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18%, 이자 못 갚는 한계기업”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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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연속 이자 감당 못 하는 기업
경기 악화 등에 6년새 8.2%P 늘어
코스닥이 코스피의 2배 육박
전경련 “업종별 맞춤형 정책 필요”

국내 게임 기업 A사는 최근 몇 년 동안 실적이 악화되며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이자보상배율이 꾸준히 하락했다. 이 회사의 이자보상배율은 2019년 23.1, 2020년 11.8, 2021년 3.6으로 떨어지더니 적자를 본 지난해에는 마이너스 이자보상배율을 기록했다.

이자보상배율이 1 이하로 떨어지면 기업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상태를 뜻한다. A사처럼 이자배상배율이 1 이하인 기업을 ‘일시적 한계기업’, 이 같은 상태가 3년 연속 이어진 기업을 ‘한계기업’이라고 한다.

국내 유통 대기업 B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하며 이자보상배율이 급락해 일시적 한계기업 상태에 놓였다. 2017년 6.0이었던 B사의 이자보상배율은 2019년 1.0으로 떨어졌고 지난해에 0.4로 하락했다. 방역 조치는 완화됐지만 경기 악화로 소비 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2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코스닥 상장사의 한계기업 비중을 조사한 결과 전체 상장사 중 A, B사 같은 일시적 한계기업이 30.8%에 달한다고 밝혔다. 한계기업은 전체의 17.5%로 집계됐다. 2016년 일시적 한계기업 비율은 20.9%였으나 2019년(31.9%), 2020년(34.6%), 2021년(30.7%), 2022년(30.8%) 등 4년 연속 30%를 넘겼다. 한계기업 비율은 2016년 9.3% 이후 6년 새 8.2%포인트 늘었다.

한계기업 비중은 코스피 상장 기업보다 코스닥 상장 기업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중 한계기업 비율은 2016년 9.3%로 같았지만 지난해 코스피 상장사 한계기업 비율은 11.5%, 코스닥 상장사 한계기업 비율은 20.5%로 차이가 벌어졌다.

한계기업 비율이 높은 업종은 ‘사업시설 관리, 사업 지원 및 임대 서비스업’(30.4%)으로 나타났다. ‘운수 및 창고업’(25.8%), ‘전문, 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25.0%), ‘도매 및 소매업’(23.2%), ‘정보통신업’(16.8%) 등이 뒤를 이었다. 운수 및 창고업의 경우 2016년 대비 지난해 한계기업 비율이 6.5%에서 25.8%로 19.3%포인트 올라 전체 업종 중 증가 폭이 가장 컸다.

한국 상장사의 한계기업 비율은 주요 국가와 비교했을 때도 높은 편이다. 2021년 한국의 한계기업 비율은 16.5%로 미국(20.9%), 프랑스(19.2%)보다는 낮았지만 독일(14.7%), 중국(13.2%), 영국(5.5%), 일본(3.4%)보다는 높았다.

한국의 일시적 한계기업 비율은 2021년 30.7%로 비교 대상 6개국 중 미국(33.5%) 다음으로 높았다. 지난해 일시적 한계기업 비율은 30.8%로 통계가 존재하는 미국(28.2%), 일본(11.4%)보다 높았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산업본부장은 “코로나19, 급격한 금리 인상, 최근 경기 악화 등으로 한계기업이 늘었다”며 “안정적인 금융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업종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상장사#이자#한계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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