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100대기업 사외이사 보수 평균 8042만원… 14곳은 1억 넘어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4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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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새 9.8% 올라 보상 강화
인재풀 좁아 돌려막기-겸직 잦아
“이사회 중심 경영 강화 추세 맞춰
사외이사 독립성 보장돼야” 지적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상위 100대 기업이 사외이사에게 지급한 보수가 평균 8000만 원을 넘어섰다. 1년 전보다 10% 가까이 늘었다. 기업들이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강화하는 추세에서 사외이사 모시기가 치열해지자 급여도 인상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인재풀이 좁은 국내 상황에서 소수 인사에게 돌려막기 식으로 직을 맡기거나 겸직 사례가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2일 동아일보가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의 사외이사와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의 인당 평균 보수를 분석한 결과 8042만 원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중 ‘공기업 준정부기관 보수 지침’에 따라 사외이사 급여 한도가 3000만 원으로 고정된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IBK기업은행, 강원랜드는 제외했다. 같은 기준으로 분석한 2021년 100개 기업의 사외이사 평균 보수는 7325만 원이었다. 1년 사이 인상률은 9.8%였다.

조사 대상 중 사외이사 평균 보수가 1억 원이 넘는 기업은 14곳이었다. 2021년에는 10곳이었다. 지난해 사외이사 평균 보수 1위는 삼성전자로 1억8250만 원이었다. 삼성전자는 2021년에도 1억4750만 원을 지급해 전체 1위였는데, 1년 만에 23.7%를 올려줬다. 2위인 SK이노베이션(1억7300만 원)을 비롯해 SK그룹 계열사 7곳의 사외이사 급여가 1억 원 이상이었다.

기업들의 사외이사 보수 인상은 이사회 권한을 강화해 지배구조를 개선하려는 움직임과 맞닿아 있다. 사외이사의 책임이 커지는 만큼 합당한 대우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기업들이 원하는 현직 교수나 법조인, 경영인 또는 정부 관료 출신 인사 등의 인재풀이 좁다 보니 겹치기 사외이사가 적잖게 있다는 데 있다. 현행법상 상장사 사외이사는 2곳까지 등기임원(이사·감사 및 집행임원)을 맡을 수 있다. SK이노베이션 사외이사였던 박진회 전 씨티은행장은 올해 3월부터 삼성화재 사외이사를 겸직하게 됐다. 지난해 사외이사 보수 수준에 따르면 박 전 행장은 SK이노베이션에서 1억7300만 원, 삼성화재에서 8400만 원 등 2억570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현대자동차 사외이사인 이상승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도 3월 삼성물산 사외이사에 재선임됐다. 장승화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포스코홀딩스와 ㈜LG 등 두 곳의 사외이사 임기가 종료된 올해 3월 현대차 사외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사외이사는 높은 급여에 비해 낮은 근무 강도 때문에 선호도가 높다. 대기업 상장사의 경우 골프장 회원권 같은 부수적 혜택도 제공한다. 재계 관계자는 “사외이사 추천 시기가 되면 사외이사 후보 추천위원과의 인맥, 경영진과의 친분 등을 활용해 자리를 차지하려는 움직임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물론 고연봉을 받는 사외이사들의 업무 강도가 높아진 사례도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사외이사가 참여하는 이사회와 각종 위원회 개최 건수를 2020년 31회에서 지난해 71회로 늘렸다. 한국 사외이사의 보수가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이사회의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수만 많이 지급하는 건 오히려 사외이사가 제 역할을 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ESG평가원은 지난해 12월 보고서에서 “사외이사와 경영진의 유착관계가 발생하는 건, 경영진이 높은 연봉으로 사외이사를 유인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100대기업#사외이사 보수#평균 804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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