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으로 농사? “생산량 30%, 품질 20% 개선 효과 얻었죠”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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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크롭스 조진형 대표
로봇 연구생에서 청년농부 변신
세계농업AI대회 3위 수상
농림부 A벤처스 기업 선정

농업 벤처기업 아이오크롭스의 조진형 대표는 “AI로 제어되는 첨단 온실 시장을 선도하는 것이 목표”라며 “농사는 모든 과학이 총망라된 종합 실천 학문”이라고 말했다.  아이오크롭스 제공
농업 벤처기업 아이오크롭스의 조진형 대표는 “AI로 제어되는 첨단 온실 시장을 선도하는 것이 목표”라며 “농사는 모든 과학이 총망라된 종합 실천 학문”이라고 말했다. 아이오크롭스 제공
농업회사법인 아이오크롭스를 운영하는 조진형 대표(33)는 일반적인 농부 이미지와 거리가 멀다. 일터는 논밭이 아니라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있는 사무실이다. 대부분 시간을 컴퓨터 앞에서 보낸다. 그가 주로 쓰는 언어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로봇 등과 관련된 기술 언어와 경영 용어들이다.

조 대표는 첨단기술을 농업에 활용하는 신세대 청년농부다. 원격재배를 통해 경남 밀양, 전북 김제, 경북 상주 등에 4만 ㎡(약 1만2000평)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아이오크롭스는 국내 애그테크 분야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애그리컬처(농업)와 테크놀로지(기술)의 합성어인 애그테크는 첨단기술을 활용하는 농법이다. 경작지 감소, 인구 고령화에 따른 농촌 문제 해결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 세계 애그테크 시장은 2025년 225억7000만 달러(약 29조5000억 원)에 달할 정도로 성장 가능성이 크지만, 가족농과 소규모 농가가 많은 국내에서는 발전이 더딘 편이다.

조 대표가 농사에 활용하고 있는 기술은 로봇 비전, 환경 제어 등 크게 두 가지다.

인공지능 로봇이 아이오크롭스 농장에서 작물 상태를 촬영해 최적 생육 조건을 데이터로 추출한다.  아이오크롭스 제공
인공지능 로봇이 아이오크롭스 농장에서 작물 상태를 촬영해 최적 생육 조건을 데이터로 추출한다. 아이오크롭스 제공
“비전 기술은 카메라를 단 로봇으로 작물 상태를 촬영해 얼마나 자라고 있는지, 생산량은 어느 정도일지 등을 알아내는 생육 측정 자동화 기술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온도, 습도, 햇빛량 등 농사에 필요한 환경정보를 모아서 분석하고 예측하는 기술입니다.”

이런 기술로 생산량은 30%, 품질은 20% 개선됐다는 것이 조 대표의 설명이다. 에너지 난방 비용은 12% 절약하는 효과를 얻었다.

원격재배를 하니까 아이오크롭스 정규 직원 26명 중에서 농사 현장에 파견된 직원은 2, 3명에 불과하다. 서울 본사의 기술연구와 영업 인력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농사 경험이 전혀 없는 직원들을 현장에 보냅니다. 주요 의사결정은 본사의 재배 전문가들이 하므로 현장 직원은 시설물 유지 보수, 작업인력 관리만 신경 쓰면 됩니다. 발상의 전환인 셈이죠.”

조 대표는 창업 초기에 데이터 분석 플랫폼 개발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직접 농사를 짓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 자체 농장을 운영하면 데이터 활용이 쉽고 기술 적용이 편리해 기술 개발 속도가 빨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농업 솔루션을 개발하는 정보기술(IT) 기업은 많지만, 실제 농사를 짓는 회사는 아이오크롭스가 거의 유일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생산과 기술 역량을 모두 갖춘 농업 기업을 만들고 있습니다.”

조 대표는 포항공대 기계공학과에서 학부와 석사를 마쳤고, 대학원 연구실에서 로봇공학을 공부했다. 기숙사 방에서 키우던 화분이 시들어 죽자 호기심이 발동해 초보적 수준의 ‘스마트 화분’을 만든 것이 농업에 발을 들여놓게 된 계기다. 현장 경험을 쌓아야겠다는 생각에 충남 천안의 토마토 농장으로 향했다.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는 그때 농장에 간 것이 시골에 처음 가본 것이었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일하며 농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학교에서 창업으로 직행했다면 결코 배울 수 없는 귀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수습 농부를 마친 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국내 실정에 맞는 스마트팜을 연구하며 직접 1000㎡(약 300평) 비닐하우스에서 토마토 농사를 지었다. KIST 연구원 생활을 마치고 2018년 농업 전문 스타트업 아이오크롭스를 세웠다.

창업 초기인 2020년 네덜란드에서 열린 세계농업인공지능대회에서 3위를 수상하는 성과를 냈다. 한국 디지로그 팀에서 AI 기술을 담당한 아이오크롭스는 6개월에 걸쳐 네덜란드 농장에 심은 방울토마토를 서울에서 원격 재배하는 방식으로 인간 팀보다 더 높은 생산성을 올렸다. ‘농업판 알파고’라는 별명을 얻었다.

올해 3월에는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식품 우수 벤처 창업기업 발굴 사업인 A벤처스 기업(제47호)에 선정됐다. 농식품부의 호주 지능형 농장 수출 활성화 패키지 지원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7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설립 5년 만에 누적 투자금은 91억 원에 이른다.

“자식이 미래가 보장된 길을 버리고 농업으로 진로를 바꾼다고 하니까 부모님은 처음에는 반대하셨죠. 대학 동기들은 대부분 삼성전자 등 대기업에 취직하니까요. 지금은 대견하다고 생각하십니다.”

조 대표의 목표는 AI에 의해 자율로 제어되는 첨단온실 시장을 선도하는 것이다. 수확, 가지치기 등 다양한 농작업에 적용할 수 있는 로봇 플랫폼을 개발해 농업 노동력 문제를 해결하고 지능형 농장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한때 아이언맨 같은 로봇 개발을 꿈꿨던 청년 과학자는 지금은 파프리카, 토마토에 관심이 많은 농부로 변신했다. “후회는 없느냐”라고 묻자 “농사가 내 체질”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농업에는 과학 이론이 전부 들어가 있습니다. 생물 화학 지구과학 물리에 경영까지 알아야 하는 종합 학문입니다. 첨단농업을 하는 사람이 별로 없으니까 이 분야를 개척한다는 사명감은 덤이죠.”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아이오크롭스#조진형 대표#인공지능으로 농사#신세대 청년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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