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 대신 고객을 판다? 아마존이 광고시장에서 핫한 이유[딥다이브]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12일 07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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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은 빅테크의 수난시대였습니다. 지난 1년 간 주가 변동률만 봐도 분위기를 알 수 있는데요. 메타플랫폼스(페이스북) -60.81%, 아마존 -47.05%, 알파벳(구글) -35.65%, 애플 -24.71%. 딱히 좋아 보이는 곳이 없습니다.

하지만 전장을 ‘디지털 광고시장’으로 좁혀놓고 보자면 빅테크마다 희비가 엇갈립니다. 공고했던 두 강자(구글&메타)가 크게 흔들리면서 아마존이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이트댄스(틱톡)나 애플도 치고 올라올 기세이고요. 모처럼의 지각변동에 업계는 들썩이고 있는데요. 연 4000억 달러(약 500조원)짜리 산업, 디지털 광고시장의 새 물결을 들여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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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성장하는 디지털 광고시장. 그 파이를 누가 더 가져갈 것인가. 게티이미지
빠르게 성장하는 디지털 광고시장. 그 파이를 누가 더 가져갈 것인가. 게티이미지
화려했던 소셜미디어 광고 시대는 지고
스마트폰으로 나이키 운동화를 검색한 뒤 페이스북에 접속하니 나이키 광고가 떡하니 떠있는 경험, 해보셨나요? 페이스북∙인스타그램 계정에 뜬 광고를 보다 보면 나도 잘 몰랐던 내 관심사를 쏙쏙 뽑아내 광고화해서 무섭기까지 한데요.

이런 ‘맞춤 타깃 광고’로 돈을 쓸어담았던 메타 휘청거린다는 얘기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애플이 날린 ‘앱 추적 투명성 정책(ATT)’ 강펀치에 세게 얻어맞은 건데요. 아이폰 이용자가 ‘추적 금지’를 설정하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이 사용자 활동 정보에 접근할 수 없게 된 겁니다. 그럼 맞춤 광고도 할 수 없게 되고요. 대다수 아이폰 이용자가 ‘추적금지’를 선택한 건 당연합니다(조사기관마다 다르지만 추적 허용 비율은 10~25% 수준으로 조사됨).
애플은 2021년 4월부터 ‘앱 추적 투명성’ 정책을 시행했다. 대부분 이용자가 활동 추적 금지를 선택했다. 애플 홈페이지
애플의 정책 변화로 멘붕에 빠진 건 메타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전 세계 디지털 광고업계가 술렁거렸는데요. 본래 디지털 광고란 데이터를 통해 잠재고객을 정확히 파악해서 광고의 성공률을 높이는 게 핵심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고객 데이터가 없으면? 디지털 광고만의 특장점이 사라져 버리는 거죠. 그래서 “애플의 변화가 미친 영향은 정말 세계적인 패닉과 같았다”는 한탄(마케팅기업 인큐베타의 글로벌서비스책임자 제이드 아렌스타인의 FT 인터뷰)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여기에 2022년엔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라는 이중고까지 더해졌습니다. 가뜩이나 쪼들리는데 광고주들이 별로 성과도 없는 곳에 광고비를 쓰고 싶겠습니까. 메타의 지난해 3분기 광고수익(277억4000만 달러)은 1년 전보다 3.7% 줄었습니다. 참고로 같은 기간 구글 광고수익(544억8000만 달러)은 2.5% 증가했는데요. 애플 앱 추적 투명성 정책의 영향을 받은 건 마찬가지이지만, 구글이 좀더 나은 건 검색이 있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구글에서 검색어 입력하는 사용자에겐 직접 광고를 맞춤화할 수 있으니까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맞춤 타깃 광고는 메타플랫폼스 매출 대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애플의 정책 변화로 소셜미디어 광고의 성과가 예전 같지 않아지면서 광고주들이 떠나고 있다. 메타 홈페이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맞춤 타깃 광고는 메타플랫폼스 매출 대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애플의 정책 변화로 소셜미디어 광고의 성과가 예전 같지 않아지면서 광고주들이 떠나고 있다. 메타 홈페이지
‘리테일 미디어’ 강자로 떠오른 아마존
미국 디지털 광고시장에서 3위를 달리고 있는 아마존은 이런 추세를 완전히 거슬러 갔습니다. 지난해 3분기 광고수익(95억 달러)이 25%나 늘어난 겁니다. 1위 구글이 주춤하고 2위 메타플랫폼스가 꺾이고, 트위터까지 광고가 빠진다며 아우성인 상황에서 유독 승승장구한 건데요. 왜냐고요? 아마존은 소셜미디어가 아닌 전자상거래 업체니까요!

