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5대 기술주 ‘팽’이 팽 당했다… 불안 먹고 크는 ‘뉴 팽’ 시대 성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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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 등 주식시장 이끈 기술주 수익률 반토막
에너지-원자재-전쟁 관련 산업 주목
엑손모빌 65% 오르고 농업기업 고성장

최근 10년 넘게 주식시장에서 강세를 이어온 5개 대형 기술주 기업인 ‘팽’(FAANG·Facebook·Amazon·Apple·Netflix·Google)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FAANG을 구성하는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의 올해 수익률이 ―65∼―26%까지 이르기 때문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뉴 팽’(New FAANG)의 시대가 오고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뉴 팽은 에너지(Fuel), 항공·방위산업(Aerospace and Defence), 농업(Agriculture), 원자력·신재생 에너지(Nuclear and Renewable), 금과 금속·광물(Gold and Metal)의 앞 글자를 딴 신조어로 인플레이션의 주원인인 에너지, 원자재, 전쟁 관련 산업이 성장한다는 전망을 담고 있다.

이미 커버린 대형 기술주, 코로나 이후 약세


11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은 “FAANG 대기업들의 시대가 끝났다”며 “역사상 시장을 주도하던 기업들이 한 시대가 저문 뒤 다음 시대까지 주도한 적은 없었다”고 보도했다. 넷플릭스와 메타는 성장이 둔화됐고 아마존과 애플, 알파벳의 규모는 이미 커질 대로 커져 미래에는 과거처럼 큰 수익을 낼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 자산운용사 야누스 헨더슨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리처드 클로드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FAANG이 기술주 주도의 차기 강세장을 이끌 수 없을 것으로 보여 관련 주식을 대부분 매각했다”며 “FAANG 용어가 생긴 이래 가장 낮은 주식 보유 비율로 조정했다”고 밝혔다.

FAANG 기업들은 정보기술(IT)과 플랫폼 사업을 바탕으로 시장을 지배해왔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를 강타한 2020년부터 재택근무와 온라인 쇼핑 등이 확산되자 IT 플랫폼 기업이 각광을 받아 주가는 더욱 올랐다. 2020년 애플 시가총액은 2조 달러에 이르러 당시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 시총을 합한 것보다 크고, 세계 국내총생산(GDP) 8위인 이탈리아의 경제 규모와 맞먹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끝나고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글로벌 경기 둔화가 이어지며 FAANG 주가도 곤두박칠 치기 시작했다.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올 1월 3일에서 이달 16일까지 FAANG 종목은 평균 ―46%의 수익률을 보였다. 이 기간 넷플릭스는 주당 597.37달러에서 290.71달러로 51% 하락했고 메타는 338.54달러에서 119.43달러로 내려 65%나 추락했다. 아마존과 애플, 알파벳도 각각 48%, 26%, 37% 내렸다. 아마존은 지난달 신규 고용을 중단하고 1만여 명에 달하는 임직원을 해고하기로 했고, 애플은 연구개발(R&D)을 제외한 모든 부서의 채용을 내년 9월까지 중단하기로 했다.

뉴 팽 75%까지 성장


반면 뉴 팽 주식들은 올해 상승세를 보였다. 올 초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뉴 팽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원유와 원자재, 곡물 가격이 뛰면서 주가가 올랐다. 지난해 말 배럴당 70달러대였던 국제유가가 전쟁 이후 올 3월 120달러 선을 뚫자 에너지 기업들의 수익성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뉴 팽은 전쟁이나 무역 갈등과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인플레이션 압력에 강하고, 투자 기간이 짧아 금리 상승에 따른 영향이 제한적이다. 가치주에 속하는 종목이 많아 대형 기술주 기업들보다 배당수익률이 높다는 것도 장점이다.

에너지 분야는 지정학적 갈등이 성장 요인이다. 세계 최대 석유회사 엑손모빌 주가는 올해 1월 3일 주당 63.54달러에서 이달 16일 104.7달러로 65% 뛰었다. 에너지기업 셰브런은 같은 기간 119.26달러에서 168.72달러로 41% 올랐다. 유럽을 중심으로 주요국들이 국방비를 늘리면서 방산 분야도 호황을 누렸다. 미국 최대 방산업체 록히드마틴과 첨단 방산 기술을 보유한 노스럽그루먼은 이 기간 주가가 각각 36%, 37% 상승했다. 올 초 이후 금리에 민감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가 43% 하락하고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42%,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40% 하락한 것과 반대되는 상승세로 증시 침체를 역행했다.

인건비 상승, 기후 변화, 공급망 불안이 이어지면서 농업 기업들도 주가가 뛰었다. 글로벌 농기계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인 디어앤드컴퍼니 주가는 올 초 이후 23% 상승했고 세계 3대 농업 바이오 기업인 코르테바는 27% 올랐다.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태양광 사업을 하는 퍼스트솔라는 이 기간 75%나 상승했다. 금과 광물 관련 기업은 올 4월까지 주가가 치솟다가 가을까지 하락했지만 최근 다시 주가가 상승하고 있다. 올 3월 미국 증권사 메릴린치는 ‘2022년 투자보고서’에서 뉴 팽을 언급하며 “금은 안전지대이고 전기차 배터리가 필요로 하는 광물 산업도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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