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마일리지 개편 보류…“개선 대책 신중히 검토”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20일 14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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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편안 추가 유예, 마일리지 차등 차감 등 종합적 고려

동아닷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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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이 논란이 되고 있는 항공마일리지 개편안에 대한 수정안을 검토하고 있다. 애초 2023년 4월로 예정돼있던 개편안도 시행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업계에서는 “개편안을 아예 없던 수준으로 되돌리지 못한다면, 현실적으로는 유예가 최선”이라는 말이 나온다.

20일 대한항공은 “마일리지와 관련해 현재 제기되는 고객들의 의견을 수렴해, 전반적인 개선 대책을 신중히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소비자들의 불만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조치를 마련하겠다는 뜻이다. 대한항공 개편안에 대해 각종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자, 개편안을 원점에서 다시 보겠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존 마일리지 개편안을 중심으로 약관 심사 및 법리 심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공정위가 마일리지 개편안에 대한 시정 조치를 내릴 경우, 이를 바탕으로 대한항공이 개편안 수정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항공사가 마일리지 정책을 바꾼 뒤 소비자들이 반발하면서 공정위가 개입했던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항공업계에서는 2003년 공정위의 ‘항공사 회원안내서상 불공정약관조항’ 의결을 주목한다. 2003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보너스 마일리지 제공기준을 변경하면서 소급 적용할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자 소비자들은 “항공사를 믿고 이용했던 고객들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라며 공정위에 시정을 요구하는 민원을 넣었다. 마일리지 좌석의 예약이 힘들다는 민원도 제기되면서, 공정위는 약관 심사에 착수했다.

2003년 공정위 의결서에 따르면 공정위는 “사업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고 상당수 고객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으로서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급부의 내용을 변경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는 약관조항으로 판단된다”라며 “상당한 이유 없이 급부의 내용을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결정하거나 변경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는 조항을 무효로 하도록 하는 약관법에 따라 시정명령을 내린다”고 밝혔다.

이어 공정위는 “항공사의 마일리지 서비스제도를 신뢰하고 일정한 경제적 희생을 감수하면서 장기간에 걸쳐 누적시키고 있는 마일리지의 경제적 가치를 변경하고자 할 경우에는 기존회원의 신뢰와 기회손실을 충분히 감안해서 변경해야 한다. 또한 마일리지의 경제적 가치는 고객이 마일리지를 적립할 당시에 이미 결정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서비스 내용이변경되는 경우에도 기존회원이 이미 취득한 서비스 받을 권리를 소급하여 변경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 할 것이다”라고 판단했다.

항공사가 고객과 약속한 내용을 이유 없이 변경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마련한 것이다. 그러면서 공정위는 하나의 조건을 더 붙였다. 마일리지에 대해 경제적 가치를 저감시키는 약관 변경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약관변경은 할 수 있지만, 고객들이 충분히 상황을 인식할 수 있도록 유예기간을 충분히 주라는 것이다. 당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개편되는 마일리지 정책을 9개월 유예 했는데, 공정위는 9개월이 너무 짧다고 봤다.

이후 대한항공은 마일리지 약관에 마일리지 제도 변경을 할 수 있는 구체적인 상황을 명시했고, 변경에 대한 유예 기간도 사전 공시를 포함해 15개월로 연장했다. 2003년 공정위 판단에 비춰 보면, 공정위가 상당한 유예 기간을 더 주라고 판단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2003년과 다른건 당시 대한항공 약관에는 마일리지 변경을 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명시가 없었다. 그런데 현재 대한항공은 스카이패스 약관에 마일리지를 변경할 수 있는 각종 상황을 구체적으로 명시해놨다. 또한 이번 마일리지 개편안에는 마일리지를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게 하거나, 단거리 노선의 마일리지 차감정도를 낮추는 등 소비자 편익을 고려한 조치도 포함돼 있다.

대한항공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개편안 시행 시기를 2021년 4월에서 2023년 4월로 미뤘지만, 코로나 상황에 항공 교통을 이용하지 못했던 상황을 감안해 유예시기를 더 주라고 할 수도 있다. 또한 대한항공은 내부적으로 ‘마일리지 전용 특별 전세기’를 100회 이상 띄우기로 한 상태다. 마일리지 좌석 운용을 늘리기로 한 상황에서 유예기간을 좀 더 주면 많은 고객들이 마일리지 사용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공정위는 이번 개편안에 대해서 약관의 불공정성을 살펴보고 있다. 그러나 2019년 당시 공정위는 “약관 자체의 위법성 여부 판단보다는 마일리지 사용을 보다 쉽게 하는 자율적인 제도 개선이 소비자의 편익을 제고시킨다는 판단에 따라, 현금과 마일리지를 혼합하여 항공권을 구입할 수 있게 하는 복합결제제도 도입, 마일리지 좌석 비율 확대 등을 항공사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유예를 한다고 해서 소비자들 불만이 줄어들진 않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충분히 유예를 두고, 마일리지 좌석을 넓혀서 소비자들이 최대한 불편함이 없게 하는 것이 최선의 상황”이라며 “마일리지 개편 전에 쌓은 마일리지는 과거 기준을 적용하고, 개정 공시 이후에 쌓은 마일리지는 새로운 기준을 적용하는 방식도 고려해볼만 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소비자들에게 소급해서 불이익을 주는 건 지양해야 한다. 개편안을 시행해야 한다면 기존 소비자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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