아마존은 미국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40% 안팎을 점유하는 절대강자입니다. 온라인에서 쇼핑할 때 소비자들은 대부분 로그인을 하죠. 아마존은 고객들의 행동, 특히 ‘무엇을 구매했는지’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구매 행동(뭘 샀는지, 광고를 보고 샀는지, 광고를 보고도 안 샀는지 등등)은 광고주 입장에선 가장 가치있는 정보입니다. 아마존은 이걸 자체 데이터로 쌓아두고 있는 겁니다. 굳이 애플 같은 다른 플랫폼에 의존할 필요가 없죠.

애플이 앱 추적 투명성 정책을 시행하면서 아마존의 자체 데이터라는 강점이 빛을 발하게 됐습니다. 광고주들이 예전보다 효율성이 떨어진 소셜미디어 대신 아마존 광고를 찾고 있는 겁니다.

아마존은 돈이 되는 광고사업을 열심히 키우고 있다. 동영상 광고는 최근 아마존이 밀고 있는 상품이다. 아마존 애즈 홈페이지
아마존닷컴에서 제품을 검색하면 회색 글자로 ‘스폰서’라고 표시된 제품이 상위에 뜨는 걸 볼 수 있는데요. 이런 게 대표적인 아마존 광고입니다. 구글이나 네이버 검색 광고와 비슷하지 않냐고요? 얼핏 보면 그렇지만 중요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아마존에서 검색한 사람들 대부분은 물건을 사기로 마음 먹고 시장에 나온 예비 구매자라는 거죠. 단순 포털 검색보다 구매로 연결될 확률이 훨씬 높습니다. 아마도 아마존 안에서 구매를 하게 될 거고요. 광고주 입장에서는 단순히 ‘광고를 클릭했냐 아니냐’만이 아니라 ‘어떤 광고가 구매로 이어졌는지’까지 알 수 있습니다. 광고주 입장에선 확실히 매력적이죠.

덕분에 아마존 광고사업은 무럭무럭 커가고 있는데요. 아마존의 광고수익은 이제 ‘아마존 프라임 구독료+오디오북∙디지털음원 수익’보다 많아졌습니다. 미국 디지털 광고시장에서 아마존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9년 7.8%에서 2022년 13.3%로 늘어났죠. FT 기사의 설명대로 “아마존은 광고 시장 변화의 가장 확실한 수혜자입니다”.

아마존 전체 매출과 비교하면 광고수익은 아직 보잘 것 없긴 합니다(전체의 7% 차지). 그렇지만 온라인으로 물건을 파는 것보다 광고를 파는 게 훨씬 더 마진이 높은 비즈니스라는 건 딱 봐도 아실 수 있겠죠(아마존 전체 영입이익률은 2~3%이지만, 광고사업은 30% 수준). 아마존이 대대적인 정리해고에 나섰지만 광고부서 인력은 줄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지난해 10월엔 동영상 광고를 쉽게 만드는 툴을 공개하고, 아마존에 입점하지 않은 브랜드(예를 들면 레스토랑이나 호텔)로 광고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죠. 광고사업을 공격적으로 키우려는 겁니다.


아마 이런 전략은 효과가 있을 겁니다. 미국을 넘어 글로벌 디지털 광고시장으로 시야를 넓혀보면 아마존은 4위인데요(구글-페이스북-알리바바 다음). 인사이더 인텔리전스 전망에 따르면 2024년이면 중국 알리바바를 제치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3위로 올라서게 됩니다.

이런 아마존의 움직임을 빠르게 포착해 따라가는 기업들이 있죠. 각국의 대형 소매업체들인데요. 미국의 월마트는 이미 지난해 3분기 광고수익이 30%나 껑충 뛰었습니다. 월마트 최고재무책임자 존 레이니는 “광고가 소매 비즈니스보다 빠르게 성장할 뿐 아니라, 마진도 더 높다”고 컨퍼런스콜에서 말했죠. 영국 테스코(Tesco)∙부츠(Boots)∙세인즈버리(Sainsbury), 호주 울워스(Woolworths), 캐나다 롭로우스(Loblaws)도 아마존처럼 디지털 광고를 확장 중이고요. 아예 이런 큰 흐름을 묶어 일컫는 용어도 생겨났습니다. ‘리테일 미디어(Retail Media)’라고요.

미국에서 이런 리테일 미디어의 광고 수익은 이미 ‘라디오+인쇄물’ 광고시장의 두 배에 달할 정도로 커졌다는데요. 아마존처럼 ‘소매업체가 가진 막강한 자체 데이터’와 ‘구매를 작정하고 찾아온 고객’이 결합됐다는 게 강점으로 꼽힙니다. 이를 두고 맥킨지 마케팅 수석파트너 마크 브로드허슨은 이렇게 설명하죠. “소매업체 중 다수는 정말 흥미진진한 보물창고에 앉아 있습니다.” 광고그룹 WPP 전 임원 글리슨도 이렇게 덧붙입니다. “리테일 미디어는 ‘제 3의 물결’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소매업체는 여러 면에서 미디어 기업이 되고 있습니다.”

