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만 파운드리 경쟁에 美·日 참전…글로벌 판세는?

  • 뉴시스
  • 입력 2023년 1월 30일 15시 32분


코멘트
대만 TSMC가 선도하고 한국 삼성전자가 추격하는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 미국 인텔과 일본 라피더스가 도전장을 내밀며 변화 조짐이 일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연구원은 최근 ‘미래전략산업브리프’를 통해 미국·일본의 파운드리 진출로 세계 반도체 산업의 구조적 변화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日, 라피더스로 반도체 강국 부활 꿈꾼다…TSMC와 밀월도 강화
먼저 반도체 강국 부활을 꿈꾸는 일본 정부가 주도하고, 주요 대기업 8곳이 참여해 만든 신생 반도체회사 ‘라피더스’가 주목받고 있다.

라피더스는 도요타와 소니, 소프트뱅크, 키옥시아, NTT, NEC, 덴소, 미쓰비시UFJ은행 등 일본 내 8개사가 힘을 합쳐 만든 차세대 반도체 회사다. 일본 기업들이 73억엔(약 710억원)을 출자했고, 여기에 일본 정부가 700억엔(약 6800억원) 투자를 결정했다.

라피더스는 2027년 2㎚(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제품의 국산화를 목표하고 있으며, 5년 후 최첨단 파운드리를 일본 내에서 실현할 계획이다. 고이케 아쓰요시 라피더스 사장은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인터뷰에서 2020년대 후반 2나노 양산을 위해 2025년 상반기 시제품 라인을 가동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라피더스가 생산을 공언한 2나노는 슈퍼컴퓨터, 인공지능(AI) 등의 ‘두뇌’를 맡는 최첨단 반도체로 삼성전자와 TSMC가 2025년 생산을 목표로 한다. 현재 파운드리 시장에서 가장 고도화된 공정은 3나노로 삼성전자가 지난해 세계에서 처음 제품 양산을 시작했고, TSMC도 지난해 말 양산을 개시했다.

일본은 1980년대 후반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며 세계 반도체 시장을 주도했지만 이후 한국과 대만의 대대적인 투자로 입지 경쟁력이 약화됐다. 현재는 10나노 미만 반도체의 대부분을 대만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라피더스 출범에 이어 최근 미국의 첨단 반도체 장비 관련 규제에 참여하기로 하는 등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세계 파운드리 1위 업체 TSMC와의 유대도 눈여겨봐야 한다. TSMC는 현재 일본 소니그룹, 덴소와 함께 구마모토현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총 투자규모는 86억 달러(약 10조6880억원)에 달하며, 일본 정부는 이중 40%에 해당하는 4760억엔(약 4조5824억원)을 지원한다. TSMC는 최근 일본에 두 번째 반도체 공장 건설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는 등 일본과 TSMC의 밀월 관계는 깊어지는 모양새다.

◆인텔, 설계뿐 아니라 제조도 강자로…美정부 지원 든든
2021년 파운드리 시장에 재진출한 인텔은 2024년 상반기부터 2나노 반도체를 양산할 계획이다. 인텔은 과거 삼성전자나 TSMC 등과 초미세 공정의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하지만 14나노 때부터 자본과 기술의 한계에 봉착했으며 결국 2018년 7나노 공정 개발을 포기했다.

인텔은 지난해 3나노에 준하는 공정인 ‘인텔4’를 2023년 하반기, 2나노 이하 공정인 인텔 20A(옹스트롬·0.1나노)와 18A는 각각 2024년 상·하반기 양산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는 최근 세계 최초로 3나노 초도 양산에 들어간 삼성전자나 파운드리 업계 1위 TSMC보다 양산 계획이 빠른 것이다.

인텔은 애리조나주에 2000억 달러(약 245조6200억원)을 투자해 반도체 공장 2개를 건설하고 있다. 반도체 설계 강자에서, 이제 설계뿐 아니라 제조까지 직접 하는 업체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이다.

미국 정부는 반도체, 인공지능 등 첨단산업 육성 전략을 통해 자국내 제조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인텔 등 미국 기업의 파운드리 역량 강화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TSMC는 점유율 59%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고, 그 뒤로 12%를 기록한 삼성전자가 2위다. 3위는 대만 UMC(7%), 4위는 미국 글로벌파운드리(6%) 순이다.

산업연구원은 주요 기업 투자 계획에 따라 세계 파운드리 시장 구도가 2025년께 대만-한국-미국, 2027년 후에는 대만-한국-미국-일본 구도로 전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종기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의 강점인 반도체 제조 분야에 미국과 일본 기업들의 진입이 가시화되고 있어 세계 파운드리 경쟁 구도에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메모리 분야 강점을 토대로 팹리스 역량을 강화하고, 산학 연계 및 협력 활성화를 통한 파운드리 성장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