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분 밀가루값 내렸는데…CJ제일제당·삼양사 아직도 ‘머뭇’ 왜?

  • 뉴시스
  • 입력 2023년 7월 7일 15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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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건인 B2B 인하, 계약기간에 가능
“경쟁사 따라 B2B 조정할 수도”

이달 SPC그룹에 이어 CJ푸드빌까지 빵 가격을 인하했다. 이들 기업은 각각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를 운영하는 양대 제빵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꼽힌다. 라면에 제과·제빵 업계까지 밀가루를 주로 쓰는 식품 기업들이 대거 가격 인하 릴레이에 동참한 것이다.

반면 정작 밀가루를 생산하는 제분 기업들은 이렇다 할 인하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국내 ‘빅3’ 제분기업 중에서 밀가루 가격을 인하한 기업은 대한제분 뿐이다.

7일 CJ제일제당과 삼양사는 아직 가격 인하와 관련해 정해진 바는 없다고 밝혔다. 사조동아원 역시 가격 인하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현재 국내 주요 제분기업 중 가격을 내린 곳은 대한제분 뿐이다.

대한제분은 이달부터 밀가루 주요 제품에 대해 평균 6.4% 가격을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B2C 제품뿐만 아니라 기업 간 거래 품목인 B2B 제품까지 포함한 인하율이다.

최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밀가루의 원료인 밀 가격이 내려간 점을 지적하며 정부에서도 가격 인하를 압박하는 분위기다.

추 부총리는 지난달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지난해 9~10월 (라면 가격을) 많이 인상했는데 현재 국제 밀 가격이 그때보다 50% 안팎으로 내렸다”며 밀가루를 주원료로 사용하는 식품 기업들의 가격이 낮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발언 이후 농심을 시작으로 라면 기업과 제과기업, 제빵기업까지 가격 인하에 나섰다. 현재 가격 인하에 동참한 기업은 농심·삼양식품·오뚜기·팔도·롯데웰푸드(옛 롯데제과)·해태제과·SPC(파리바게뜨)·CJ푸드빌(뚜레쥬르) 등이다.

일각에선 식품 기업이 가격을 내렸는데 밀가루 가격도 인하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제분업계 관계자들은 B2B 제품을 하루아침에 내리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한 제분업계 관계자는 “B2B 제품 가격은 고객사와 계약하는 과정에서 정하기 때문에 비교적 유동적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기존 계약을 마무리한 뒤 새로 계약할 때 가격을 내려야 하다보니 시기상 어느 날 하루아침에 내리는 게 어렵다”고 말했다.

또다른 제분업계 관계자 역시 “B2B 제품은 계약에 따라 가격을 정하다보니 B2C 제품처럼 특정 일자에 내릴 수 없다”며 “한 기업이 밀가루 가격을 인하해 앞으로 다른 기업들도 밀가루 공급 계약을 할 때 이를 반영해 가격을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제분업계에선 대한제분과 CJ제일제당·삼양사 등의 업체가 경쟁하고 있다. 최근 밀가루를 자가생산하기 위해 제분공장을 신설하는 업체가 늘면서 국내 밀가루 사업 경쟁은 심화되고 있다. 원료인 원맥은 미국·호주·캐나다 등에서 수입한다.

시장 점유율 10%를 차지하는 삼양사의 밀가루 가격은 지난해 1t당 74만2000원을 기록했다. ▲2020년 54만4000원에서 ▲2021년 57만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CJ제일제당의 밀가루 가격 역시 지난해 1t당 87만원으로 ▲2020년 62만2000원 ▲2021년 64만8000원으로 꾸준히 올랐다.

사조동아원의 지난해 밀가루 가격은 1㎏당 709원을 기록했다. ▲2020년 482원 ▲2021년 692원에서 지속 상승했다.

사조동아원은 제분부문 매출을 함께 공개했는데 지난해 제품 3908억원과 상품 151억원으로 총 4059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4.26%에 달한다.

한편 대한제분은 B2B 가격을 조정한 방법에 대해 답하기 어렵다고 했다. 대한제분 측은 “구체적인 내용은 이야기하기 어렵다”며 “종합적인 상황들을 검토해서 B2C와 B2B를 모두 내리는 것으로 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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