아마존닷컴 홈페이지. 전자상거래는 마진이 박하지만 광고는 큰 돈이 된다. 아마존을 포함한 대형 소매업체들이 앞다퉈 광고비즈니스에 뛰어드는 이유.
아마존은 틱톡처럼 될 수 있을까
그런데 광고주가 아닌 온라인 쇼핑몰의 고객 입장에선 이런 의문이 생깁니다. 만약 쇼핑몰이 광고로 도배하게 되면 과연 그 쇼핑몰을 믿고 물건을 살 수 있을까?

이미 미국 언론에서도 같은 문제제기를 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아마존의 모든 것이 광고가 되었다”(Vox 기사의 제목)는 지적인데요. 일단 광고가 많아지는 건 고객 경험을 망칠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갑지 않은 일입니다. 인기 있고 잘 나가는 제품과 돈 써서 광고한 제품을 구분하기가 더 어려워지니까요. 이건 실제 아마존 내부의 소매 담당 부서에서도 나왔던 지적이라고 합니다(물론 결국 광고를 더 하자는 쪽이 이겼음).

좀 더 깊이 들여다 보면, 단순히 광고가 많아서 짜증이 나는 데 그칠 일이 아니기도 합니다. 아마존 입점 업체가 광고비를 많이 쓰게 된다면 이는 결국 소비자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기 마련입니다. 실제 Vox 기자가 6명의 아마존 대량 셀러를 인터뷰한 결과 판매액의 10~20%를 아마존 광고비로 지출한다고 응답했습니다. 그 중 일부는 “광고비가 상품 판매가격을 인상한 이유 중 하나”라고 답했고요. 아마존 광고의 급성장은 아마존 판매자와 고객에게도 이익인 건 맞을까요?

다른 한편으로는 아마존이 ‘디지털 광고 플랫폼의 미래’가 되기엔 아직 부족한 점도 뚜렷합니다. 미국 사람들은 필요한 물건을 찾을 땐 늘상 아마존 앱을 열고 검색하지만 심심해서, 시간 때우려고 아마존 앱을 열진 않는다고 하는데요. 우연히 앱을 보다가 생각하지 못했던 제품 추천에 이끌려 사게 되는 일은 별로 없는 겁니다. 미디어라고 하기엔 아직 약한 거죠.

중국판 틱톡인 더우인의 다양한 광고 유형들. 더우인을 운영하는 바이트댄스는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세계 5위를 차지한다. 더우인 홈페이지
광고인 듯 아닌 듯, 은근슬쩍 제품을 노출하는 데는 ‘틱톡(TikTok)’과 ‘더우인(抖音, 중국판 틱톡)’을 운영하는 바이트댄스가 일가견이 있는데요. 예를 들어 더우인에서 디즈니랜드 불꽃놀이 동영상으로 보고 관심 있어서 누르면 상하이 디즈니랜드 할인 티켓 구매 광고가 뜨는 식입니다.

벤처투자회사 앤드리슨 호로위츠의 코니 챈 파트너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지적합니다. “중국 바이트댄스는 사용자가 만든 콘텐츠를 활용해 더 많은 제품을 발견하게 합니다. 미국 아마존에선 그런 식으로 쇼핑하지 않죠. 그 얘기는 제품 발견을 잘 하는 방법을 알아내는 플랫폼에게 더 많은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의) 기회가 있을 거란 뜻입니다.” By. 딥다이브
미국 경기가 꺾이고 클라우드 시장 성장세도 예전만 못해서 아마존 역시 주가가 급락하고 정리해고를 대대적으로 하고 있는데요. 그 와중에도 디지털 광고사업은 승승장구 중이라고 하니, 역시 빅테크 걱정은 쓸데없는 짓인가 봅니다. 참고로 아이폰뿐 아니라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도 ‘광고 ID 삭제’로 온라인 맞춤 광고에서 벗어날 수 있는데요. 맞춤형 타깃광고가 찜찜하셨던 분이라면 한번 설정을 바꿔보셔도 좋겠습니다. 디지털 광고시장 트렌드와 관련한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

-애플의 정책 변화로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타깃 광고가 힘을 못 쓰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과 경기둔화까지 겹치면서 메타는 광고수익이 줄어 울상입니다.

-대신 아마존은 광고매출이 급성장 중. 아마존 고객들의 구매이력을 포함한 ‘자체 데이터’가 빵빵하기 때문인데요. 광고 비즈니스는 마진율도 높아서 아마존엔 큰 기회입니다.

소매업체들이 광고사업에 앞다퉈 뛰어들면서 ‘리테일 미디어’ 붐인데요. 하지만 망가지는 고객 경험은 어쩌나요? 아마존이 정말 ‘미디어스럽게’ 고객을 머물게 할 수 있을지도 관건입니다.
*이 기사는 1월 10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직접 받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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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딥다이브#아마존#메타#구글#틱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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