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스타트업 “한국형 기업규제 개선을” 한목소리 호소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한국 대기업들은 경제 성장의 주체이면서, 늘 규제의 타깃이 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대기업 차별적 규제가 342개이며, 특히 103개는 20년이 넘은 ‘낡은’ 규제라고 분석했다. 스타트업에서 성장한 한국 대표 정보기술(IT) 기업들도 글로벌 경쟁사와 다른 규제 환경에 발목이 묶였다고 호소한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대기업 규제가 ‘미래의 대기업’이 성장을 주저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대기업-스타트업, 한목소리로 “‘3% 룰’ 등 규제가 성장 걸림돌”


‘한국형 규제’ 보고서 같은날 발표
“50년된 의결권 제한, 족쇄로 작용”
“공시규제로 사업전략 노출돼 불리”
기업성장 막는 규제 개선 요구
#1. 국내 자산 규모 2조 원 이상 대기업의 최대주주는 상법에 따라 의결권 제한을 받는다. 회사 감사위원을 뽑을 때 보유 지분과 상관없이 의결권을 3%만 인정한다는 이른바 ‘3% 룰’이다. 대기업 주도 경제성장이 이뤄지던 1962년 상법 제정 당시 생긴 조항이다. 주요 국가 가운데 이 같은 조항을 가진 나라는 한국뿐이다. 재계 관계자는 “해외 자본주의 국가에서 이 같은 조항은 위헌 판정을 받을 소지가 있다”며 “50년 전 재벌 일가의 지배력을 감시하기 위해 만든 조항이 2023년 현재 한국의 대기업들에 족쇄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2.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2017년, 2021년 대규모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서 국내외 계열회사들의 사업 추진 내용을 일일이 공개하고 있다. 회사의 몸집이 커지면서 공정거래법상 비상장회사의 중요사항 공지, 국외 계열회사 관련 공시 규제의 적용을 받게 된 것이다. 해당 기업들은 이 같은 규제를 받지 않는 글로벌 경쟁사보다 사업 전략을 더 많이 노출해야 해 불리하다고 호소한다.

기업의 규모가 커지면 규제 수준이 갑자기 크게 높아지는 구조인 ‘한국형 규제’ 시스템에 대해 재계와 스타트업 업계가 같은 날 한목소리로 문제를 제기했다. 기업이 일정 규모 이상 성장할 경우 추가적인 규제 부담이 지나치게 커지기 때문에 기업이 스스로 성장을 제한하는 ‘피터팬 증후군’을 유발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경련에 따르면 기업이 성장하면서 자산총액 5000억 원을 넘어서면 126개 규제가 추가 적용되고 5조 원이 되면 65개 규제, 10조 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지정되면 68개가 추가로 적용된다.

14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023년 대기업 차별규제 현황 조사’ 자료를 통해 국내에서 대기업에만 차별적으로 적용되는 규제가 올해 6월 기준 총 61개 법률상 342개라고 지적했다.

내용별로는 이사회 구성과 출자 규제, 최대주주 의결권 제한 등 소유·지배구조와 관련된 규제가 171개(50.0%)로 가장 많았다. 대표적으로 대규모기업집단 지정 제도의 경우 1987년 도입돼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다음으로 사업 인수 금지, 지분 취득 제한 등 진입·영업 규제가 69개(20.2%) 순으로 나타났다.

또 제정된 지 20년 이상 된 낡은 규제가 30.1%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10∼20년 된 규제도 전체의 25.1%였다. 전경련은 이 같은 환경의 영향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대상 조사에서 한국의 대기업 비중은 0.09%로, 34개국 중 33위로 최하위권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국내 스타트업 대표 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도 국내 스타트업들이 대기업으로 성장할 경우 글로벌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내용의 이슈페이퍼를 발간했다.

해당 자료는 현행 공정거래법상 기업이 대규모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경쟁 글로벌 기업과 달리 추가적인 규제 부담을 지게 될 우려가 크다는 점을 지적했다. 현행 법은 과거 순환출자형·피라미드형 등의 지배구조 방식을 제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자율적인 지배구조를 형성한 신생 기업의 성장에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또 기업집단의 최대주주를 동일인으로 특정해 규제하는 방식이 네이버, 카카오, 넥슨처럼 창업자가 실질적인 지주회사 지분만을 갖고 사실상 지배가 이뤄지는 최근의 정보기술(IT) 기업 사례에 맞는 것인지 문제를 제기했다. 핵심 기업 최대주주와 동일인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에 의결권 제한, 공시의무 규제 등 현재의 산업 상황과 맞지 않는 대기업 차별규제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배구조가 건전한 기업집단에 대해서는 일정한 예외를 인정하는 등 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개선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동일인 개념을 폐지하거나 지배기업 등의 개념으로 대체하고 동일인 관련자 범위를 재조정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대기업#스타트업#한국형 기업규제 개선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