체에 대한 별도의 통합재원 1000억원을 조성해 혁신적 연구성과 창출이 가능한 출연연 연구협력단에 집중지원한다. 출연연 연구협력단을 경쟁을 통해 선별함으로써 출연연 연구자들이 경쟁과 협력을 통해 범국가적 핵심임무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나눠주기식 R&D 사업 고강도 구조조정…“이권 카르텔 다시는 발 못붙이게 할 것”

이외에도 과기정통부는 기업 보조금 성격, 나눠주기식, 관행적 추진, 유사중복 사업 등은 강도 높게 구조조정했다고 강조했다. 재정집행점검을 통해 추가적인 구조조정도 지속해나갈 방침이다.

단기 현안 대응을 위해 최근 몇 년간 예산이 급증한 분야는 임무 재설정 및 예산 재구조화를 통해 투자를 내실화했다. 이를 통해 경쟁 없이 가져가는 R&D, 한 번 증가하면 줄어들지 않는 경직적 예산 구조 등 예산 급증에 따라 나타난 비효율과 부작용들이 전반적으로 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그동안 누적된 비효율을 과감히 걷어내어 효율화하고, 예산과 제도를 혁신해 이권 카르텔이 다시는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겠다”며 “R&D 비효율을 미리 예방하고 대처하지 못했던 점에 대해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무한한 책임을 느끼며, 과기정통부부터 먼저 혁신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R&D 혁신이 힘들고 어려울 수 있으나, 우리나라가 기술패권 경쟁에서 살아남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힘을 합쳐 이뤄내어야 한다”며 “윤석열 정부의 R&D다운 R&D로의 혁신을 해 나가는 과정에서 50만 과학기술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함께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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