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반도체법 韓기업 부담 최소화”… 업계 “구체 방안 지켜봐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4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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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국빈 방미]
양국, 반도체법-IRA 해법 논의

한미 양국이 반도체지원법(반도체법)에 대해 한국 기업들의 부담과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논의를 지속하기로 했다. 한국 정부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해서는 핵심광물 자유무역협정(FTA) 국가 확대와 한국 기업에 대한 투자세액공제 적용 등을 미국에 요청했다. 산업계에서는 논의의 방향성은 환영했지만 구체적 해법이 나오기 전까지는 마음을 놓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왔다.

28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미 국빈 방문을 계기로 양국 장관이 전날 ‘제1차 한미 공급망 산업대화’를 열고 “반도체법과 반도체 수출통제 이행 과정에서 기업 불확실성과 경영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논의를 지속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의 공동선언문에는 △반도체법 이행 과정에서 기업 투자 불확실성 최소화 △반도체 수출통제 이행 과정의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교란 최소화, 반도체 산업 지속력 및 기술 업그레이드 유지 △민관 반도체 협력포럼 설치 통한 연구개발(R&D), 기술 실적, 인력교류 추진 등이 담겼다.

미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반도체법 가드레일(안전장치) 세부 조항에 따르면 미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받은 기업은 중국 내 첨단 반도체 생산능력(웨이퍼 투입량)을 5%까지만 확장할 수 있다.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유예 조치도 올 10월이면 끝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한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이 장관은 IRA와 관련해선 미 상무부에 “배터리 부품과 핵심 광물에 대해 적용 예정인 해외 우려 기업(FEOC) 가이던스가 발표되지 않아 불확실성이 크다”며 조속한 가이던스 제정을 요청했다. FEOC인 중국 등에서 배터리 부품과 핵심 광물을 조달하면 보조금을 받을 수 없어 한중 합작 법인이 많은 한국 기업들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 이 장관은 전기차, 배터리 등 한국 기업이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 지원도 당부했다.

대통령실 최상목 경제수석비서관은 브리핑에서 반도체법과 IRA와 관련해 “한미 정상 간에 한국 기업의 부담과 불확실성을 줄인다는 방향에 대해선 명쾌하게 합의됐다”며 “우리 기업의 불확실성을 줄여 달라는 예외적 조치를 위해 기술적이고 세부적인 국가 간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업 부담을 줄이기로 합의한 게 아니라 논의하기로 한 것일 뿐이라는 지적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기업 부담 해소 방향성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에 논의가 진행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계에서는 이번 협의가 원론적 수준에 그쳤다는 아쉬움도 나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나온 것 없이 (양국이) 협의해서 잘하겠다고 하니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중국 현지 한국 반도체 공장들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도록 하는 게 가장 시급하다”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IRA 핵심 광물 조항에 대한 추가 조치를 시사하면서 한국 기업들의 손익 여부도 주목된다. 27일(현지 시간)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미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와의 대담에서 “IRA가 많은 인센티브를 창출했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하다”며 “주요 광물 생산국과 청정에너지 기술 보유국 사이에 확대된 형태의 대화를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광물 클럽’이 될지 ‘광물안보협정’이 될지 우리가 이미 시작한 파트너십을 통해 이뤄내야 할지 모색하려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국내 배터리 기업의 광물 공급망과 연계된 인도네시아 아르헨티나 등으로 광물 협정을 확대하면 국내 기업에는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은 FTA를 맺지 않은 유럽, 일본과 핵심 광물 협정을 맺은 바 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워싱턴=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한미#반도체법#인플레이션감축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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